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다니기 좋은 도시, 활력도 높다

주영재 기자
자전거를 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9월 16일(현지시간) 시 중심부의 프리드리히스트라세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베를린시는 이 거리의 차량 출입을 금지했으며, 최고 속도도 시속 1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전거를 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9월 16일(현지시간) 시 중심부의 프리드리히스트라세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베를린시는 이 거리의 차량 출입을 금지했으며, 최고 속도도 시속 1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은 자전거 인기를 한층 높였다. 하지만 친환경 녹색 도시를 내세우는 선진 도시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다. 체중 감량 효과도 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도 막을 수 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차량 진입이 금지된 도심 지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자동차 없는 도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2년 사이 약 700개의 주차공간을 없앴고, 대신 자전거도로와 작은 공원, 쉼터를 만들었다. 프랑스 수도 파리도 비슷하다. 사회당 출신의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차량 통행량이 많은 시내 주요 도로 일부를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다. 자동차 주차장을 자전거 정류장으로 바꾸고, 모든 파리 시내 도로에 안전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했다. 덕분에 파리의 자전거 통행량은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안전한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면 자전거 이용은 자연히 늘어난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독일 뮌헨 등 자동차 운행 속도를 30㎞로 제한하는 도시도 늘고 있다. 속도를 줄이면 차도 폭을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넓힐 수 있다.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는 1990년대 초부터 차량에 사치세 40% 부과, 연료소비세 인상 등으로 승용차 이용을 억제했다. 대신 자전거종합계획을 세워 출퇴근 시 자전거 이용자의 세금 환불, 도난방지 및 편의시설 확충 등 자전거 이용을 장려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은 36%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들 선진 도시의 자전거 정책은 도시의 주인공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도시의 거리는 아이들이 자동차에 치일 우려 없이 마음껏 뛰놀고, 사람들이 만나고, 야외 식당에서 식사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강조한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많아지면 이동이 느려지면서 그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운영·보행교통연구팀 팀장은 “차로 지나가면 상가를 볼 여유가 없는데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면 잠깐 들러서 사람을 만나거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을 수도 있다”면서 “자전거나 보행이 활성화된 도시는 관광이나 상업 활동이 활성화되고 도시의 활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도시 규모가 작고 평지가 많은 유럽과 한국, 특히 서울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역에서 내려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에서 소위 ‘역세권’의 반경이 좀 더 넓어지는 의미가 있다”면서 “먹세권이라고도 하는 식당의 접근성이 넓어질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주변 맛집으로 쏠림 현상이 강화될 수 있어서 하나의 방향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양승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의 경우 대중교통 환승 체계가 잘 갖춰진 것이 역설적으로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약 2%)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봤다. 환승 비용이 비싸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반례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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