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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도 병입니다” 폭토·거식증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

최유진 인턴PD
[영상]“섭식장애도 병입니다” 폭토·거식증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이 새로운 콘텐츠 시리즈 ‘무엇이든 들어드립니다’(이하 무들무들)을 선보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산후 우울증. 10대 시절을 괴롭혔던 학교 폭력. 늪과 같아서 스스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알코올 중독. ‘무들무들’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질병과 중독의 경험을 극복한, 혹은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한편, 영상을 보는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죄책감이 심해서 내가 환자라기보다는 차라리 범죄자로 느끼는 것에 가까웠어요. 나는 아프고,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의지의 문제다’, ‘의지박약이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 공포스러웠어요.”(웹툰작가 라미, 폭식증 8년)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왜 의지가 없어 낫지 못하냐’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섭식장애’는 ‘병’이라기 보다는 다이어트의 일종으로 취급돼왔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오랜 기간 섭식장애를 앓았던 유튜버 이진솔씨(27)와 웹툰작가 라미씨(가명)가 경험한 섭식장애와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4년, 8년. 진솔씨와 라미씨가 섭식장애를 앓았던 기간이다. 인생의 절반 혹은 20대의 대부분을 거식증(음식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증상)과 폭식증(짧은 시간 내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증상)을 반복해 온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진솔씨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환자분들은 마르거나, 뚱뚱한 분들이 많다 보니 오해가 쌓인 것 같아요. 정상 체중의 보통 체격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섭식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마르지 않아 주변에서는 이들이 병을 앓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모든 섭식장애 환자가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대표적인 섭식장애의 증상이지만 발병 원인은 생물학적 원인부터 심리적 불안이나 강박, 사회·문화적인 영향까지 다양하다.

진솔씨도 처음부터 다이어트가 목적은 아니었다. 중학생 때부터 14년간 섭식장애를 앓아온 진솔씨는 가정 폭력과 부모님과의 불화를 병의 원인으로 꼽았다. 스트레스가 심해 밥을 먹고 나면 약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자, 학교 보건 선생님은 진솔씨에게 ‘너무 힘들면 토를 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처음 구토를 하고)쾌감을 느꼈어요.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속이 비워지니 걱정이 비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후 진솔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빠지자 주위에선 ‘살 빠지니 예뻐졌다’고 했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이’에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아이’가 된 진솔씨는 다이어트 강박까지 갖게 됐다. 섭식장애를 인지하고도 오랫동안 극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

유튜버 이진솔 씨(27)와 웹툰작가 라미 씨 (왼쪽부터)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최유진 인턴PD

유튜버 이진솔 씨(27)와 웹툰작가 라미 씨 (왼쪽부터)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최유진 인턴PD

반면 라미씨는 다이어트가 섭식장애의 발단이었다. 세 살 무렵부터 ‘여자애 배가 저게 뭐냐’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라미씨는 평생을 외모 평가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유일하게 뚱뚱해도 괜찮았던 고3 시절이 끝나고 대학교에 들어가니 발가락 털, 종아리 알, 허벅지 굵기, 손가락 털, 인중 등 부위별로 외모 지적을 당했어요. 그런 말을 계속 들으니 연애나 학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외모 탓을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우연히 술을 마시고 한 구토에서 희열을 느끼면서, 폭토(폭식하고 구토함)를 시작하게 됐다.

섭식장애를 겪으며 이들의 일상은 망가졌다. 심할 때는 물만 먹어도 토를 했다. 중학생이었던 진솔씨는 쉬는 시간마다 토를 하기 위해 화장실을 갔고, 라미씨는 더 이상 구토가 나오지 않으면 칫솔로 목을 찌르기도 했다. 하지만 토를 한 뒤에는 죄책감에 하루 4시간씩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 역시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겪는 정신적 강박의 일종이다. 매일 손가락을 넣어 토를 하느라 손에는 물집이 잡혔고, 눈은 충혈됐으며, 침샘은 부어 올랐다. 진솔씨는 “픽픽 쓰러지고 경련이 일어나서 무언가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며 “3년 연속으로 대상 포진을 앓을 정도로 면역력은 바닥이었다”고 말했다.

아무에게도 증상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은 섭식장애의 또 다른 괴로움이었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이야기를 할 곳이 없으니 우울증과 무기력증도 따라왔다. 라미씨는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아프고, 고통받고 있는데 ‘아프다’라고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의지의 문제다’, ‘의지박약이다’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공포스러웠어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공포였죠.”

섭식장애에 대한 편견은 이들을 진료를 한 의사조차도 가지고 있었다. 섭식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방문했던 진솔씨는 의사에게 “말랐는데 왜 살을 빼려고 하느냐”며 “약(식욕 촉진제)만 잘 먹으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의사는 왜 이 병을 갖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결국 진솔 씨는 섭식장애 관련 치료는 받지 못했다.

섭식장애는 정신질환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확인된 섭식장애 환자 수는 3만8469명이다. 10대 여성 청소년 가운데 거식증과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는 2017년 625명에서 2018년 693명으로 늘었다. 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치료할 기회를 놓치게 되면 우울증과 강박증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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