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맞은 청탁금지법 성과와 과제

김재중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오는 28일 시행 1주년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김영란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일반 시민과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 등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반면 농·축·수산·화훼업계 및 요식업계는 이른바 ‘3·5·10 규정’에 반발해 왔다. 입법과정에서 누락된 ‘이해충돌방지’ 조항에 대한 보완 요구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협의회 간사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협의회 간사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앞줄 오른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89% 청탁금지법 시행 찬성

국민권익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 토론회에서 청탁금지법 인식조사 결과와 청탁금지법 운영현형을 발표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국민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18일~9월5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청탁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는 89.2%로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85.3%에 비해 상승했다. 공무원(87.1%→95.0%), 교육계(85.5%→88.2%)와 공직유관단체(93.0%→95.0%) 종사자 모두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높아졌다. 언론인(67.5%→62.3%)만 찬성이 낮아졌다.

청탁금지법은 개인의 인식과 행태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이후 관행적인 부탁이나 접대, 선물 등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이 시민(76.0%→77.6%), 공무원(71.3%→82.2%), 공직유관단체(73.9%→83.0%), 언론인(57.5%→67.6%), 교육계(67.0%→82.5%) 등 일제히 늘어났다. 직무관련자의 접대·선물 감소, 직무관련자와 더치페이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이런 평가는 다른 기관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교육계의 지지가 압도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서울지역 학부모와 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 촌지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95.2%, 교직원의 91.6%는 청탁금지법 시행이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안광훈 대구교육청 감사관은 권익위 토론회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촌지교사’ ‘부정교사’라는 억울한 오해를 없애 당당할 수 있고, 학부모도 교사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학생의 학교생활과 성적을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고·적발건수 금품수수가 많아

권익위가 2만387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집계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9월28일부터 지난 7월31일까지 청탁금지법 위반신고는 총 4052건이 접수됐다. 이중 외부강의가 압도적으로 많은 3190건으로 대부분 지연신고·미신고 등 경미한 사안이었다.

부정청탁 관련 신고는 242건이 접수돼 11건이 과태료 부과요청 또는 수사의뢰됐고, 2건이 과태료 부과 또는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금품수수 관련은 620건이 신고돼 이중 110건이 과태료 부과요청 또는 수사의뢰 됐고, 38건이 과태료 부과 또는 기소의견 송치됐다. 권익위 안준호 부패방지국장은 “금품수수 관련 자진신고가 401건으로 제3자 신고 219건보다 많았고 실제 처벌 사례도 자진신고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며 “공직사회의 자율준수 의지를 나타내며, 공직신뢰 확보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3·5·10 규정 논란

농·축·수산·화훼업계 및 요식업계는 청탁금지법 ‘대의’에는 찬성하면서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3·5·10 규정)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축수산물과 꽃 소비, 요식업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 토론회에 참가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당국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3·5·10 규정’의 상향 조정, 농축수산업 및 소상공인 음식점에 대한 적용 예외 또는 일정기간 유예 등을 주장했다. 국회에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김영록 농축식품부·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3·5·10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영록 장관은 ‘전국한우협회 창립 18주년 기념식’에서 “권익위와 지속적인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해 반드시 가액기준 상향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김영춘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3·5·10’을 ‘5·10·5’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안을 최초 발의했던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시민사회는 시기상조론과 청탁금지법 취지 역행론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2018년 12월31일까지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을 논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또한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한번에 100만원까지 선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선물 가액을 높이자는 것은 직무관련자에게 고가 선물 제공을 허용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한다.

■민간에 대한 청탁과 이해충돌방지 도입돼야

청탁금지법의 보완 사항도 쟁점이다.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제공 등을 규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민간에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법 규제 대상에는 빠져 있다. 당초 제안에는 포함됐으나 입법 과정에서 빠진 공직자 등의 이해충돌방지 조항도 보완 부분으로 지적된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장은 “청탁금지법의 가장 큰 공백은 이해충돌규정이 빠진 것”이라면서 “백지신탁, 퇴직 후 취업제한 등 일부 규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종합적인 이해충돌규정의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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