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사람 대접 해줘서 고마웠어요" 나흘간 기록한 6411번 첫차의 풍경

송윤경 기자
지난달 30일 새벽, 6411번 버스의 첫차가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달 30일 새벽, 6411번 버스의 첫차가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탑승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달 25일 새벽 3시50분, 서울 구로동 공원로는 고요했고 더위로 텁텁했다. 구로역과 신도림역, 대림역, 남구로역, 신풍역이 반경 3~4㎞에 있는 이곳에 ‘거리공원’이라는 버스 정거장이 있다. 4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마른 몸의 한 남성은 좁다란 벤치에 누웠다가 불편한 듯 일어났다. 강연자씨(64·가명)는 멀리서 연신 땀을 닦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늘 같은 야구모자를 쓰는 키가 큰 남성은 강씨보다 앞서서 휘적휘적 걸었다. “아저씨, 밤길 무서우니까 좀 같이 오자니까.” 타박하듯 했지만 친근한 말투였다. 남성은 그저 ‘허허’ 하고 웃었다. 이들은 모두 6411번 버스 첫차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약 열흘 전 노회찬 의원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6411번 버스 연설’ 동영상을 공유하며 그를 추모했다.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이었다. 이 연설에서 노 의원은 강남지역의 빌딩에 청소하러 가는 중년 여성들로 매일 만원이 되는 6411번 첫차에 대해 얘기하고 자성했다. “이분들의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6년이 흘렀고, 노회찬 의원은 운명을 달리했다. 6411번 첫차의 사람들은 그를 알고 기억할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의 세상살이는 지금 어떠할까. 지난달 25~27일과 30일, 나흘간 새벽 4시에 출발하는 6411번 첫차의 풍경을 기록했다.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혹은 일과가 끝난 후 자신의 삶을 들려줬다.

■구로발 강남행 버스 첫차의 풍경

지난달 25일, 6411번 첫차가 4시 정각에 도착했다. 강연자씨는 맨 뒷줄 왼쪽 창가에 앉았다. 대림역 부근에 사는 그는 앉아서 가기 위해 10분가량을 걸어온다고 했다. 버스가 신도림역을 지나 영림중, 구로시장, 남구로역을 지날 때쯤이면 뒷좌석은 거의 들어찬다. “언니, 여기야.” “이 아저씨 노량진에서 내린대. 여기 앉아.” 막 승차한 중년 여성들에게 뒷좌석 사람들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가방을 받아 품에 안아주거나 자신의 발밑에 놔주기도 했다.

새벽 4시에 구로구 ‘거리공원’에서 출발하는 6411번 버스는 20~30분이 지나면 만원이 된다. 승객들은 남은 좌석이 없으면 가방에서 1인용 돗자리를 꺼내 뒷좌석 문턱 등에 깔고 앉았다. 기자에게도 한 승객이 돗자리를 건넸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새벽 4시에 구로구 ‘거리공원’에서 출발하는 6411번 버스는 20~30분이 지나면 만원이 된다. 승객들은 남은 좌석이 없으면 가방에서 1인용 돗자리를 꺼내 뒷좌석 문턱 등에 깔고 앉았다. 기자에게도 한 승객이 돗자리를 건넸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남은 자리가 없으면 사람들은 가방에서 조그마한 돗자리를 꺼내 뒷좌석 문턱에 깔고 앉았다. 대부분 대치동, 논현동, 테헤란로, 강남역 빌딩을 청소하는 이들이다.

엉거주춤 서 있는 기자에게도 한 사람이 자신의 돗자리를 꺼내줬다. 남편과 20여년 전 사별하고 강남의 한 빌딩에서 청소를 하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였다. 딱 엉덩이만 들어갈 만큼의 정사각형 은박 돗자리에 앉으니 버스 바닥의 열기가 느껴졌다.

“노회찬 의원 알지. 너무 아까워.” 노회찬 의원의 얘길 꺼내자 뒷좌석 승객 상당수는 그를 안다고 했다. 하지만 절반쯤은 아무 표정도, 말도 없었다. 기자는 그들에게 노 의원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얼굴을 묘사했다. “조금은 못생긴…”이라고 말했다가 금세 반박을 당하고 말았다. 노 의원을 ‘안다’ ‘모른다’ 티를 내지 않던 이가 갑자기 팔을 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잘생겼지.” 6411번 버스를 10년째 타고 있다는 윤혜순씨(74·가명)도 말을 보탰다. “훤하게 생겼잖아, 근데 옛날 사진 보니까 자라면서 얼굴이 커진 것 같아.” 웅크리고 앉은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억울해. 왜 나쁜 사람은 잘살고 정직한 사람은 목숨을 던져야 하는지.” 좌석이 이내 고요해졌다.

