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병원 이용 풍경
치과 찾아도 발열 등 체크
동네병원 직행 어려워져
대형병원 등 집단감염 우려
‘무조건 입원’도 감소 예상
코로나19 유행 후 병원 이용을 자제하던 박모씨(32)는 최근 몇달 만에 치과에 방문했다.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 금지’라고 쓰인 문을 지나 들어가서 진료까지 꽤 긴 시간을 기다렸다. 방문자 명부에 주소지와 전화번호를 적고 해외여행력 여부, 집단감염 관련 장소 방문 여부를 체크했다. 간호사는 박씨에게 어떤 증상으로 방문했는지, 두통·오한·기침 등 호흡기 질환 증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 진료접수를 마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병원 이용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병원 이용 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동네병원으로 직행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어떤 질환으로 방문하든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확인받은 후에야 진료받을 수 있다.
기침, 콧물, 발열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호흡기 질환의 경우 병원 이용 절차가 더 까다롭다. 증상이 심하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먼저 문의해야 하고, 혹시 모를 원내 감염에 대비해 전화상담으로 진료·처방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병원에 갈 경우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국민안심병원’으로 가는 편이 좋다.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 질환 환자의 병원 방문부터 입원까지 진료 전 과정에 걸쳐 다른 질환 환자와 동선을 분리해 진료하는 병원으로, 전국에 총 329곳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와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는 가을철을 대비해 호흡기 증상 환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운영할 계획이다. 먼저 공공기관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500곳을 운영하고, 이후 민간 병원 신청을 받아 500곳을 추가해 전국에 총 1000곳을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병원 입원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적은데도 간호와 요양 필요성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요양병원 등 많은 환자가 모여 있는 시설이 감염병 확산의 취약고리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병원에 입원이 몰리고, 문병객들이 드나들던 문화는 벌써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주요 대형병원은 보호자 1인 외의 다른 사람이 병실에 올라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원래 병원은 감염의 위험 때문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면 안 되는 곳인데, 한국은 직접 찾아가서 성의 표시를 하는 문병 문화로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며 “유행이 끝나더라도 앞으로 병원 내 감염관리 수준이 올라가면 문병 문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