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적정 세비?···“지금처럼 하면 최저임금만”

홍진수 기자

지난 1월15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란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난달 14일까지 27만7674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청원자는 “최저시급 인상 반대하던 의원들부터 최저시급으로 책정해주시고 최저시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처럼 점심 식사비도 하루 3500원으로 지급해주세요”라며 “나랏일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 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 청와대 청원에 대한 숙의형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토론자들은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을 질타하며, 시민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 청와대 청원에 대한 숙의형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토론자들은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정치개혁을 질타하며, 시민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국회사무처의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의원 연봉은 국회 개원일인 지난해 5월30일 기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1920원, 월평균 1149만6820원이다. 여기에는 기본급 개념의 일반수당 646만4000원과 입법활동비, 관리업무 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등 의정활동 경비로 연간 9251만8690원이 추가된다. 가족수당, 자녀 학비, 보조수당 등을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더 늘어난다.

사실 청와대는 이 청원에 답변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세비를 올리거나 내릴 권한이 없다. 의원 세비는 1974년 국회가 제정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가 직접 결정한다. 어쨌든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를 했기에 청와대가 답변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원칙적인 입장만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시민 청원은 그 자체로 정치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시민과 대화하기 위한 통로로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때 벌어진 김보름 선수 사건 청원에서 보듯 시민들의 고민과 토론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는다면 감정적인 호소와 원론적인 답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은 이번 국회의원 급여 문제를 비롯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청와대가 결정할 수 없는 청원들을 ‘숙의형 시민토론’에 부쳐보기로 했다. 답변과 청원 사이, 시민들의 숙의와 참여 속에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시민 숙의 때처럼 공론화해보자는 취지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YWCA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시민 2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함께 토론하며 진행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 5명과 함께 다섯 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1차로 테이블별 상호토론을 하고, 2차 토론에서는 전문가 2명이 찬반 발제문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3차 토론을 다시 한 뒤 결론을 냈다.

국회의원 적정 세비?···“지금처럼 하면 최저임금만”

1차 토론을 시작하기 전 조사에서 청원에 찬성한 사람은 퍼실리테이터를 포함한 25명 중 11명이었다. 반대는 8명, 판단유보는 6명으로 나타났다. 테이블별 상호토론 뒤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찬성은 그대로 11명이었고, 반대는 9명으로 1명 늘어났다. 유보는 5명으로 1명 줄었다.

2차 토론에서 국회 측 발제자로 나선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은 “국회의원 최저임금제 청원은 반(反)정치 포퓰리즘”이라며 “한국 국회의원의 보수는 결코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원 1인당 국민 수로 보나, 액수로 보나 한국의 국회의원이 특권을 누린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민 측 발제자인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도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개원 2년이 안된 20대 국회에서 그동안 발의된 법안만 1만2000여건, 월평균 500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설득되지 않았다. 되려 청원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이들도 있었다. 박제훈씨는 “청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말고, 왜 국회의원이며 왜 그 많은 특권 중에 세비를 문제 삼는 것인지, 왜 최저임금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27만여명이 청원에 동의한 것은 어려운 현실 속에 국회가 서민이나 청년들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감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정현진씨는 “세비 청원은 작은 촛불시위의 시작이라고 본다”며 “정치개혁을 계속 기다리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 국민들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3차 토론에서는 ‘정치개혁’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공정호씨는 “국회의원들을 소환할 수 있으면 항상 주변을 살필 것”이라며 “민의와 다르면 (시민들이 의원을) 어렵지 않게 자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차 토론 뒤 최종 투표에서 청원에 찬성한 사람은 17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반대는 6명, 유보는 2명으로 줄어들었다. 토론 전 입장을 유보했던 사람 중 다수가 ‘찬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바라는 정치개혁’으로는 ‘한국형 중간평가제’를 도입하고 ‘유권자 주도성과 국회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안이 지지를 많이 받았다.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직접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높다는 것은 대의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회의 문제 해결 능력과 전문성, 헌신성이 모두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니 국민들은 직접 나서고 싶고, 스스로 조율하는 공론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적정 세비?···“지금처럼 하면 최저임금만”
 
■찬성 76% 압도적···"국가에 봉사하는 자리" "일을 제대로 못해서"

‘공공의창’ 회원사인 ‘타임리서치’는 지난 6일 시민 1008명에게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란 청와대 청원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769명(76.3%)이 찬성을 택했고, 반대는 145명(14.4%)뿐이었다.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94명(9.3%)으로 나타났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국가에 봉사하는 자리’라고 답한 사람이 39.0%로 가장 많았고, ‘일을 제대로 못함’(30.5%), ‘그 외 특권이 많음’(16.2%)이 뒤를 이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늘어날 우려’(30.7%)가 첫손에 꼽혔다. 박해성 타임리서치 대표는 “국회의원 최저시급 지급 찬성률이 76.3%에 달하고 반대하는 사람 중에서도 다수가 ‘부정부패와 비리 증가’를 이유로 든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최저 수준임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다른 반대 이유로는 ‘정치혐오 분위기 조장 우려’(18.4%), ‘지역구민과의 소통 등 비용 필요’(14.5%)가 많았다. ‘대다수 의원 역할 잘함’(6.1%)이란 긍정적 답변은 ‘기타/모름’(10.5%)보다도 적게 나왔다.

 국회에 대한 불신은 다른 문항에서도 드러났다. ‘제도개선’이나 ‘사용내역 공개’를 전제로 깔아도 응답자들은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국회가 스스로 급여를 정하고 있다. 이를 바꿔 ‘국회의원 급여결정위원회’ 같은 외부기관이 급여를 결정하게 한다 하더라도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답변이 52.4%로 ‘위원회 결정에 따라 지급’(40.0%)을 훌쩍 넘어섰다. 마찬가지로 ‘사용내역 공개 시에도 최저임금 지급’(65.5%)은 ‘사용내역 공개 시 현재 임금 유지’(29.5%)를 압도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한 견해’를 묻자 ‘줄여야 한다’는 답변이 72.3%로 가장 많이 나왔고, ‘적당하다’는 13.7%, ‘늘려야 한다’는 6.4%에 그쳤다.

 시민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정치 참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적인 제도개선방안으로 ‘국민소환제 도입을 통한 국회의원 파면’(37.2%)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국회의원 중간평가제’(24.6%), ‘국민청원 감시센터 설치’(24.1%)가 뒤를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6.1%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정치개혁을 위한 방법으로도 ‘직접 민주주의 확대’가 52.7%로 ‘숙의 민주주의 확대’(26.3%), ‘대의 민주주의 확대’(10.0%)를 압도했다.

 박 대표는 “조사일인 6일이 ‘안희정 사태’가 불거진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반영됐을 수 있다”면서 “지난 대선을 통해 시민 스스로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SNS 등 참여 경로가 늘어난 것이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의창’은 어떤 곳

2016년 9월 출범한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휴먼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피플네트웍스·서든포스트·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세종 리서치 등 13개 중소여론조사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2016년 4·13 총선 때 여론조사기관들이 선거판세 예측에 실패한 뒤, 여론조사의 목적과 방법론, 정확도 등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이 기관들은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공공의창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비용은 십시일반 자체 조달해 공익성이 높은 조사를 실시한다. 13개 기관이 돌아가며 매달 1회 ‘의뢰자 없는’ 공공조사를 실시해 발표한다. 조사 방법과 결과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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