일부 승객들은 기자가 말을 걸려 하자 눈을 감거나, 명함을 받아 창문에 꽂아버리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앞으로 약 한 시간 동안은 이들에겐 소중한 수면시간이다. 한 승객은 “새벽에 일어나려고 오후 9시쯤 잠을 청하기는 하는데 깊게 자기가 힘들다”고 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이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노회찬 의원,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

승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 의원의 연설을 알지 못했다. 버스가 노들역을 지나 한강변 인근을 달릴 즈음 뒷좌석의 승객 몇몇에게 ‘6411번 버스 연설 영상’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저도 좀 줘 봐요.” 8명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나는 휴대폰이 옛날 거라 저런 거 못 봐.” 아쉬운 듯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동작구 현충원 부근에 버스가 들어서면 복잡했던 거리 풍경이 탁 트인다. 녹지가 간간이 스쳐갔다. “8541번 지나갔어?” “안 보여, 먼저 갔나봐.” 이들 중 일부는 강남역 부근에서 일하기 때문에 구반포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에 탄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시각은 오전 6시다. 하지만 4시40분인데도 맘을 졸이고 있었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이들뿐 아니라 선릉역이나 한티역까지 ‘직행’하는 이들도 첫차가 더 빨리 오면 마음이 훨씬 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첫차가 승객을 다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3분 뒤 두 번째 차가 출발하지만, 강남으로 넘어 올 때쯤이면 간격이 벌어진다.

이들이 정해진 출근시각보다 더 일찍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 오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하니까 그렇지. 직원들이 싫어하잖아.” 곁에 앉은 고지순씨(62·가명)가 정감어린 말투로 일러줬다. 그는 이미 세 자녀를 모두 길러냈지만 딸을 위해 청소노동을 하고 있다. 노량진에서 3년간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다가 우울증에 걸린 딸은 가족과 연락을 끊어버리고 결혼을 했다. 간간이 만나보니, 딸은 여전히 우울증으로 일상조차 버거워했다. ‘엄마’는 딸 내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 싶다고 했다. 고씨만이 아니다. 암투병 중인 남편, 벌이가 일정치 않은 아들, 대학에 다니는 자식들, 카드빚…. 6411번 첫차의 승객들은 새벽녘 강남까지 와서 막힌 변기를 뚫고 걸레질을 해야만 하는 사연 하나씩을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임피리얼팰리스호텔, 선릉역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새벽 5시18분, 선릉역 정거장에서 내리자마자 하품이 나왔다. 각자의 ‘빌딩’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들이 기자를 돌아보며 웃었다.

1994년 건물 신축붐이 불던 테헤란로의 풍경. 6411번의 첫차 승객 상당수는 대치동, 테헤란로, 강남역 인근의 빌딩으로 청소를 하러 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4년 건물 신축붐이 불던 테헤란로의 풍경. 6411번의 첫차 승객 상당수는 대치동, 테헤란로, 강남역 인근의 빌딩으로 청소를 하러 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변기를 비우고 밥을 먹는 일

이튿날인 26일, 새벽 4시에 출발한 6411번 버스는 30~40분이 지나자 만원이 됐다. 전날 건넨 ‘6411번 버스 연설’을 어떻게 보았는지 묻자 윤혜순씨가 말했다. “울었어. 가슴이 쓰려. 조금만 더 버텨보지.” 김이순씨(63·가명)는 한숨 쉬듯 답했다. “노회찬 의원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런 인간미가 있는 분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우리를 알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김이순씨의 남편은 15년 전 사업에 실패한 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2년 전 작고했다. 남편은 아내가 새벽에 출근을 할 때면 ‘미안해서 차마 방문을 열고 내다보지를 못했다’고 친지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10년 전 처음 청소노동을 시작했을 때 둘째 아들은 ‘그 일 좀 안 다니면 안되느냐’고 말렸지만 누군가는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당시 매월 78만원을 받아 남편을 돌보고 두 아들을 키웠다.

김회선씨(62·가명)는 “그분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사람대접을 해준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 의원이 생전에 국회 청소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사무실을 휴게공간으로 내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인사를 안 받는 사람도 많거든요. 새로 온 50대 중반의 부장이 아무리 인사를 해도 안 받더라고요. 주변에선 이제 ‘인사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는 “거꾸로 직원들이 저보고 먼저 ‘수고하십니다’ 할 때면 너무 고맙다”고도 했다. “내 존재감이 느껴지잖아요. 우리도 이런 말을 듣고 일할 수 있구나….”

김회선씨 역시 20여년 전부터 알코올중독이던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어왔다. 남편은 10여년 전에 죽었고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의 아들은 공사장에서 일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서울의 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 물을 뿌리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의 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에 물을 뿌리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분 말씀대로 우리는 투명인간이에요. 사실상 없는 사람들….” 6411번의 또 다른 승객 이재선씨(65·가명)가 말을 보탰다. 이씨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남편의 병원비를 벌고 있다. 자녀들이 있지만 많이 벌지 못하는 데다 손자들이 고등학교·중학교에 다니고 있어 손 벌릴 처지가 아니다. 신림동에 사는 그는 신풍역 정거장에서 6411번을 타고 대방역에서 한 번, 논현역에서 한 번 더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강남역의 한 빌딩으로 출근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무릎 관절이 아픈데도 서둘러 뛰어가야 6시에 도착한다. 그는 “4시가 아니라 3시 반에 첫차가 출발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는 2시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하다보면 한겨울에도 땀이 줄줄 흘러요. 지금은 땀으로 목욕을 하지.” 하지만 빌딩의 에어컨은 일반 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 8시나 돼야 가동된다.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대개 다른 직원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지하주차장 옆에 있다. 일부는 휴게실에 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그외 시간에는 화장실의 빈 칸에서 쉬어야 한다.

