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방문객이 처음 마주하는 1층의 주력 상품은 단연 화장품이다. 줄지어 늘어선 각 브랜드 매장들은 저마다 화려한 색채로 꾸미고 우아한 향기를 내뿜으며 고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취급된다. 10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L사와 S사, 그리고 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장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꾸며야 해요. 우리가 꾸며야 제품 홍보가 되니까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제각기 ‘그루밍(Grooming·치장)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직원들은 이 가이드라인대로 매일 아침 공들여 메이크업을 한다. 매장 오픈 전 현장 관리자들의 추상같은 서비스 품질(QOS) 점검이 있기 때문이다. 이도 엄연히 ‘꾸밈 노동’이지만 근무시간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복장도 갖춰야 한다. 서양인 체형에 맞춘 유니폼과 유니화(신발)는 보기에는 좋을지언정 활동성은 떨어진다. 꽉 끼거나 짧거나 혹은 길다. 불편한 차림새로 일하면 신체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온다. 체중을 지탱하는 발이 대표적이다. 굽 높이가 5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하루 12시간 가까이 서 있으면 발가락이 휘고 온통 굳은살투성이가 된다 “무용수 발 같죠. 식당 가도 신발 벗는 데는 절대 안 가요.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정맥류,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등에 시달리는 직원도 숱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매출’ 때문이다. 브랜드의 매출을 위해 유통단계의 가장 끝단인 입점 매장 직원들의 얼굴과 몸까지 세밀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실적 압박도 있다. “연결판매라고 하거든요. 고객이 섀도우 제품을 보러 왔어도 스킨 등 주력상품 4가지는 꼭 연결시켜서 영업을 해야 해요. 딱 하나만 팔다가 (윗사람한테) 걸리면 큰일 나요. ‘손님이 달라는 것만 주는 건 자판기랑 다를 게 없다’ 면서요.”
“직원의 실적은 곧 인격과도 같다”는 화장품·면세점 직원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런 경향>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