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범죄”…벌금·징역형 처벌 가능해진다

최미랑 기자

정부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 방지 종합 대책’

경찰, 가해자·피해자 분리 ‘응급조치’…가해자엔 ‘경고장’

데이트폭력 형량 높여…공공부문 성폭력 방지책도 마련

“스토킹은 범죄”…벌금·징역형 처벌 가능해진다

2015년 7월 대구 서구에서 40대 여성이 살해됐다. 두 달 전부터 경찰을 찾아 40대 남성에게 스토킹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한 터였다. 그러나 경찰은 그 남성에게 어떤 법적 제재도 가하지 않았고 결국 여성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에서는 30대 여성 김모씨가 사귀다 헤어진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김씨 역시 석 달 전부터 이 남성에게 집요한 스토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김씨 집 앞에 수시로 찾아가 감시하고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협박했지만 경찰은 그를 막지 못했다. 지난 5일에는 경기 평택에서 50대 남성이 차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질러 안에 타고 있던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숨진 여성의 가족들은 중학교 동창인 남성이 몇 년간 쫓아다니며 괴롭혔다고 했다.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들이다. 피해 여성들은 모두 몇 달씩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지만 법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스토킹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그동안 ‘경범죄’로 취급돼왔다. 협박이나 주거침입이 없는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게 처벌의 전부였다. ‘연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안일한 인식도 피해를 키웠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초기부터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런데 15대 국회부터 13차례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스토킹은 범죄”…벌금·징역형 처벌 가능해진다

정부가 스토킹을 명확하게 범죄로 규정하고, 범칙금이 아닌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토록 하는 ‘스토킹처벌법’(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상대방이 원치 않는데 계속 따라다니거나 연락해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면 벌금을 물거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 스토킹 범죄는 112 신고시스템에서 별도 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22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불평등한 성별 관계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을 ‘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스토킹처벌법 제정위원회’를 구성해 여성계와 법조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며 법안을 준비해왔다. 올해 상반기 중에 법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조상철 법무부 기조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을 때 초기 단계에 가해자의 행위를 중단시키고 재발을 막는 데 신경 써서 법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연인 사이의 폭력은 일반 폭력보다 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해 사건 처리기준을 고쳐 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찰의 초동조치도 강화한다. 경찰이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하면 반드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해 진술을 듣도록 한다. 또 모든 스토킹·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사건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서면 경고장’을 준다. 정부는 젠더폭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경찰관들에게는 관련 직무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와 경찰서 간에는 핫라인을 구축해 맞춤형 신변보호 조치를 제공한다.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도 강화된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시행돼온 가정폭력, 성폭력 예방교육에 앞으로는 반드시 스토킹과 데이트폭력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며 “공익광고나 TV강연,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활용해 젠더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을 적극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또한 이날 발표된 조치와 별도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 대책을 만들어 27일 발표한다. 최근 문화예술계 등 곳곳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선언이 이어지는 데 대해 이 차관은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운동을 통해 피해를 알린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피해를 알린 모든 분과 끝까지 함께하면서, 공공부문 이외 다양한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근절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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