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애기’ 모으고 사진 찍는 ‘쓰레기 덕질’ 들어보셨어요?

최유진 인턴PD
’쓸애기’ 모으고 사진 찍는 ‘쓰레기 덕질’ 들어보셨어요?

‘기후 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다. 남의 일도 아니고, 지구에 사는 누구라도 당면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라는 스웨덴 학생이 1인 시위를 한다는데, 내 주변에서 뭔가 바꿔 보려고 해도 딱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 혼자 한다고 뭐 달라지겠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들을 주목해 보자. 일상 속에서 쓰레기(애칭 ‘쓸애기’)를 모으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보자고 모인 사람들, 쓰레기 덕후들의 모임 ‘쓰덕’이다.

지난 2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쓰덕(쓰레기 덕질) 멤버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씽, 최지, 올삐 / 최유진 인턴PD

지난 2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쓰덕(쓰레기 덕질) 멤버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씽, 최지, 올삐 / 최유진 인턴PD

지난 23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쓰덕’ 멤버인 씽, 최지, 올삐를 만났다. 쓰레기 덕후들은 온라인에 쓰레기가 없는 ‘가상마을(쓰레기덕후의 가상마을 https://zero-waste.parti.xyz)’을 만들었다. IT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씽은 “원래는 한 직장의 사내 동아리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어떤 분이 영국의 ‘아버포스(Aberporth)’라고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마을의 사례를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걸 보며 우리끼리 ‘한국에는 이런 마을이 만들어지려면 멀었겠죠?’라며 낙담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버포스처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의 마을을 온라인에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상마을에서 이들은 ‘쓰레기 덕질’을 한다. 내가 어떤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지 돌아 보는 ‘쓰레기 관찰기’가 올라오고,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한 방법들이 공유된다.

지난해 5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뒤 쓰덕들은 가장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커피컵’에 집중하기로 했다. 재활용률이 5%도 안 되는 테이크 아웃 커피컵의 회수율을 높이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일회용컵의 자원화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플라스틱 컵 어택 캠페인’이 시작됐다.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을 돌며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모니터링을 하고, 직접 거리를 돌며 플라스틱 컵을 주워 해당 매장에 돌려줬다. 쓰레기 생산자인 기업들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회수율이 85%인 빈 병처럼 일회용 컵에도 보증금을 매기는 것이 효과적인 제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기로 했다.

“저희가 직업으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실패가 별로 없어요. 하고 싶은 데 못한 일, 하려고 했는데 아직 안 되고 있는 일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하다보면 언젠가 더 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고 제가 그 두번째 사람을 밀어주면 되니까요. 실천을 완벽하게 하는 전문가들이 모였다기보다는 되게 어설픈 사람들이 모여서 ‘미안해 잘 안되더라’ 이런 얘기들을 하며 지내요” 씽의 말에 다른 쓰덕들이 웃었다.

활동 1년 차인 직장인 올삐는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즐거운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하는 게 쓰덕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주변에 쓰덕을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는 쓰덕 활동이 더 이상 신기해지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고 했다. 최지도 “내가 하는 실천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하는 허무함이나 우울감들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편한 게 좋은거지’ ‘싼 게 좋은거지’라는 관점이 바뀌어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언가 지구를 위해 행동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당장 주변부터 돌아보면 어떨까.

쓰덕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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