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박’이 된 가족 간 노인돌봄읽음

이혜인 기자
[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여성 독박’이 된 가족 간 노인돌봄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늙고 병든다. 언제까지나 젊을 것만 같았던 나의 부모, 배우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40~50대에, 이르면 30대에 ‘노인돌봄’이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91.9%가 가족으로부터 수발을 받고 있었다.

아픈 노인을 가족 내에서 누가 돌보는가. 가족 내 노인 ‘주돌봄자’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왜 돌봄을 전담하게 됐는지 물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 박사 등이 수행한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보면, 가족 내에서 주돌봄자를 맡게 된 구성원은 노인과 함께 살아왔거나(29.0%),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19.5%) 주돌봄자가 됐다고 답했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자녀 중 맏이라서’(14.6%), ‘다른 가족들이 모두 일하고 있거나 나 아니면 돌볼 사람이 없어서’(10.2%)라고도 했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 중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돌봄자가 된다.

노인 92%, 가족들이 수발
‘주돌봄자’ 역할 85%가 여성
며느리·딸·배우자 순 많아

하지만 가족 내 위치와 성별을 살펴보면 주돌봄자가 되는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연구진은 “현재 주돌봄자로서 돌보고 있는 노인과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을 추가로 던졌다. 딸(35.0%)과 며느리(36.7%)가 70% 이상이었고, 다음으로는 배우자(15.6%), 아들(11.0%) 순이었다. 돌봄전담자의 85%가 여성이었다.

장남·친자식보다도 ‘여성’이라는 점이 주돌봄자가 되는 데 주요하게 작동했다. 문 박사는 “우리 사회는 가족 내에서 누가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지 합의한 적이 없는데,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가족 내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여성들이 노인돌봄을 전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돌봄=여성의 일’ 통념 작동
가족 내 약자가 ‘전담’ 현상

연구진이 만난 주돌봄자들은 힘듦 그 이상의 고충을 토로했다.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29.0%),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32.2%), ‘노인을 돌보지 않는 다른 가족들에게 화가 난다’(27.0%)고 했다. “제 인생이 긴 줄을 곡예하듯이 가고 있다” “노인을 돌보다 함께 죽는 이들이 이해가 된다”며 아슬아슬한 심리상태를 토로한 사람들도 있었다. 노인돌봄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혼자서 떠맡기에는 가혹한 ‘고행’이다.

주돌봄자들은 ‘노인돌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국가의 책임이 평균 54.0%로 개인보다 크다고 답했다.

■ 아이에 부모까지 ‘이중 돌봄’ 매인 여성 “나를 돌볼 새가 없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돌봄 전담, 50대 이상 77.8%
“장남이라고 부양 맡기거나
올케에게 미루고 싶지 않아
사이 나빠질까봐 요구 안 해”

가족 내 노인을 전담해 돌보는 사람의 다수(77.8%)가 50대 이상이다. 본인도 돌봄을 필요로 할 나이가 되었지만, 자기 자신을 돌볼 작은 여유도 가지지 못한 채 가족을 돌본다.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6.3일, 하루에 약 7.7시간을 노인돌봄에만 쓴다. 직장생활에 준하는 장시간 ‘노동’이지만, 돌봄가정의 3분의 2는 외부 서비스·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가족이 전적으로 노인을 돌보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차승은·강은혜 박사 등은 가족이 짊어지고 있는 노인과 아동 돌봄의 어려움을 파악해 돌봄과 관련된 정책 제안점을 내놓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약 11개월 동안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노인·아동 돌봄 전담자 1000여명(각각 500여명)을 설문조사하고 이 중 100여명을 심층인터뷰해서 돌봄시간, 돌봄노동의 종류, 심리상태 등을 파악했다.

이들이 들여다본 노인돌봄은 홀로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었다. 특히 본인 외에 전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외동 자녀의 경우에는 돌봄으로 인한 재정적·정신적 부담을 크게 받고 있다. 도움을 받을 가족이 없어 직장일과 노인돌봄을 병행하던 최장수씨(50대 남성·가명)는 “안 미친 게 다행”이라며 심리적·재정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가족 구성원이 많다 해도 모두가 돌봄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돌봄 전담자의 성별은 남성 15%, 여성 85%로 대부분 여성이었다. 처음에는 돌봄 대상자인 노인의 배우자가 돌보기 시작하다(64.8%), 자연스럽게 딸과 며느리(71.7%)에게 넘어왔다. 여성들은 아래로는 아이돌봄, 위로는 노인돌봄을 하는 ‘이중돌봄’을 흔하게 겪는다.

