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정리 | 배문규 기자·사진 | 권도현 기자

일상과 생명의 ‘연결’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

작가 11명·시민들 ‘프로젝트’

[커버스토리]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버리는 물건을 부르는 말이다. 못 쓸 사람이나 몹쓸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인다. 사람들은 날마다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쓰레기는 바다 건너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더러는 태평양에 한반도 7배 크기의 무국적이면서 다국적인 쓰레기섬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닷새는, 바다동물은 쓰레기를 음식으로 착각해 삼키거나 우연히 쓰레기에 걸려 목이 졸리고 상처를 입는다. 끝내는 쓰레기 때문에 질식 혹은 중독되고, 굶어 죽는다.

몇 년 전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거북을 구조하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최근엔 미국 작가 크리스 조던이 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찍은 사진, 즉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 속이 가득 찬 채 죽어 있는 앨버트로스의 모습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연민으로 소모되는 데 그쳤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동물들이 먼바다에서 죽은 일을 내 일처럼 여기기엔 너무나 멀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떠넘긴 쓰레기가 결국 버려지는 곳은 자연이다. 그리고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쓰레기를 떠안게 되는, 쓰레기의 직접적 피해자가 바로 동물이다. ‘쓰레기’와 ‘동물’과 ‘시’.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단어를 묶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쓰레기와 동물과 시’(쓰동시) 프로젝트가 7월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시셰퍼드코리아·동물의사육제 등 환경단체에서 동물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주최한 이번 프로젝트에선 길거리 플래시몹 등 현장 캠페인, 시낭송과 백일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인다.

어떻게 먼바다의 생명과 나의 일상을 연결할 수 있을까. 쓰동시 프로젝트에선 매개체로 ‘시’를 소환했다. 문단에서 주목받는 11명의 작가와 일반 시민들이 저마다 쓰레기와 동물에 대한 고민과 안타까움을 담아 ‘지구를 살리는 글쓰기’를 한 것이다. 언어를 절제한 시처럼 쓰레기도 줄임의 철학이 필요하다.

지난 1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씨(50)와 박준 시인(36)이 글쓰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표해 ‘쓰동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냉장고 속 포장재에 대한 시를 쓴 박준 시인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시적 상상력”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었는데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생겨난 문제들을 시를 통해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은 아빠’ 유경근씨는 평소 생명에 대한 관심을 쓰레기 문제로 확장해 절박한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받는 거북이의 모습에 5년 전 바다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생명들을 투영시켰다. 젊은 시인과 세월호 유가족이 쓰레기를 주제로 시 얘기를 하는, 조금은 낯선 이날 만남은 서로 아파하고 때로는 웃고 공감하며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책임 없이 고통 겪는 일들이 떠올라 거북이가 바로 내 딸이라는 생각 들어

세월호 유족 ‘예은 아빠’유경근씨.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세월호 유족 ‘예은 아빠’유경근씨.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두 분은 어떻게 ‘쓰레기’로 시를 쓰게 되었나요.

박준 = 쓰동시 프로젝트에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라는 노래를 떠올렸는데요.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껍데기들(포장재)을 보니까 어느 순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서 도망치거나 벗어날 수 있을까…. 제가 쓰는 스타일의 시는 아닌데 아무튼 쓰고야 말았습니다.

유경근 = 시를 쓰려고 한 건 아니고 제목을 적지 못한 짧은 글 한 편을 썼습니다.

박준 = 시라고 하셔도 충분한데요.

|‘예은 아빠’ 유경근씨

코에 빨대 박힌 거북이를 보며
예전엔 ‘누가 저런 짓 했나’ 생각
이제는 ‘얼마나 억울하고 슬플까’
무심코 한 행위가 남긴 고통 보여

동물이 고통스럽게 사육당한다며
육식 그만둔 예은이 동생을 보며
동물권·환경 문제를 고민하게 돼

사람·동물이 각자의 삶 선택하고
부당하게 위협받지 않는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아닐까

