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컵, 탐폰, 월경팬티, 면생리대…’ 왜 다양한 월경용품이 필요할까요? | 이슈파이 ‘월경수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게 하기 위해 자궁 점막은 부드러워지고 또 두꺼워진다. 그러나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두꺼워진 자궁 점막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떨어져 나간다. 이때 출혈이 일어나 떨어져 나간 자궁 점막과 함께 질을 통해 배출되는 것이 ‘월경(月經)’이다. 우리는 월경을 뭐라고 부르나. 생리? 그날? 빨간 날? 우리는 왜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않게 됐을까.

전세계적으로도 월경을 뜻하는 은어는 5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스테이크를 해동하다’라는 은어도 있다. 얼린 스테이크를 녹이면 핏물이 나오는 것에 월경을 비유한 표현이다. ‘생리’도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생리적인 현상이라는 뜻에서 ‘생리’라고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경용품 인터넷쇼핑몰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33)는 “눈물을 흘리는 것도 생리적 현상인데 ‘생리를 흘렸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월경’, 우리는 월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지앤모어’는 월경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몸에 대해 알아가며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사용하고 더욱 건강한 월경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이다. 안 대표에게 건강한 월경, 다양한 월경용품,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월경컵, 탐폰, 월경팬티, 면생리대…’ 왜 다양한 월경용품이 필요할까요? | 이슈파이 ‘월경수다’

■‘건강한 월경’을 위한 ‘월경용품 선택권’

보통 월경은 빠르게 해치워 버리고 싶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다. 월경 전에는 몸이 붓고 찌뿌둥해지거나 예민해지고 월경이 시작되면 몸이 부자유스러워지고 불편해진다. 통증도 수반된다. 흔히 말하는 ‘생리통’이다. 그런 월경에 ‘건강’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건강한 월경’은 생소하다. 안 대표는 “월경은 여성들의 건강을 나타내는 굉장히 좋은 지표”라며 “월경을 건강하게 보내야 여성들의 건강한 일상을 만들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서 쓰면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왜 ‘생리’가 아니라 ‘월경’이라는 단어를 쓸까. 안 대표는 “월경도 정확한 단어는 아닐 수 있지만 생리는 ‘생리적인 현상’을 줄인 말”이라고 말했다. “같은 생리적 현상인‘눈물’에는 ‘눈물’이라는 명확한 단어를 쓰는데 왜 여성들의 월경 만큼은 생리라고 숨기면서 불러왔을까요. 더 나아가서는 ‘그날이다’, ‘마법이다’라며 계속 숨겨왔잖아요. 그러다보니 월경의 문제를 더 숨기게 되고 사회적인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요. 저희는 ‘월경’이라는 이름을 찾아주자고 해서 저희는 ‘월경컵’, ‘월경 박람회’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회용 생리대 ‘독성 논란’까지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쓴다. 2018년 여성건강간호학회에서 미혼 여성(19세 -39세) 17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일회용 생리대를 쓴다고 응답한 사람은 151명으로 82.1%를 차지했다. 탐폰 22명(12.2%), 면 생리대 9명(4.9%), 월경컵 2명(1.1%) 순이었다. 좀 더 다양항 월경 용품은 없을까? ‘이지앤모어’는 ‘월경용품 선택권’을 고민했다. 그리고 일회용 생리대 외에도 월경컵, 탐폰, 월경팬티, 면생리대 등의 제품을 소개하고 또 다양한 월경용품을 에디터들이 직접 사용해본 뒤 안전한 제품들을 선별해서 소개한다.

월경컵(위), 월경팬티(아래 왼쪽), 탐폰(아래 오른쪽).

월경컵(위), 월경팬티(아래 왼쪽), 탐폰(아래 오른쪽).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질 내부에 삽입해서 쓰는 용품이다. 질 내부에서 ‘컵’에 혈을 담는 구조라서 여름에 좋다. 단점은 삽입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또 질염이나 질 내부 염증이 있는 사람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탐폰은 압축된 면을 질 내부에 삽입해서 혈을 흡수하는 제품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어플리케이터’가 보통 감싸고 있어 안에 있는 면 부분만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최근에는 ‘어플리케이터’가 없는 디지털 탐폰이 출시됐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 안 되는 게 장점이다. 면 생리대는 100% 순면으로 만든 제품으로 화학성분 등에 민감한 사람이 쓰면 좋다. 매번 세탁을 해야 하는 게 불편한 점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쓰레기 배출 양을 줄일 수 있다.

