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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약 제공 사이트 ‘위민온웹’ 차단 심의 보류 했었다

정용인 기자

‘위민온웹’ 차단 심의 보류 요청했다
‘https 차단 후 해제’ 논란을 빚은 낙태약 사이트… 식약처, 보도자료 전날 요청 사실 확인

‘https 차단 후 해제’ 논란을 빚었던 낙태약 제공 사이트 ‘위민온웹(women on web)’에 대해 당국이 실제로 차단 심의를 보류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합동보도자료를 내고 접속차단 해제 논란은 통신사 측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설명했으나,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도 해당 사이트에 대해 담당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두 차례나 차단 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도자료를 내기 전날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심의보류를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방통위·방심위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관리·감독 대상인 통신사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주간경향> 취재가 시작되자 식약처 측은 다시 3월 5일 방심위에 해당 사이트에 대해 차단 요청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방심위 측은 3월 6일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3월 5일 오후 식약처로부터 해당 사이트에 대한 차단 심의 요청이 들어와 사무처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불법의약품 판매 관련 사안은 과거 관례상 1~2주 내에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심의안건으로 올린다.

일정한 액수의 기부금을 내면 낙태약을 제공하는 위민온웹 사이트. 3월 7일 현재 접속 가능하다.  사이트 캡처

일정한 액수의 기부금을 내면 낙태약을 제공하는 위민온웹 사이트. 3월 7일 현재 접속 가능하다. 사이트 캡처


“이미 올해만 두 차례 차단 요청”

“오해다. KT 측 잘못이다”
지난 2월 28일 방통위·방심위가 낸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 해제 논란’ 보도자료의 해명을 요약하면 이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지난 2월 11일 새로운 접속 차단방식, 이른바 보안접속 차단(https·SNI) 조치를 받은 사이트는 모두 895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이트가 차단조치를 당했는지는 ‘비공개’다. 다만 기존에 접속되던 사이트들이 이날 이후 접속되지 않았다면 불법으로 판단돼 차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약 8만원에서 11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내면 미프진 등 낙태약을 보내주는 위민온웹 사이트도 2월 11일 이후 일부 통신망에서 접속을 차단당했다. 그러다 얼마 되지 않아 차단이 해제됐다. “여성단체들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의혹을 거론한 쪽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불법의약품 판매 사이트 위민온웹을 왜 차단하지 않느냐”는 항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한국에서 건강식품을 제외한 의약품 온라인 거래는 불법이다. 위민온웹이 ‘기부금을 받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기부금을 은행계좌나 카드결제로 받는 이상 사실상의 불법의약품 판매에 해당한다.

지난 2월 28일 방통위·방심위의 보도자료는 형평성 논란에 대한 답변이다. 인터넷 접속망 대부분(약 80%)을 차지하는 KT 측이 새로운 보안접속 차단 대상 사이트에 기존 URL 차단방식 대상 사이트도 일부 포함하면서 빚어진 오해라는 것이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무용지물이 된 기존 URL 차단 대상 사이트에 대해서도 다시 보안접속을 차단하려면 새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위민온웹에 기존 URL 접속 차단조치를 내린 것은 지난해 2월 26일 열린 2018년도 7차 통신심의소위에서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당일 차단 결정이 내려져, 같은 날 ISP 사업자들에게 통보됐다”고 밝혔다. URL 접속이 차단되자 위민온웹은 http 기반 사이트에서 보안접속(https) 방식으로 전환했다. 보안접속 방식의 위민온웹에 대해서는 차단조치가 내려진 적이 없는데, 정부 조치를 ‘과잉 해석한’ KT 측이 실수로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위민온웹이 보안접속 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차단 요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식약처는 올해만 하더라도 1월 21일과 2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차단 요청을 했다. 보안접속 차단조치가 새로 도입된 2월 11일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인 25일에도 식약처가 차단 요청을 한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후 식약처가 취한 행동이다. <주간경향>은 2월 27일 식약처가 다시 방심위 측에 공문을 보내 위민온웹에 대한 심의 보류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단 요청을 한 지 이틀 뒤다. 특히 2월 27일 보낸 공문에는 과거 약사법 위반으로 차단을 요청한 의약품 판매 사이트들을 수백 개씩 보내던 관행과 달리, 위민온웹 사이트 하나만 특정해 접속 가능한 2개의 주소를 명기해 차단 심의 보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 독자 판단으로 심의 보류 요청?

식약처가 보류 요청을 한 2월 27일은 위민온웹이 일부 통신서비스에서 접속 차단조치를 받았다가 해제되면서 “여성단체들을 의식한 편파적 결정”이라는 형평성 논란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방통위·방심위의 보도자료가 나온 날이 그 다음날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 의약품 유통이 엄연히 불법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가 차단 심의대상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해당 사이트의 경우 최근 사회적 논란이 있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3월 5일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며 “사회적 논란인 낙태문제에 대한 부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이트에 대한 차단 심의 보류 요청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을까. 이 관계자는 “2월 27일 보류 요청은 담당부서(사이버조사단)에서 결정해 방심위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식약처가 불법의약품 판매를 이유로 차단을 요청한 뒤 다시 해당 조치에 대해 보류 요청을 한 경우는 지난해 2월 사이버조사단 출범 이후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전에 그런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이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적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차단 보류 요청은 담당부서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뤄지기 힘든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2월 28일 방통위·방심위 합동보도자료다. 논란의 대상인 해당 사이트에 대한 차단 요청이 없었던 것처럼 밝히면서 “SNI 접속 차단이 적용되지 않은 기존 해외 불법사이트(지난 2월 11일 이전 URL 접속 차단 건)에 대해서는 심의 신청 접수 및 중점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고 심의한 후 SNI 접속 차단이 가능하도록 시정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최소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해당 보도자료를 낸 방통위 관계자는 3월 7일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https 차단이 도입된 이후에도 식약처에서 차단 요청을 한 사실이 있는지 몰랐다”며 “해당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해외 불법사이트는 어느 사이트라고 특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 내기 전날 식약처가 해당 사이트에 대한 차단 심의 보류를 요청한 사실 역시 “금시초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2월 25일 요청에 따라 안건 상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틀 후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다시 받아 보류했었다”며 “다시 식약처가 3월 5일 공문을 통해 차단 요청을 해 안건 상정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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