유경근 = 시적인 기교가 들어간 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북이가 코에 빨대가 박혀 괴로워하는 사진을 보고 놀랐잖아요. 예전에는 그 장면을 보면서 ‘누가 저렇게 나쁜 짓을 했을까’ ‘왜 저런 일이 벌어진 걸까’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저 거북이는 얼마나 억울할까’ ‘저 동물들은 얼마나 아프고 슬플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책임이 없는데도 고통을 겪게 되는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제 딸 예은이도 그렇고요. 내가 무심코 하는 행위들이 어디선가 억울한 고통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거북이가, 내 딸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박준 = 기교 없이 적었다고 하셨는데 기교라고 하면 기교를 부린 제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시라는 게 간절하게 말하는 방식이거든요.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걸 간절하게 말하면서 기교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유 선생님은 말하는 간절함 때문에 그대로 시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원고 청탁이 6월3일, 마감은 25일까지였다고 들었습니다. 흔치 않은 주제인 데다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다보니 부담도 됐을 것 같은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준 =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들으면 분노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잘 늦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흘밖에 안 늦었습니다(웃음). 26일에 독촉 전화를 받고 28일 새벽에 겨우 보냈어요. 사실 쓰는 게 쉽진 않았어요. 시인들은 자유 주제로 쓰는데, 주제가 정해진 시를 쓰는 건 이번이 세 번째였습니다(이전에는 세월호 생일시에 참여해 유예은양과 같은 반 장주이양의 생일시를 썼다). 주제 자체도 유희가 아니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네요.

유경근 = 저는 짧게 쓰면 된다고 들어서 그냥 묻어뒀어요. 그러다 마감이 내일이구나 생각나서 15분 만에 썼습니다.

박준 = 헉 천재들이 하는 이야기.

유경근 = 아니 전 시라는 생각을 안 해서…. 사실 이렇게 큰 행사인지도 몰랐고, 아는 사람들 친목모임 정도로 알았어요. 유명한 분들이 쓰는 건 줄 알았으면 못한다고 했을 거예요.

- 대화 주제가 쓰레기와 동물입니다. 혹시 키우는 동물이 있나요.

박준 = 현재 개 두 마리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랑 키우던 단비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 그중에 가장 예쁘게 생긴 달비(4)랑 가장 못생긴 하비(4)를 키우게 됐어요. 원래 달비만 키우려 했는데 하비가 다른 집에 갔다가 파양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못생겼다는 게 외모가 아니라 몸이 약한 애라서.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유경근 = 우리 집은 예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데려온 쿠키(11)랑 살고 있어요. 나이를 먹으니까 한쪽 눈에 백내장이 와서 여기저기 박고 다니더니 요즘은 적응했는지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어요.

박준 = 이전에 시인들과 반려견을 주제로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라는 시집에 참여했어요. 보통 시를 쓸 때는 강력한 감정을 가지고 쓰는데 그 감정이라는 게 어두운 쪽에 붙어 있거든요. 근데 키우는 개로 쓰려니까 사랑이 넘쳐 어렵더라고요.

유경근 = 어릴 때부터 토끼, 병아리, 닭 같은 걸 수시로 키웠어요. 중학교 때는 진돗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제가 밥 당번이었습니다.

박준 = 사실 이번에 유경근 선생님이랑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고민이 됐어요. 글 쓰는 사람들이랑 문학 얘기를 하면 무슨 얘기든 할 텐데 막막하더라고요. 근데 이 주제는 누구라도 말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와 동물에 대해서는 우선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하고, 말한 것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지킬 수 있는 말만 하자는 결심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단 말로 질러놓고 행동이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요. 유 선생님은 왜 한다고 하셨나요.

유경근 = 저는 46년을 살다 세월호를 겪었는데 이전까지 모든 삶이 사라졌어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동물권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딸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은이 동생이 생명에 대한 문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아이인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고기를 안 먹었어요. 왜 그런가 했더니 고통스럽게 사육당하고 고통스럽게 죽임을 당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거예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거기에 맞춰 현재도 생활하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실천을 하나하나 전하기도 하고요. 그런 얘기를 재작년에 처음 들었는데 저는 ‘동물권’ 이런 게 이해가 잘 안되더라고요.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18세 때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행동도 변하게 된 거죠(유씨는 평소에도 커다란 텀블러를 상비하고 다닌다. 카페에선 플라스틱 빨대 대신 딸이 선물한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했다).

박준 = 세상을 떠난 예은이와도 관계가 있는 변화일까요.

유경근 = 예은이 죽고 나서 겪은 일은 본인들만 알겠죠. 내색은 안 하는데 종종 집에서 육체적으로 답답함을 호소할 때도 있어요. 근데 본인들이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생각이나 깊이를 가지게 된 것 같긴 해요. 그러한 과정에서 저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받았고요.