월경팬티는 속옷에 면 생리대를 붙인 형태다. 기능성 면이라 순면인 면 생리대보다 세탁이 잘 되는 것이 장점이다. 외부에서 갈아입기가 불편하다는 게 단점인데 최근에는 후크가 달려서 기저귀처럼 밖에서도 교체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안 대표는 “월경용품은 계속 진화 중인데 월경컵 수다회에 온 한 고객님이 ‘월경용품은 직진만 있고 후진은 없다’는 명언을 했다”며 “생리대에서 탐폰으로 넘어오면 생리대로 갈 수 없고 탐폰에서 월경컵으로 넘어오면 탐폰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월경용품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을 때도 체계적이지 않다. 안 대표는 “정부의 ‘성교육표준안’에 월경용품에 대한 소개가 들어가야 하고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월경 주기에서도 첫 1~2일은 월경컵을 쓰다가 양이 많은 날은 월경팬티를 입고 양이 적어지면 탐폰으로 용품을 바꿔가며 쓸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깔창 생리대’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안 대표가 회사를 구상하게 된 날은 2015년 평범한 날이었다. 남편과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남편이 무심코 말했다. “아니, 이거(생리대) 매달 쓰는 건데 왜 이렇게 비싸?” 그때 안 대표는 한 번도 생리대 가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집에 돌아와서 ‘소비자물가 대비 생리대 가격 인상 폭’이 얼마나 컸는지 찾아봤다. “항상 소비자물가 대비 2~3배씩 가격이 올랐다는 걸 알게 되면서 왜 여성들의 필수품이 이럴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내가 이 문제를 한 번 해결해볼까’라는 질문이 시작된 날이었죠.”

안지혜 대표가 인터뷰 중 웃고 있다.

안지혜 대표가 인터뷰 중 웃고 있다.

그때부터 주변 친구들을 인터뷰했다. 생리대를 주로 어디서 구입하는지, 구입할 때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물었다. 그러다 한 후배의 얘기를 듣게 됐다.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학창시절에 못 샀던 시절이 있었어요. 휴지를 쓰거나 보건소에서 생리대를 받아서 썼는데 아마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큰 충격을 받았다. “저에게는 화장실에 늘 있는 용품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구입할 수 없는 것이었던 거예요. 생리대 없을 때의 찝찝함과 곤란함을 잘 알잖아요. 비싸다고 못 살 제품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해외 상황을 살펴보니 오히려 개발도상국에서는 생리대 지원 사업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정부 지원 사업도 없었고 기업에서도 대량으로 주는 단발성 이벤트만 있었다. “그때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어서 사회적 기업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안 대표는 서울산업진흥원(SBA) 지원 사업에 합격했고 준비 끝에 2016년 3월 사업자등록을 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박스를 구입하면 다른 한 박스는 저소득층 여성에게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을 보면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직감했다. 펀딩이 끝나고 5일 후 ‘깔창 생리대’ 이슈가 터졌고 언론에 ‘이지앤모어’라는 기업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사이트 유입량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매출이 늘면서 더 많은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는 “이제 마음 놓고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받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였다. 한 지자체에서 월경용품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해왔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때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이런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도 힘들 때마다 그 메시지를 꺼내 보곤 합니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빠지기 시작했다. 생리대는 필수품인데 한 번은 기부를 결심해도 두 번은 쉽지 않았다. 좀더 여성들의 월경 고민이 무엇일지 집중했고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이 큰 불편이라는 걸 깨달았다. ‘월경용품 선택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해외 시장을 검색해보니 당시에는 생소했던 월경컵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월경컵을 수입하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았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실험 결과가 있어야 했다. 수소문 끝에 해외 학술지 논문을 찾았다. 이렇게 들어온 제품이 국내 최초 식약처 허가 제품인 ‘페미사이클’이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월경컵을 제작하면서 이지앤모어 사이트에서 다양한 월경컵을 비교할 수 있다.

안지혜 대표가 ‘월경컵 수다회’에서 탐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안지혜 대표가 ‘월경컵 수다회’에서 탐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일정 포인트가 기부 포인트로 적립되면서 저소득층 아동들에 대한 기부 모델도 유지하고 있다. “‘이지앤모어’를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가장 큰 문제가 월경용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저희의 고민은 어떻게 매출을 올리느냐가 아니라 ‘더많은 여성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까’입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고객들이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 매달 20~30% 정도 사이트 유입량이 늘고 있다. ‘이지앤모어’의 뉴스레터를 받는 이용자만 9000명이 넘는다.

안 대표는 월경과 월경용품에 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브랜드, 가격대별로 피부에 닿는 재질, 포함된 고분자흡수체의 그램(g) 수가 다르다. 그 수에 따라 흡수가 잘 되느냐 아니냐가 갈린다. 같은 유기농 면이라도 고분자흡수체의 양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찾기 어렵다. 작은 기업 차원에서 하기는 쉽지 않은 연구들이다. “고객들께 다양한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해도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카더라’가 돼요. 끝에는 항상 ‘더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해야한다’고 말하게 됩니다.”

하반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를 줬을 때 월경이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에디터들이 직접 월경 일지를 쓰며 몸의 변화를 체크해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여성 건강 플랫폼’이 되는 꿈을 꾼다. “지금은 월경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여성들이 생애주기별로 겪는 다양한 현상, 임신·출산·완경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는 여성 건강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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