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트랙터 상경투쟁 차단은 기본권 침해’ 인권위 권고 수용

이유진 기자
지난해 11월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몰고 상경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 전농 제공

지난해 11월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몰고 상경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 전농 제공

지난해 화물차량과 트랙터를 이용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상경투쟁을 경찰이 차단한 조치가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을 경찰이 수용하기로 했다.

17일 경찰과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7월 인권위가 이 같은 판단과 함께 내놓은 권고를 내부 검토한 끝에 수용하기로 방침을 최근 정했다.

앞서 전농은 11월 2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농기계를 몰고 서울로 향했다.

경찰은 경기 안성종합운동장 인근에서 38번 국도에 진입하려는 트랙터 9대와 화물차 14대를 제지했다. 또 안성 톨게이트 앞에서도 나락과 볏짚 등을 실은 화물차량이 경부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것을 막았다. 경찰은 또 양재 인터체인지(IC) 부근에 임시검문소를 설치해 집회 장소로 이동하려던 트랙터 3대와 화물차량 130여대의 운행을 막았다. 이 때문에 전농 회원 200여명이 집회와 행진에 참석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5일에도 ‘벼 반납 투쟁 농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벼포대를 싣고 서울로 향하던 농민들의 차량 70여대를 양재 IC와 한남대교 남단 등에서 제지했다.

이에 전농은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를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7일 “경찰이 집회 장소와 상당히 떨어진 장소에서 농민집회 참가 차량의 운행을 사전 차단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나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당시 농민들의 ‘농기계 상경’을 막은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 기관 경고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당시 경찰은 인권위에 전농 회원들이 단체로 열을 지어 도로를 운행하면 교통사고나 교통혼란이 우려돼 농기계와 화물차량을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전농 회원들이 트랙터와 나락을 담은 자루와 볏짚, 깃발 등 미신고 물품을 소지하고 있어 미신고 물품 반입을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당시 화물차량의 수, 집회 장소 부근의 교통량 등으로 볼 때 집회 장소 부근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었고, 집회 장소 주변의 공영주차장이나 공지(空地) 등으로 집회 참가 차량을 안내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트랙터, 나락을 담은 자루, 화물 차량 등은 집시법에서 금지하는 위협적인 기구로 볼 수 없으며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등 사회적 위험이 현저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 이후 내부 검토를 벌여온 경찰청은 최근 인권위에 구두로 권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또 권고 이행계획을 정리해 인권위에 문서로 공식 입장을 회신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경기남부청장에게도 인권위 권고대로 기관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집회·시위 관리를 기존의 ‘관리·통제’에서 ‘경찰력 행사 최대한 절제’로 전환하라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전격 수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고립시키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했다.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경찰이 자진해산 요청을 하지 않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도로를 사용해 통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죄 위반으로 내사 또는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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