연구진이 심층인터뷰한 노인돌봄 전담자의 사연들에는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 위는 부모님, 아래는 자식들…나를 돌볼 사람은 없다

“돌봄과 내 인생을 병행해야 하잖아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마치 긴 줄을 곡예하듯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년 전 김지혜씨(50대 여성·가명)의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봤다. 가끔씩 부모님 집에 갈 때마다 주방 주변에 쌓여 썩어가는 음식물의 양이 늘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해 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직장을 다니면서 청소년기 아이들을 케어하고 부모님도 돌봐야 하는 ‘과중한 로드’에 직면했던 상황”이지만,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지난 세월은 ‘선잠 10년’이다. 치매 중증인 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면 “소변 보시고 주무시자”는 말을 20번 반복하며 달래는 것으로 그의 밤이 시작된다. 잠들기 전 대소변이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어머니가 용변을 아무 데나 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반성도, 협조도 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면서 “인간적 실망감, 난감함, 화남”이 몰려오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씻겨드리고 다시 잠을 청한다.

장남인 동생에게는 일부 돌봄비용 외에는 부모 부양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다. 김씨는 “장남이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올케에게 이걸 미루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한창 수험생활을 할 때 잠시 동생에게 부모님을 보냈는데, 뭐가 필요한지 몰라 계속 전화를 했다. 주말에 가끔 맡길 때 눈치가 보였다. “미묘하게 사이가 안 좋아질까봐 더 요구를 안 하게 됐다”고 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3시간짜리 목욕서비스 같은 것을 이용하며 가끔 숨을 돌린다.

곡예하듯 위태롭던 일상은 2년 전 큰 위기를 맞았다. 집안일도 모자라 직장에서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나는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이 심하게 와 1년 정도 약을 복용하며 겨우 버텼다. 김씨는 “어느 날 대변을 보고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엄마를 보면서 이상한 배신감이 들었다”면서 “돌봄 때문에 정신적으로 이상이 오고, 더 나아가 돌보는 부모를 학대까지 하는 상황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김씨는 딱 2~3년만 엄마를 더 돌보고 요양시설로 보내자는 스스로의 데드라인을 정해둔 상태다.

“30~40대 20년 동안 아이를 돌보다가 이제는 부모돌봄으로 이어졌어요. 하지만 제 인생도 있잖아요. 나한테도 데드라인을 주고 싶어요.”

■ 외동아들의 돌봄 ‘회사냐, 돌봄이냐’

외동 자녀, 재정·정신적 부담
“간병인 비용 엄두 안 나 사직
6개월간 정신 망가지는 경험”
정부 요양보호사 제도 허점
“거동 아예 못하는 사람 위주”

2년 전 최장수씨의 어머니가 입원했다. 패혈증이었다. 3개월간의 어머니 병간호가 끝날 때쯤 아버지가 디스크 수술을 하면서 입원했다. 최씨는 그때 6개월을 꼬박 병원에서 살았다. 외동아들인 데다 비혼인 최씨에게는 짐을 나눠 질 형제도, 아내도 없었다. 하루에 10만원이 넘는 간병인 비용은 감당할 수 없어 엄두도 못 냈다. “하던 일 포기하고 가서 대소변 다 받아내고, 들어서 옮기고, 눕혀서 돌리고, 식사 나오면 떠먹이는” 일을 6개월 동안 혼자 했다. 최씨는 그때를 “그렇게 하면 사람의 정신이 망가지는” 시기로 기억한다.

퇴원은 장기돌봄의 시작점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큰 수술을 마친 80대 노인 두 명은 마치 갓난아기 같았다. 집에 두고 멀리 나갈 수 없었다. 유통업을 하던 최씨는 1년 동안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 병원비만 1억원이 넘게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업을 하던 사람은 망해야 하는 거고, 직장을 다니던 사람은 그만둬야 하는 거예요. 저는 형제가 없다보니 더더욱 답이 없어요. 경제적인 부분은… 절망이에요. 안 미친 게 다행이에요. 심리치료 이런 얘기도 많은데, 그건 뭐 돈 안 듭니까?”

그렇게 1년을 지내니 36이던 바지 사이즈가 32까지 줄어들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인터넷을 뒤지고, 주민센터에 가서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찾아봤다. 아버지만 장기요양 3등급을 받았다. 주 5회, 하루 3시간씩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 요리·빨래 같은 가사를 해주고 간다. 잠깐 숨은 돌릴 수 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최씨는 “요양보호사 제도는 딱 누워서 꼼짝 못하는 사람 위주로 된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집 있고 자식 있잖아요. 별로 없어요.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본인처럼 혼자 부모를 돌봐야 하는 외동딸, 외동아들을 보면 “(나처럼 돌봄 독박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많이 낳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정부에는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의 일상이 어떤 상황인지 좀 들여다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식이 혼자 있는 집과 여럿이 있는 집은 상황이 100% 달라요. 여기서 더 나빠지면 별수 없어요. 집 하나 있는 거 팔아 두 분 다 요양원 보내고 저 혼자 고시원 가서 살아야죠.”

■ 언니·나·엄마…여성들만의 돌봄

안지영씨(40대 후반 여성·가명)의 어머니는 15년 전부터 남편을 돌보기 시작했다. 뇌병변장애, 디스크, 파킨슨병 등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아버지는 점차 혼자서는 물도 마시기 힘든 상태가 됐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아빠를 집에서 모시려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아빠를 돌보면서 휠체어 같은 무거운 걸 들다보니 관절이 안 좋아져서 수술을 받게 되셨거든요. 결국 아빠를 요양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장녀인 언니, 셋째인 안씨, 엄마 이렇게 세 사람은 ‘돌봄공동체’로 살아왔다. 정서적인 지지, 물리적인 돌봄, 요양원 비용은 모두 세 사람이 나눠 졌다. 장남인 오빠는 이 ‘돌봄공동체’에 속해 있지 않다.