- 사람들은 동물권 이야기를 하면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무슨 동물의 권리까지 챙기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인데요.

박준 = 저는 뒤늦게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개를 좋아해서 그런가, 특히 개농장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공부를 했는데요. 처음 ‘쓰레기와 동물’이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얘기들이 떠올랐어요. ‘지금 사람도 힘든데 동물이 중요하냐.’ 경제가 중요하고, 노동자가 중요하고, 더 큰 의제들이 많은데 우선순위를 나누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모두가 동등하게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최근 해양쓰레기 문제로 관심을 받은 거북이나 고래도 애니메이션에나 있는 존재죠. 우리가 실제로 바다생태계를 경험해본 건 아니니까요. 근데 동물 문제를 이렇게 동떨어진 문제처럼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모른다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그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알려져 있다). 결국 죽음들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라면 모두 중요하게 대해야겠죠.

유경근 =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할 때 ‘인권이 유린당한 참사’라고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2년 동안 인권이라는 걸 갖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게 왜 인권 문제지?’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습니다. 인권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나니 서로 연결된 문제가 맞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선택과 행동 때문에 나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그 권리가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단원고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는데 왜 그게 생명을 뺏어갔을까…. 제가 인권 문제를 생각하게 된 해외 영상이 있어요. 오리 엄마가 새끼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는데, 경찰이 길을 막고 보호하면서 무사히 건너도록 하는 영상이에요.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봤어요. ‘우리나라 경찰은 이렇게 못했을 거야. 외국이니까 가능하지’ 이런 반응이 제일 많았고, ‘이렇게 멍청한 사람들이 다 있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냥 오리를 구조해 옮기면 되지 왜 길을 막고, 2차 사고 위험까지 있는데 미련한 짓을 하냐는 거예요.

박준 = 경찰들은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셨어요.

유경근 = 오리 엄마는 그 길로 가야 할 이유가 있으니 새끼들을 데리고 그 길로 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찰은 최대한 그 결정을 존중하고 도와줬던 거죠.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권과 인권도 결국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각자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런 선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 어떤 선택 때문에 부당하게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 바로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겠죠.

- 거북이가 ‘불쌍해’라고 하는 것과 ‘억울해’라고 하는 것도 주체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 억울하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것이니까요.

유경근 = 그 생명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TV프로그램 <1박2일>에선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까 안 느낄까’를 얘기하더니 수의사한테 전화해 확인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얼마나 잘못된 질문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은 고통을 느껴서 생명 아닌가요. 아픔에서 오는 고통, 기쁨에서 오는 고통 등등. 모든 걸 나의 입장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면서 남의 고통에는 예민하지 못한 것이죠.

박준 = 눈앞의 사람들이 고통을 느껴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보셨죠….

유경근 = 그것도 결국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죠.

박준 = 최근 아이들의 감각을 키워준다는 ‘촉감놀이’라는 걸 보면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박스에 산낙지를 넣고 아이들이 손을 넣어서 (만져가며 무엇인지) 맞히게 하는 건데. (동물들은 몸부림을 치는데) 그 고통을 손끝에서, 고통의 촉수를 느껴서 아이들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것이잖아요. ‘동물축제’도 비슷하죠.

유경근 = 저는 인권과 동물권으로 나누는 표현 자체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생명이라는 모두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가장 기본은 자신의 선택으로 안전이나 생명을 위협받지 않을 권리라고 생각해요. 이런 데서 사람이나 동물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음속 말들을 잘 담아내는 게 좋은 시 그 상상력으로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

