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속 아이들, 괜찮은 걸까?

노정연 기자 ·이재덕 기자·채용민 PD·최유진 인턴PD

얼마 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한 아동 유튜브 채널이 화제가 됐습니다. 6세 어린이가 출연하는 ‘보람튜브’가 그 주인공인데요, ‘보람튜브’의 운영자이자 영상의 주인공인 이보람양의 가족회사가 서울 강남에 95억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유튜브내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는 ‘키즈 유튜브’는 인기직업이자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주목받습니다. 동시에 부모가 아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아동학대 논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보완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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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없는 키즈 유튜브 시장

‘유튜버’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핫’한 직업입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5위에 올랐을 정도입니다.

아이가 직접 채널을 운영함으로써 적극성과 소통능력을 키우고 자신감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키즈 유튜브의 순기능으로 꼽힙니다. 동시에 아이의 일상을 보여주는 키즈 유튜브 제작이 자칫 아동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콘텐츠에 대한 법적 규제와 출연자 보호장치가 없는 유튜브 플랫폼 환경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 메인 화면.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 메인 화면. 유튜브 캡처

‘보람튜브’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가장 먼저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도 과거 아동 학대 논란이었습니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7년 보람튜브 등 유튜브 키즈 채널 운영자 2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5살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실제 도로를 달리게 하거나,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상황을 설정하거나, 좋아하는 인형을 차로 깔아뭉개는 모습 등을 연출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이를 아동학대로 판단, 부모에게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최근에는 한 키즈 채널이 6세 아이들에게 10㎏짜리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게했다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어른도 씹기 힘든 음식을 아이에게 먹게 한건 놀이가 아닌 학대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채널 운영자인 아버지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아이들의 ‘먹방’이나 ‘장난감 리뷰’와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키즈 컨텐츠는 이미 유튜브 내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 순위를 공개하는 ‘워칭 투데이’에 따르면 구독자 수 기준(연예인, 기업 제외) 상위 15개 유튜브 채널 중 10개가 키즈 관련 채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키즈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아이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부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키즈 유튜버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업체와 강좌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키즈 유튜버 만들기’ 열풍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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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이 낮은 유튜브의 특성상 누구나 영상을 제작해 공유할 수 있지만 정작 콘텐츠에 대한 규제나 감시는 허술한 실정입니다. 더구나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높을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유튜브 구조에서 콘텐츠가 자극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1990년대 ‘순풍산부인과’에서‘미달이’ 역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성은씨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키즈 유튜버’가 아이 의도와 달리 부모 뜻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며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부모가 바라는 것을 아이에게 투영시켜서는 안 되며 10년 뒤 사춘기 겪을 아이들을 미리 보호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고, 성인의 편집과 연출이 많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와 구독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자녀를 유튜브에 출연시킨 부모들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아이에게 무리한 행동을 시키거나 아동학대 소지가 있는 영상을 게재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출연 아동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합니다.

■학대 영상 없다면, 문제 없지 않나요?

키즈 채널이 경우 구독자수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다보면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가 좋아해서, 또는 아이가 귀여워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가족기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튜버가 아이의 직업이 되고 일이 되는 것이죠. 유튜브 채널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게는 일주일에 한개, 많게는 그 이상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만들어 채널을 유지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아이가 영상을 찍는 일이 ‘놀이’가 아닌 ‘노동’이 될 수 있는 지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일과 놀이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학대나 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정의하는 '놀이' | 읽씹뉴스 영상 캡쳐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정의하는 '놀이' | 읽씹뉴스 영상 캡쳐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에서는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 ‘스스로 시작하고 통제하고 체계화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또 놀이 자체가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는데요, 대부분 키즈 채널의 영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특정 상황안에서 아이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좀 더 재밌고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부모가 자기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아이에게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웃고 있다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다 놀이가 아니다. 아역 배우도 화면 속에서는 웃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연소 근로자이다. 어른들은 관찰 예능이라도 출연료를 주지 않는가.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도 놀이가 아니라 노동임을 인정하자. 그게 모든 논의의 시작이다” 제충만 ‘라디루비’ 대표의 지적 입니다.

유튜브 속 아이들, 괜찮은 걸까?

키즈 채널의 영상을 제작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영상이 가정에서 촬영되는 키즈 채널의 특성상 아동의 노동시간 제한이나 휴식권 보장에 취약합니다. 일터와 휴식공간의 구분없이 아동이 언제든지 촬영에 동원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서는 아동 착취를 금지하는 규제가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근로기준법 제 64조에 1항에 따라 15세 미만은 노동할 수 없고 15세 미만 아이들이 노동하려면 취직인허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 취직인허증을 받으려면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키즈 채널의 경우 제작자와 보호자가 같은 구조안에서 아동 착취를 감시하고 제재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도 아동 연예인의 노동시간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역 배우 등 15세 미만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해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35시간으로 정하고, 본인 혹은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연예 활동을 금지합니다. 학습권과 인격권, 수면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요.