“오빠랑 새언니는 요양병원에 한 달에 한 번도 안 오는 경우가 많아요. 본인들의 경제적인 문제도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금전적인 요구를 할 수도 없어요. 며느리한테 도움을 바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다만 오빠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어머니에게 이런 마음을 토로하자 어머니는 “지영아, 너는 네가 아빠 보고 싶어서 가는 거잖아”라고 했다. 그 말은 서운했다. 안씨에게 돌봄은 기꺼운 희생보다는 부모에 대한 의무에 가깝다. 각종 요양서비스를 알아보고, 간병인에게 잘 봐달라고 립스틱이나 화장품을 챙겨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요양병원에 가는 것은 자신의 삶을 뒤로 밀어놓는 희생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 적다고 하지만, 저희 삶의 리듬을 볼 때 사실 쉽게 뺄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에요. 희한한 게 아픈 사람은 안 보면 안 볼수록 마음이 편해요. 나빠지는 게 안 보이니까….”

언니가 없었으면 돌봄의 짐은 버틸 수 없이 무거웠을 것이다. 언니는 요양병원 비용 외에도 부모님의 생활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여유가 있어 부모님을 돌보는 것은 아니다. 안씨의 언니는 비혼이라 본인을 돌봐줄 가족이 없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 직장에서의 고용안정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안씨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결혼을 안 한 언니가 장녀로서 자기가 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머니의 돌봄도 안씨의 언니 몫이 될 것이다.

■ “한국 사회, 돌봄의 주체 두고 합의는커녕 이야기해 본 적도 없어…여성의 일로 당연시”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문현아 박사 인터뷰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만난 문현아 박사는 “우리 사회는 ‘힘든’ 돌봄을 누가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며 “돌봄이 평가절하되고 여성의 일로만 여겨지면서 가족 내 여성들이 나눠 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만난 문현아 박사는 “우리 사회는 ‘힘든’ 돌봄을 누가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합의한 적도 없다”며 “돌봄이 평가절하되고 여성의 일로만 여겨지면서 가족 내 여성들이 나눠 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원래는 노인이나 아동을 돌보는 가족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시작한 연구였는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정부가 장기요양서비스 등 돌봄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음에도 돌봄가족들의 삶은 ‘24시간 풀케어’가 기본이었어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문현아 박사는 지난 1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돌봄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말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가족들이 다 떠맡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가족을 돌보다가 깊은 우울감을 겪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었다고 느끼면서도 가족을 돌봤다.

문 박사는 가족 구성원들 중 ‘여성’이 노인돌봄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장남·친자식보다 비혼여성과 며느리가 돌봄 전담자로 우선 투입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100세가 넘는 시어머니 돌봄을 20년 가까이 전담해온 며느리, 일이 너무 힘들어 직장을 그만뒀는데 가족 내에서 누구도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해 다시 시어머니 돌봄에 투입된 며느리를 만났다. 오빠는 돌봄비용조차 거의 내지 않는 상황에서 비혼인 딸과 결혼한 딸이 부모 돌봄을 전담하는 가정도 보았다.

“한국 사회는 누가 이 힘든 돌봄을 해야 하는지 합의는커녕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없어요. 한 세대 전까지는 며느리가 ‘당연히’ 해왔던 일이죠. 하지만 돌봄이 평가절하되고 여전히 여성의 일로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변하지 않으니 시대가 바뀐 지금도 결국 가족 내 여자들이 나눠서 맡고 있는 겁니다.”

한국 남성들 긴 노동시간도 원인
전업주부에게 ‘시간 많다’ 맡기고
다른 가족은 돈 내면서 책임 때워


문 박사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남성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돌봄에 참여할 시간 자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자녀교육에도 참여하지 못하는데 노인돌봄에 참여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문 박사는 “‘전업주부라 시간이 많으니까’라면서 여성에게 돌봄을 맡기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돈만 내면서 책임을 때우는 듯하는 구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정부 돌봄서비스 시간 확대해야
‘무급 돌봄’ 아닌 돌봄의 ‘사회화’


문 박사는 “우선은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서비스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만 돌봄 때문에 온 집안이 다 망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가족의 돌봄노동 강도를 덜어주기 위한 차원만이 아니다.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측면 때문이다. 문 박사는 “인터뷰하면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돌보는 일이 굉장히 가치 있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무급 돌봄 전담자인 가족들 중에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문 박사는 “어린이집 학대에는 너무나 분노하면서도 가족 내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분노하는 측면을 보면 한국 사회는 제3자가 돌봄을 제공하는 부분에 아직까지 닫혀 있는 것 같다”며 “친밀감이 혈연 중심으로만 형성되는 사회 분위기가 변화해야 돌봄의 사회화가 이뤄지고 국가가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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