비선 실세 최순실씨(60)와 딸 정유라씨(20)가 독일로 도피하면서 직전까지 반전세로 거주하던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에서 23일 이삿짐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아파트 6층에서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이곳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명의로 지난 9월1일자로 1억5000만원의 전세권 설정이 돼 있다. 이 집은 204㎡ 규모의 집은 방 3개로 이뤄졌다.
이 집 매매가는 21억~22억원, 전셋값은 18억원 가량이다. 이 아파트 전체는 이곳은 지하 1층~지상 3층에는 상가가 들어섰고 4층은 주민공동시설, 5~20층은 아파트가 있는 주상복합 구조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월세 매물을 보면 보증금 1억5000만원의 경우 월 임대료는 850만원이다. 최씨 모녀도 반전세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최씨와 정씨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고 지난 9월3일 독일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계약 이후 전세권 설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9월1일 이전부터 거주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삿짐센터 직원은 이날 경향신문에 “식기들은 그대로 있고 냉장고는 거의 비어 있지만 세면도구가 있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 살았던 것 같다”며 “신발들이 비싸 보여서 좀 사는 사람이 살았구나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26일 검찰이 최씨의 신사동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신발장에는 최씨 모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 신발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최씨가 살았다는 건 알지만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누군가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미용실에서 말 얘기를 자꾸 했다고 하더라”라며 “경마에 투기하는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최순실씨 같다”고 전했다. 이날 이삿짐은 서울 구로구 이삿짐공동보관센터로 보내졌다.
이삿짐은 옷가지와 생필품이 대부분이었다. 녹색 상자에 담긴 ‘돌체앤가바나’ ‘버버리’ 등 고급 브랜드의 옷들은 대부분 100만원이 넘는다. 150만원이 넘는 블라우스도 보였다. 나무 상자 안에는 최씨나 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의 안경집 8개가 담겨 있었다. TV와 소파, 가구 등도 비닐로 포장된 채 이삿짐 차량에 실렸다. 쓰레기장에서는 유아용 신발과 인형, 장난감 등도 눈에 띄었다.
204㎡ 규모의 집은 방 3개로 이뤄졌다. 이 집은 최씨가 이전에 거주하던 강남구 청담동 집에서 자동차로 채 10분이 안되는 거리에 있다. 또 최씨가 단골로 이용한 김영재 성형외과는 걸어서 3분 거리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최씨의 자택과 빌딩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이곳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파트 경비원은 “검찰은 이곳에 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최씨는 자신이 소유한 강남구 신사동의 빌딩 등을 매물로 내놔 독일 이주 자금으로 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