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공식 발표, “해산 절차 바로 진행하겠다”

이혜인·김진우 기자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한 지난해 7월28일 김태현 이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맨 왼쪽), 강은희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맨 오른쪽) 등이 현판 제막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한 지난해 7월28일 김태현 이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맨 왼쪽), 강은희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맨 오른쪽) 등이 현판 제막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해산 절차를 밟는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재단 출범 2년 4개월 만이다.

여성가족부는 21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외교부와 함께 재단 처리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해산을 결정했다”며 “법적인 해산 절차에 바로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일 정부가 2015년 12월 맺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했다.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재단으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운영비로 삼았다. 위안부 피해자·유족들과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빠진 합의’에 기반한 재단이라며 해산을 줄곧 요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재단 존폐를 포함해 한·일 합의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재단 해산을 사실상 통보한 뒤로 해산이 가시화됐다.

해산은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재단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직권 취소 방식으로 이뤄진다. 민법 제 38조 등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주무 부처가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화해·치유 재단은 여성가족부의 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여가부에서 설립 허가 취소를 할 권한이 있다. 지난해 말 재단의 민간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는 등 11명 이사 중에 당연직 2명만 남아있으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 허가 취소 근거는 충분하다. 최창행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먼저 화해·치유재단에 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한다고 통보하고 재단 측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10일 정도 거친 후에 법적인 청산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청산법인으로 전환하고 재단 고용과 재산 문제 등을 정리하는 절차에 약 1년이 소요될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출연금으로 내놓은 10억엔 반환 문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출연금 중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지급된 44억원과 재단 운영비 5억9000만원을 제외하면 현재 약 58억원 가량이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양성평등기금’ 예비비 103억원을 편성하면서 일본 정부 측에 출연금 전액 반환을 준비해왔으나, 일본 측이 출연금을 돌려받는 것은 사실상 합의 파기에 동의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반환이 쉽지 않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있는 대응을 하기 바란다”며 “3년 전의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과 출연금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후원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은 이날 논평을 내고 “2015년 피해자를 철저히 배제한 한일정부가 정치적 야합으로 발족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소식에 나눔의 집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 모두 기뻐했다”며 “(할머니들이) 일본이 보내온 10억엔을 하루빨리 돌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미향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대표는 21일 열린 1362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제서야 제자리로 돌려가는 첫 시작이 이뤄졌다”고 기쁨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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