빌딩을 오가는 직원들은 말끔한 차림이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그들의 ‘먹고 배설하는’ 동물성과 마주한다. 때로는 똥물이 넘친 화장실 변기를 뚫고 휴게실로 내려가 김이 올라오는 밥을 먹는다. 고된 노동이지만 한국사회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상용직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331만7000원이다. 반면 일용·임시직은 절반도 안되는 141만7000원이었다. 버스 안의 청소노동자들은 사실상의 상용직이지만 대개 140만~150만원을 벌고 있었다. 그나마 올해 들어 10만원 안팎 오른 결과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딸 얘기를 들려줬던 고지순씨는 “지난해에는 월급이 130만원이었다가 조금 올라 137만원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동료’로 대하지 않는 회사 사람들을 보고 또 한번 실망했다. “주변 빌딩에서 월급이 140만~150만원으로 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회사 소속 변호사가 딱 3만원만 올려줘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대, 얼굴은 몰라도 그 사람 참….”

얘기를 듣고 있던 70대 여성은 기자에게 “난 100만원 정도 받아. 근데 이 나이에 이거 버는 것만도 감사해”라고 소곤소곤 말했다. 늘 첫 정거장에서 타는 강연자씨는 “올해 월급이 오르고 난 후에 할머니들이 잘 안 보여. 잘 모르겠지만 일자리를 잃은 건 아닌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금요일인 27일에도 6411번 첫차의 ‘멤버’는 거의 그대로였다. 승객들은 휴가가 언제인지, 주말에는 쉬는지 등을 서로 물었다. “나는 휴가 못 가. 대신할 사람이 없어.” “나는 3일 가게 됐어.” 대부분은 주말엔 쉰다고 했다. 첫날 기자에게 돗자리를 건넸던 여성은 토요일에도 똑같이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타자마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지난달 30일 새벽 4시 40분쯤, 6411번 버스는 또 다시 만원이 됐다. 승객들은 “휴가철이라 그래도 평소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달 30일 새벽 4시 40분쯤, 6411번 버스는 또 다시 만원이 됐다. 승객들은 “휴가철이라 그래도 평소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노회찬의 꿈은 지금도 달린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됐다. 새벽 4시, 다시 6411번 첫차를 탔다. 첫 정거장까지 땀을 흘리며 걸어오던 강씨의 손에는 휴대용 선풍기가 들려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20~30분 지나자 또 ‘동료’들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지난주보다 승객이 적었다. “휴가철이 시작됐나.” 누군가 혼잣말을 했다. 그동안 사람들의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동트는 한강의 모습이 차창에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맨 뒷줄의 강씨에게 누군가가 흰 비닐봉지를 쥐여주고 갔다. “고추야, 안 매워.” 특별히 친한 이들끼리는 멀리 있어도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눴다. “요즘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요새 일이 좀 있어서….” 이들은 서로의 이름이나 나이는 잘 모른다고 했다. ‘◇◇에서 내리는 언니’ ‘○○에서 타는 언니’ 하는 식으로 서로를 불렀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을 TV를 통해 봤는지 물었다.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6년 전 노회찬 의원이 연설한 대로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이었다. 이 연설에서 노 의원은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와의 대화에 응한 승객 상당수는 ‘노회찬’을 알고 ‘심상정’을 알고 ‘정의당’을 알고 있었다.

버스 속 청소노동자들은 정의당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이재선씨는 “심상정 의원이 구로동에서 미싱사를 했다길래 약력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전엔 관심이 없었는데 노회찬 의원 얘기를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는 이도 있었다. 정의당 지지 의사를 묻는 질문에 윤혜순씨는 아주 간단하게 말했다. “다음 선거에서 정의당 찍겠느냐고? 나는 100%.”

하지만 당원 가입을 해보겠다고 선뜻 말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에게 정의당은 여전히 TV 속 정당, “만져지지는 않는 정당”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노회찬의 당’이 각인됐다는 점이다. “말을 하고 싶은데 직장 떨어질까 봐(잘릴까 봐) 쉬쉬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런 얘기들을 여기(정의당) 윗분들이 계속 해주시길 바라요.” 뒷문 계단에 서 있던 김회선씨가 말했다.

이재선씨는 정치에 무얼 기대하는지를 묻자 답변 대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2년 전 광화문광장에서 농산물축제가 열릴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왔길래 간청을 해서 만나본 적이 있다고 했다. “첫 차에 사람이 많아 문을 못 닫을 정도여서 기사님이 ‘내리라’고 하면 늦을까 봐 발을 굴러요. 첫차를 한 대 더 출발하게 할 수는 없는지 여쭤봤는데 비서에게 손짓을 하시더라고요. 비서는 메모를 않고 듣기만 했어요. ‘저 양반이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에이 틀렸다’ 싶었지. 정치인들이 노회찬 의원처럼 이 버스에 한 번 타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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