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치이고 사람에 지치는 날, 인터넷에서 귀엽고 아름다운 동물의 모습을 검색해보시는 분들 많으시죠? 천진난만한 동물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하지만 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욕심은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리곤 합니다.
최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나타나 뉴요커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원앙이 사라졌습니다. 미국 CBS 뉴욕은 지난달 10일(이하 현지시간) 센트럴파크에 처음 나타났던 원앙이 지난 2일 공원 내 거북이연못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실종됐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센트럴파크 공원 관리인은 CBS 뉴욕에 “원앙이 건강한 모습으로 센트럴파크 내 여러 물가들을 정기적으로 오가던 것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앙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인데요, 지난 달 불현듯 뉴욕 맨해튼 한복판 센트럴파크에 나타났습니다. 공원 남동쪽의 한 연못에서 유유하게 헤엄치는 수컷 원앙의 모습은 사화관계망서비스(SNS)와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투박하고 매서운 북미 아메리카원앙과는 달리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이 원앙의 매력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구름떼같이 연못에 몰려들었습니다. SNS에서도 ‘#Mandarinduck’(원앙)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2만 건도 넘게 게시됐습니다. 동아시아 원앙이 갑자기 미국 뉴욕에서 나타난 사연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이 소유한 애완용 원앙이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토록 사랑받던 원앙이 사라진 것입니다. 실종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원앙의 안전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습니다. 버즈피드의 문학 에디터 아이작 피츠제럴드는 8일 트위터에 “비폭력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만일 누가 원앙을 훔쳐갔다면 나는 그를 땅에 묻어버릴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두지를 못한다” “왜 원앙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냐”면서 우려와 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CBS 뉴욕 리포터 제시카 레이턴은 “원앙이 현재 위험에 처해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 훔쳐갔을 수도 있다”며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조류 관찰자 데이브 바렛은 원앙의 실종이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앙이 다른 연못이나 센트럴파크 내 저수지로 스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관심을 피해서 말입니다. 바렛은 원앙이 센트럴파크에서 발견되기 전에도 2주간 사라진 적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원앙을 정말 누가 데려간 것인지, 아니면 원앙 스스로 안전한 곳으로 피해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 원앙이 짝도 없이 홀로, 고향인 동아시아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혼란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앙의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덤벼든 인간의 욕심 때문이겠지요.
인간의 관심이 동물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된 곰이 있습니다. 유명 유튜브 채널 ‘바이럴호그(Viral Hog)’는 지난 2일 눈 덮인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는 어미 곰과 새끼 곰의 분투가 담긴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8일 현재 80만회가 넘게 조회됐으며, 트위터에서는 1700만번 이상 시청된 이 영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새끼 곰의 모습입니다.
새끼 곰은 능숙하게 산등성이를 오르는 어미 곰을 쫓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작은 몸으로 오르기엔 눈 덮인 산은 너무 미끄럽고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새끼 곰은 몇 번이나 미끄러지면서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미 곰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새끼 곰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2분47초의 영상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새끼 곰은 드디어 등정에 성공, 어미 곰과 상봉합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새끼 곰의 모습에서 기특함과 가여움, 도전 정신 등을 읽어내고 감동했습니다.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같다는 평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기특한 새끼 곰이, 사실은 인간에게 위협을 당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중이었다면 어떨까요? 여전히 이 영상이 감동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로 보이나요?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곰들이 영상을 촬영한 드론을 피해 도망치다가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동물학자들은 드론 촬영이 새끼 곰을 생명의 위험에 몰아넣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아이다호 대학의 생태학자 소피 길버트는 애틀랜틱에 “이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드론 조종사가 자신의 행동이 곰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앨버타 주립대학의 클레이튼 램은 영상 촬영의 설정 자체가 의심스럽다고도 말했습니다. 램은 “어미 곰이 작고 약한 새끼 곰을 데리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경사를 횡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아마 드론의 접근을 일종의 공격으로 읽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이 영상을 중간, 어미 곰이 산을 거의 다 오른 새끼 곰을 때리고 밀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새끼 곰은 산등성이 밑으로 한없이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어미와 새끼의 상봉 장면을 확대 촬영하기 위해 드론이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입니다. 어미 곰은 드론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새끼 곰을 밀치는 행동을 하게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면 어미가 새끼를 버렸거나 산등성이에서 사고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동물들은 귀엽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자꾸만 위험에 처합니다. 동물을 관람할 인간의 권리가 동물의 생존권보다 앞설 리 없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