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짧은 숨의 기록

(상) 아동학대 사망 중 가장 높은 비중 차지하지만…통계에 안 잡힌 ‘영아 사망’ 더 많아

조문희·김희진·탁지영·조해람·오경민 기자

전문가 “영아는 모든 학대가 죽음 이어질 수 있어…매번 사례 점검 필요”

[짧은 숨의 기록](상) [단독]아동학대 사망 중 가장 높은 비중 차지하지만…통계에 안 잡힌 ‘영아 사망’ 더 많아

영아의 죽음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아동학대 사망자 중 영아가 가장 많지만 정확한 실태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영아란 통상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을 지칭하는 용어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내놓은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2018년 학대로 사망한 영아는 18명이다. 2018년 전체 아동학대 사망자 28명 중 64.3%를 차지한다.

실제 학대로 사망한 영아의 수는 공식 통계보다 많다. 경향신문이 영아의 사망 일시를 기준으로 2018년 1월1일부터 2020년 7월31일까지 언론보도와 판결문, 무연고 장례 시행 목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2년7개월 동안 영아 학대 사망은 54건에 달했다. 언론보도에서 40건, 판결문에서 22건, 무연고 장례 시행 8건을 종합해 70건으로 정리한 뒤, 중복된 16건을 제외한 수치다.

판결문은 법원 홈페이지 대국민서비스에서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이용해 확보했다. ‘영아 학대 & 치사’ ‘영아 & 살해’ 두 가지를 검색 키워드로 활용했다. 언론보도는 포털사이트 뉴스페이지에서 3개 통신사 위주로 ‘아동+학대+사망’ ‘영아+사망’ ‘자녀+살해’ 검색어를 이용해 찾았다. 중상해 등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은 학대는 제외했다. 무연고 사망 영아 목록은 서울시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서 확보했다. 서울시 외 지역 사례는 포함되지 않아, 학대로 사망한 무연고 영아의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54건 중 2018년 사망 건을 ‘2018 주요 통계’와 비교했다. 이 통계는 2019년, 2020년 정부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근 발간된 공식 통계다. 2018년 학대 사망 사고는 모두 26건 이었다. 복지부의 2018년 통계(18건)보다 8건 많다. 그해 학대로 사망한 영아 중 절반 이상(14건)은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었다. 6개월 이상 생존한 영아는 8명에 불과했다. 사망 및 시신 발견 장소를 보면 12명이 집 안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14명은 헌옷 수거함, 여행용 가방, 건물 옥상, 골목길, 야산, 공사장 화장실 등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가해자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8명(22건·84.6%)이 친부모였다. 만 18세 미만 아동학대 전반을 다루는 정부 통계는 영아 등 특정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 사망 장소·원인 등을 분석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학대로 사망한 영아 관련 통계 사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영아들은 돌아다니지 않다 보니, 옆집에서 우는 소리 외에는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학대가 있어도 스스로 신고하거나 주변에서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버려져 사망한 영아의 경우 부모를 찾지 못해 문제다. 이들이 죽은 뒤 발견되는 만큼 부모 증언 등을 통해야 학대 정황을 인식하기 쉽지만 출생 등록조차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이 검안·부검 등을 거쳐도 학대를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아의 특성상 먹을 걸 주지 않는 등 방임으로 죽음에 이르게 해도, 이들이 방임 학대로 사망한 건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학대 통계에서 놓치는 영아가 많다”고 말했다.

수사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손발이 맞지 않아 통계에서 누락되는 사건도 있다. ‘2018 주요 통계’에는 “사망 아동 통계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라며 “수사기관을 통해 신고되고 진행된 사건은 제외될 수 있다”고 서술돼 있다. 수사기관이 학대 사망이라 판단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지 않으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신체 학대 등 부모나 주변인이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해서 죽는 영아가 있는가 하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영아의 경우 모든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아동 사망 시 의료적 원인이 아니라면, 매번 사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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