하지만 키즈 유튜버에게는 이와같은 보호장치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키즈 유튜버는 대중문화예술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구성원이 정식 고용인과 근로자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는 1인 방송의 특성상 방송법 적용대상에서도 비켜갑니다. 아동이 수익활동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일종의 ‘노동’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키즈 유튜버’가 벌어들인 수익은 어디로?

해외에서도 키즈 유튜버를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왕립정신과학회(RCP)는 최근 유튜브를 비롯해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키드플루언서’(kid와 influencer의 합성어)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전통적인 노동 규제을 넘어 소셜미디어에 출연하는 이들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RCP측은 유튜브 등에 출연하는 키드플루언서들이 혹사당할 우려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팬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 속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나 피로감으로 고통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속에서 아동을 보호해야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연방미디어청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의 통제하에 1인 인터넷 방송 콘텐츠를 규제하고 있고, EU에서도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행동규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유튜브 채널 ‘라이언 토이스리뷰(Ryan ToysReview)’를 운영 중인 7살 유튜버 라이언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 동안 2200만 달러(244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언이 번 돈의 15%는 ‘쿠건법’에 따라 신탁회사 계좌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언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유튜브 채널 ‘라이언 토이스리뷰(Ryan ToysReview)’를 운영 중인 7살 유튜버 라이언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 동안 2200만 달러(244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언이 번 돈의 15%는 ‘쿠건법’에 따라 신탁회사 계좌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이언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아이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로 가족들이 얻는 수익에 관한 부분도 생각해봐야합니다. 미국에는 ‘쿠건법’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6살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 출연한 영화배우 재키 쿠건이 자신이 번 400만 달러를 부모가 탕진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기인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이 법에 따라 미성년자 스타들이 벌어들인 수입의 15%를 맡아 관리했다가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되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키즈 유튜브 스타 라이언(7세)도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15%를 신탁회사 계좌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키즈 채널을 통해 가족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커지고 있는만큼 우리나라에도 키즈 유튜버들의 수익을 보호하는 ‘쿠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이의 초상권은 부모의 소유인가

키즈 채널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연령은 2~3세부터 13세 정도입니다. 10세 이하의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성장하고 난 후 자신의 신상과 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었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입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되며 ‘아이의 초상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부모가 자신의 SNS에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공유하는 ‘셰어런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셰어런팅은 ‘공유’를 뜻하는 영어단어 ‘셰어’(share)에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을 더한 말입니다.

유튜브 속 아이들, 괜찮은 걸까?

부모들은 아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공유합니다. 여기에는 아이의 발가벗은 사진이나 배변훈련을 하는 사진, 여권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 등도 포함됩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얼굴사진을 비롯해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은 SNS에 올리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부모는 좋은 의도로, 또는 별 생각없이 올린 아이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되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범죄 위험성 외에도 당사자의 완전한 동의없이 아이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부모가 아이의 보호자이자 법적대리인이기는 하지만 아이의 초상권까지 개인의 것으로 소유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아이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지만 외국에선 상황이 다릅니다.

유튜브 속 아이들, 괜찮은 걸까?

2017년 8월 공개된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의 부모들 중 56%는 그들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87%는 그들 자녀의 삶이 ‘사적인(private)’ 상태로 남아있길 원한다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함부로 올린 부모를 자녀가 고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부모가 아기 사진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관련 법 제정을 추진중인 나라들도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프랑스에선 동의없이 누군가의 사진을 배포하거나 SNS에 올리면 4만5000유로(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가 자식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올리는 것에도 적용됩니다. 베트남은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동이 참여하고 노출되는 모든 활동에서 어른이 아닌 아동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이 늘었지만 권리의 주체로 보고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동들이 참여하는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에게 가장 유익하고 가장 좋은게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참고자료

1. 제충만 라디루비 대표 페이스북 ‘가족기업형 키즈 유튜버 놀이와 노동의 경계에서 www.facebook.com/inteboy

2. 책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동아시아)

3. 국제연합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일반논평 17’ (2013) www.refworld.org/docid/51ef9bcc4.html

4. 세이브더칠드런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보내는 대한민국 아동보고서’(2010) www.sc.or.kr/news/reportView.do?NO=22369

5.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2018) http://welfare.childfund.or.kr/contents/greenView.do?bdId=20018974&bmId=1000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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