‘쓰레기와 동물과 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박준 시인.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쓰레기와 동물과 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박준 시인.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최근에 앨버트로스 어미새가 새끼에게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는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대란’을 겪으면서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준 = 우리에게 일종의 ‘패배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가장 큰 연례행사가 당대 최고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하던 SBS 환경콘서트 ‘내일이면 늦으리’였어요. 최근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미 늦은 거 아니야’ 이런 얘기들을 했는데요. 20년 전의 오늘이 된 이제는 정말로 늦어버린 것 아닐까 걱정됩니다. 사실 쓰레기 문제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도 이미 늦어버린, 되돌릴 수 없게 된 일이잖아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벌어졌고,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 상황에서 일종의 패배의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저는 패배주의라고 하는 걸 없애는 게 소원입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패배주의를 느낄 수 있어요. ‘어차피 안되는 거 아냐, 거대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 하는 생각들이죠. 언젠가 유시민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청와대나 국회 앞에 안될 거 뻔히 알면서도 왜 피켓 들고 사람들이 나와 있는지 아느냐. 안될 거 알면서도 자기가 그렇게 살아야만 스스로 위안이 되고 그래서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대요. 엄청 슬픈 이야기인데 맞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왜 비슷한 사고, 참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멈춰지지 않는 것일까. 사람이 죽을 때마다 법을 바꾸고, 대책 만들어야 한다고 방송에 전문가들 나오고 심포지엄 하고, 논문 쓰고, 책 내고, 온갖 토론회를 해도 계속 반복되잖아요. 제가 생각한 문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 과정에 피해자들이 배제돼 그런 것 같아요.

박준 = 피해자들을 항상 ‘아파요, 슬퍼요’ 피해자의 역할로 가둬놓으려 해요. 피해자들이 의지를 갖고 무언가 얘기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하죠.

유경근 = 세월호 참사 재발 막자고 유가족들이 얘기하면 무슨 꿍꿍이가 있냐고 해요. 왜 당신이 안전한 사회 이야기를 하냐고요. 유가족들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받아들이지를 않아요. 환경이든 쓰레기든 다른 사회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에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당신들이 문제를 잘 아니까 나서보라고 피해자들에게 요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준 = 유 선생님은 패배주의와 완강하게 싸우고 계시나요.

유경근 = 전 더 질 게 없잖아요. 잃을 게 없어요.

박준 = 그러한 이유로 패배주의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너무 많이 잃어서 힘이 드니까요.

유경근 = 저는 예은이 하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이걸 수사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는데 저는 정말 완전하게 예은이를 보러 가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근데 어쩔 수 없이 대충 살다가 나이 들어서 가면 예은이가 반겨줄까…. 안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얘기해요. 당신들은 잘 살기 위해 싸우지만, 나는 잘 죽기 위해 싸우는 거다.

- 쓰레기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도 패배의식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쓰레기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박준 = 전주에 종종 가던 막걸리집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업종을 바꾸셨어요. 그 전주에 안주 가득 나오는 가게들 있잖아요. 왜 바꾸셨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가짓수가 많으니까 반씩 남기곤 하는데, 그걸 계속 버리다가 어느 순간 공황이 왔대요. 더 이상은 못 버리겠다…. 그래서 메뉴를 두 개로 줄이셨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경근 = 재활용 분리수거 과정 자체가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를테면 분리수거일을 놓치면 쓰레기를 계속 안고 살아야 하잖아요. 왜 이렇게 많지, 뭘 더 버린 거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제 딴에는 포개고, 씻고, 부피를 줄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이게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니까요.

|박준 시인

뒤늦게 동물권 관심 갖게 되면서
‘사람도 힘든데 동물이 중요하냐’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고민

동물을 먼 문제로 대하는 태도
사람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아
죽음 이어지는 문제는 모두 중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에
일종의 패배주의 생기고 있어
작가들이 쓴 시의 상상력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박준 = 저는 ‘플라스틱포비아’ 비슷한 게 생겼어요. 이전에 살던 집이 재활용 쓰레기를 금요일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만 내놓을 수 있었는데요. 그 시간을 놓치면 베란다에 태평양의 쓰레기섬처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게 되더라고요. 사실 쓰레기를 바로바로 치워버리면 그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데, 쌓이기 시작하면서 냄새가 나고 공간을 차지하니까 그때부터는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 쓰레기도 재활용하면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생산과 소비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혹시 쓰레기에 대한 추억 같은 것들이 있나요.

박준 = 저는 개인적으로 쓰레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구청 환경직 공무원이었어요. 난지도가 아직 쓰레기장이던 시절인데,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난지도에 가면 리어카나 수레를 끌고 와 물건을 가져가는 넝마주이들이 있었어요. 당시 넝마주이들이 아버지한테 차를 태워달라고 하고, 감사 표시로 팔 하나가 부러진 것 외에는 멀쩡한 변신로봇을 준다든지 그런 추억들이 있네요.

