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 거리에 가면 쇼케이스 안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반지와 귀걸이를 만나볼 수 있다. 반짝이는 이것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경향신문의 유튜브 채널 <이런경향>-일터소리가 ‘종로 귀금속 제조업체’를 찾아가 봤다.
‘통통통’ ‘삭삭삭’ ‘톡톡톡’….
지난 23일 오전에 찾은 종로구 봉익동에 있는 유희주얼리에서는 주문받은 귀금속 제작이 한창이었다. 유희주얼리는 1998년 문을 열어 20여년 동안 전국 도·소매점을 상대로 귀금속 제품을 만들어왔다. 40여명의 전문가들이 매일 금을 주 재료로 한 200~300여개의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를 만든다.
장신구 제작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매 단계마다 평균 20~30년차 장인들이 그림을 그리듯 섬세한 작업을 이어간다.
첫번째 단계는 주문받은 디자인을 체크한 뒤 캐드(CAD)를 통해 보다 정교하게 작업하는 일이다. 디자인 작업 후 소재(14·18K)가 정해지면 디자인에 맞춰 성형틀을 제작한다. ‘왁스 사출’이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장신구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다. ‘가다’ 라고 불리는 사각형의 고무틀을 왁스 사출기에 꽂아 밀면 액체 상태의 왁스가 나오면서 고무틀 안으로 들어간다. 사출이 끝나면 왁스가 굳을 때까지 기다린 뒤 고무틀 안의 왁스만 떼어낸다. 반지, 귀걸이, 팔찌 등 다양한 모양의 왁스를 막대에 서로 맞닿지 않도록 촘촘하게 붙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틀은 마치 줄기에 꽃이 핀 나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트리’라고 부른다.
완성된 트리로 주물공정에 들어간다. 트리에 뜨거운 석고를 부으면 왁스가 서서히 녹고 석고가 굳으면서 각각의 장신구 모양에 따른 빈 공간이 생긴다. 석고가 단단하게 굳으면 여기에 다시 뜨거운 액체 상태의 금을 주입한다. 금물은 석고틀 사이사이 빈 공간으로 들어가 제 모양에 맞는 형태로 굳는다. 숙련된 작업자가 석고틀을 꺼내 물에 넣고 흔들어 석고를 제거한다. 석고가 제거되었다고 해서 바로 반짝반짝 금붙이의 빛을 띄는 것은 아니다. 왁스 등이 타면서 나온 불순물 등으로 금이 검은 빛깔을 띠기 때문이다. 타고남은 금속의 재를 털어주고 약품 세척 등의 작업을 수차례 진행해야 비로소 반짝이는 금빛을 드러낸다.
트리에 달려있는 장신구들은 하나씩 분리해 현장라인의 작업자들에게 맡겨진다. 현장라인은 줄질, 망치질 등의 작업을 뜻하는데 장신구 각각의 두께는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기계로 깎은 것 같은 곡선을 만드는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한 작업자가 기다란 나무 막대 위에 반지를 걸치고 ‘줄’이라는 도구로 ‘삭삭삭삭’ 깎고 다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외부와 내부의 표면을 처리하는 줄 작업은 거친 표면을 부드럽게 만든다. 쇠로 된 지환봉에 반지를 끼우고 망치로 ‘통통통통’ 두드려 크기를 맞추고 동그란 모양으로 다듬는 작업도 이어진다. 현장라인은 작업 자체는 간단해보이지만 제품 하나당 많게는 한시간 이상 걸릴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이렇게 매끈하게 정리된 장신구는 큐빅이나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보석을 배치하는 조각 작업실로 이동한다. 장신구의 표면에 조각정을 대고 작은 망치로 ‘톡톡톡’ 가볍게 쳐 공간을 만들고 큐빅 등을 넣어 장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장신구는 고무반죽과 같은 질감의 감탕에 고정한다. 작업 중 장신구의 형태를 보존하고 제품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해서다.
세공작업이 끝난 장신구는 보석가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광’ 작업에 돌입한다. 앞서 맨손으로 작업하던 작업자들과 달리 이곳에선 모두 목장갑을 끼고 작업한다. 거친 부분을 깎아내고 부드럽게 다듬는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완성단계에 있는 장신구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장식이 많은 장신구는 작은 기계솔을 이용해 구석구석 광을 내고 다듬는다. 이렇게 완성된 장신구는 업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도달한다.
반짝이는 장신구가 만들어지기까지 작업자들은 매일 수십번씩 두드리고 갈고, 닦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채로운 소리들과 어우러진 장신구 제작과정은 <이런경향>-일터소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