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건국’ 살리고 5·16 공약 자세히…새마을운동 25줄 걸쳐 서술

장은교·김상범 기자

친일사관에 박정희·산업화 미화…‘누더기’ 된 현대사

대기업 설립자들 ‘업적’ ‘역사돋보기’로 소개도

<b>기자들에게 검토본 사전 배포</b>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교과서를 사전 배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기자들에게 검토본 사전 배포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앞둔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교과서를 사전 배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시 박정희 정권을 위한 교과서였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여러 차례 “균형”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우려 그대로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술은 대폭 늘었다. 고교 <한국사>를 기준으로 261쪽부터 269쪽까지 총 9쪽에 걸쳐 이뤄졌다. 집필진은 5·16을 ‘군사정변’으로 표기하고, 유신체제와 장기집권을 한 사실을 적었다는 점에서 공과를 모두 다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과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과’는 나열식으로 서술하고 ‘공’은 그야말로 공을 들여 자세히 서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건국’ 살리고 5·16 공약 자세히…새마을운동 25줄 걸쳐 서술

특히 5·16 군사정변을 설명하면서 반쪽 분량으로 5·16 군사정변 주도 세력이 내세운 ‘혁명공약’을 1항부터 6항까지 자세히 표기했다. 혁명 공약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도 긍정적인 점 위주로 소개했다.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 장기저리차관 2억달러, 3억달러 이상의 민간상업차관이 들어왔다”며 “이 자금은 농림수산업 개발과 포항제철 건설 등에 투입됐다”고 서술했다. ‘수출로 나라를 일으킨다(輸出立國)’라는 정책구호도 자세히 설명했다. 새마을운동은 스물다섯줄에 걸쳐 소개했는데, 단점은 “유신체제 유지에 이용됐다”는 한 줄에 그쳤다.

‘역사돋보기’로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유일한 유한양행 설립자, 이병철 삼성 설립자, 정주영 현대 설립자 등 3명을 소개했다. 교과서가 특정 기업인들의 업적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은 처음이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내세운 박정희 정권의 공을 강조한 편집이다.

친일파에 대한 기술은 기존 검정교과서와 비교해 축소됐다. <한국사>에선 ‘친일파’라는 용어 대신 ‘친일세력’으로 표현됐고, 구체적 친일행위보다는 명단을 나열하는 것에 그쳤다. 중학교 <역사>에서는 ‘친일파’라고 표현했으나 역시 간소하게 서술됐다.

공개 전부터 논란이 된 1948년에 대한 설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했다. 제헌헌법 전문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역사학자들도 법학자들도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임시정부가 세운 대한민국은 주권도, 국민도, 영토도 없기 때문에 국가가 아니라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948년 이전을 국가가 없는 시간으로 만들면 결과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축소시키고, 친일파들의 반민족행위를 희석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5·18은 강제진압의 주체가 ‘전두환 등 신군부’로 모호하게 처리됐다는 평가다. 폭력진압하는 사진 대신 여러 시민들이 광장에 서 있는 사진만 사용해 위중한 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4·3사건도 피해자 수와 사건의 배경을 설명한 검정교과서와 비교해 대폭 축소 기술됐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권력이 역사서술에 개입해 내놓은 결과물은,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특히 지금은 범죄혐의를 받고 하야를 요구받는 권력”이라며 “아버지 시대에 대해 비틀어진 인식을 갖고 아버지를 복권하려는 결과물인데도 이런 견해도 가능하지 않으냐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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