유경근 = 지금이랑 비교하면 예전이 더 편견 없고 평등한 사회였던 것 같습니다. 청소부 무시하는 것도 없고, 박준 시인 얘기도 넝마주이들이 ‘히치하이킹’을 한 거잖아요. 어른들 말 안 들으면 넝마주이가 잡아간다는 얘기들도 서로 친근하게 지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요즘은 어디 사냐, 몇 평 사냐, 임대 사냐 그런 거 따지는 세상이 됐다고들 하니까요.

- 오늘날 쓰레기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여러 작가분들이 시를 보내왔습니다. 이 중에서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있나요.

박준 = 전문적으로 시를 쓰지 않는 다른 장르 분들도 보내오셨는데요. 흔히 목을 가다듬고 고운 소리를 내는 게 시라고 착각하시는데 그냥 육성을 잘 담아내는 게 시라고 생각해요. 또 어떻게 얘기하냐보다는 무엇을 얘기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망하는 것 같아요. 근데 시인이 아닌 분들은 무엇을 얘기할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정직하게 쓰다보니까. (보내온 시를 하나둘 넘겨보더니) 이건 시인들이 지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먹기 싫은 것은 음식물 쓰레기, 먹을 수 없는 것은 일반 쓰레기, 먹으면 큰일 나는 것은 재활용 쓰레기입니다.” 손아람 작가님은 간명하게 정리를 잘하신 것 같아요. 흔히 일반, 비닐, 플라스틱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데 쓰레기를 다르게 생각해보도록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작가분들이 쓴 시를 통해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어떤 새들은 입을 벌리고 죽는다. 경이로울 줄 아는 순교자와 같이.” 이 시는 처음에 김연수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좋다고만 생각했지. 원래 시를 쓰시다가 소설을 쓰신 건데, 오랜만에 시로 돌아오셨네요. 특히 소설이랑 다르게 굉장한 냉소가 있습니다. 새들의 죽음은 순교인데 인간들은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모른 척하잖아요. “새 시대의 건강법을 익혔으니 그들은 오래오래 살아남으리라. 놀랄 일도, 신비한 일도 모두 사라질 내일부터의 지구와 같이.”(김연수 작가는 ‘앨버트로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원고 요청에 ‘저도 도움이 되고 싶네요’라며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유 선생님은 어떤 시가 좋으셨어요.

유경근 = 시를 잘 모르니까. 봐도 잘 못 고르겠어요. 그냥 보고 좋은 거지요.

박준 = 이번 주제에 쓰레기와 동물 사이에 왜 시가 끼었을까. 사실 쓰레기와 동물은 연결되어 있는 문제잖아요. 근데 ‘이거랑 저거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시라고 얘기되는 인간의 상상력이 겨우 쓰레기와 동물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봐요. 사실 시가 대변하는 상상력은 모두 세상에 있는 것들이거든요. 조기찜이 너무 맛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도 드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현실에 기반한 상상들인데. 이것과 저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깨닫는 데 필요한 생각을 시가 매개해주는 것이죠. 특히 상상은 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인들이 이번에 쓰레기로 시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유경근 = 저는 김숨 작가의 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은 새가 날아와 유리에 부딪쳐 죽었다 … 사람들은 유리를 치우는 대신에 새를 땅에 묻어주었다. 이름을 주었다.” 이 시에 나오는 모습이 대다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유리를 치울 생각은 안 하고 다른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특히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행동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야’ 양심에 마취제를 놓는 것이 아닌가…. 새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으니까 문제의 본질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 결국 내 일이 아니라 남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변화가 더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요.

박준 = 능력 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 사실 인간의 육신을 종합적으로 보면 다른 생명체에 비해 무능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은 유능하잖아요. 광합성만 하면 살 수 있고, 여기저기 뻗어나갈 수도 있고요. 근데 인간은 딱히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이 많으니까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유경근 = 사람들이 불편한 건 못 참는데 부당한 건 잘 참는 것 같아요. 최근에 학교 비정규직의 급식 파업 문제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당연히 불편은 발생하겠지만, 정작 문제의 계기가 된 노동 현실에 대해선 외면하는 태도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문제의 경우도 각자 조금만 불편을 참아내면 훨씬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장재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도 각종 민원 때문이잖아요. 이를테면 식당에선 국물이 조금이라도 새면 난리나니까 지나칠 정도로 꽁꽁 싸매는 거고요. ‘부당함을 인내하지 말고 불편을 참자.’ 이런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커버스토리]쓰·동·시…쓰레기와 동물이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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