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명 교수 “환경방사선 측정, 구멍이 많다”

주영재 기자

백도명 서울대 교수, 현재 방사선 피폭 측정 한계점 지적

‘원전 주변에는 암환자가 많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정이다. 이런 주장이 제대로 검증된 적은 드물다. 방사선 노출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도 유일무이하다. 하지만 애초에 방사선 노출 현황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월성원전 부지에서 삼중수소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듯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 규모가 과소평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저선량 방사선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건강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관련 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원전 5㎞ 이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했다. 결론은 ‘원전 방사선과 주변 주민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이다. 조사에서 원전 주변 지역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암종이나 성별에서 동일한 경향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성을 부정했다.

당시 연구는 조사 전에 암이 발생한 사람을 제외했다. 원전의 영향이 과소평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긴 것이다. 조사 이후에도 원전 주변 건강 영향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2014~2015년 후속연구가 진행됐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였다. 후속 연구결과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은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로 바뀌었다.

원전 방사선과 암 발병 간의 연관성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시행하는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영향조사가 그 시작일 수 있다. 환경부는 원안위, 산업부 등과 협력해 사업장에서의 방사선 노출 수준을 확인할 계획이다. 마을 주변 대기·수질 등의 환경과 주민들의 체내 방사성물질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혈액에서 염색체 이상빈도도 조사한다. 2월 1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백도명 교수를 만나 현재의 방사선 피폭 측정의 한계점과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출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월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월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기존 연구와 후속 연구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맨 처음에 누구를 조사할 지 선택이 왜곡되면 여러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978년 고리 상업 운전 이후 조사 시점 사이에 벌써 15년의 시간차가 있다. 방사선 노출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되는데 조사 대상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미 암이 있던 사람은 제외했다. 어떻게 보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건강한 사람만 포함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해 그 안에서 비교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원전 주변지역에서 갑상선암은 유의하게 증가했고, 그 외 방사선에 민감한 암도 방사선에 민감하지 않은 암에 비해 훨씬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존 연구가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 원인을 해석하면서 과다검진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원전 주변지역 검진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과 관련한 환경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 잠정적 결론이었다.”

-기준치 미달이라는 이유로 인과관계가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 방사선 노출 수준이 꽤 낮게 보고된다. 굉장히 구멍이 많다. 1978~1979년 웨스팅하우스의 지원을 받을 땐 영어로 보고되는데 1980년 이후 4년간은 계산을 못 해 공백이고, 1984년부터 다시 수치가 나오는데 근거 자료가 붙질 않는다. 1979년, 1993년 등 몇개 연도 자료에선 굉장히 방출량이 높게 나온다. 피폭선량을 추정하는 한국형 프로그램이 80년대 말 나오지만 한 번에 제대로 만들 수 없어 90년대 말 바꾸고, 2000년대 다시 수정됐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바뀌면서 이전 자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불분명하다. 옛날로 갈수록 자료가 없거나 이상하다는 걸 감안하고 노출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나.

“2015년 독일에선 방사선에 민감한 그룹인 어린아이들, 그리고 제일 민감한 조직인 골수에서 생긴 백혈병이 원전 반경 5㎞ 이내에서 더 높게 발병한다고 확인됐지만, 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선량 계산이 잘됐다 싶은 미국·영국·프랑스 몇개 나라를 묶어서 보면 100밀리시버트(mSv) 이하에서 암 발생이 100mSv 이상일 때와 똑같은 기울기로 증가하는 걸 볼 수 있다. 저선량에서도 암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증거로 어린아이가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백혈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T는 적으면 몇밀리시버트에서 많으면 10밀리시버트로 올라가는 양이라 100미리시버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데 그 정도에서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에서도 어렸을 때 엑스레이를 찍었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차이가 보인다는게 보고됐다.”

-아이들이 특히 민감한 이유는.

“세포 분열이 많은 조직이 비교적 방사선에 민감하다. 방사선에 쪼였을 때 세포가 분열하고 있으면 그때 DNA가 망가지고, 미처 복구되기 전에 세포분열을 하면서 망가진 DNA가 분열된 세포 속에 남게 된다. 아이는 성장하다 보니 세포 분열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 비율이 높아진다. 환경부가 새로 조사할 때도 소아암을 눈여겨봐야 한다. 소아 시절 원전 주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기회가 되면 2세의 유전적인 문제점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암이 위험한가.

“갑상선암 자체로 치사에 이르는 비율이 높진 않다. 5년 생존율이 98%로 꽤 높다. 하지만 일부는 사망한다. 또한 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라 갑상선 수술을 받으면 갑상선 제제를 매일 일생 동안 먹어야 한다. 부작용도 있어서 그렇게 쉽게 볼 질병은 아니다.”

-월성에서 누출된 삼중수소를 두고 원자력 학계에선 바나나 6개를 먹을 때 피폭된 양과 같다는 주장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방류를 보는 문제와 같다. 다른 핵종은 어느 정도 제거 가능하지만 삼중수소는 핵종 자체가 물이라 제거가 어렵다. 방출하면 물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해중생물, 사람을 거쳐 높은 수준으로 변한다. 어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른다. 단순히 기준치 미만이니 방류해도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삼중수소로 된 물이 광합성으로 생물체의 내에서 포도당으로 변하고, 세포막을 구성하게 된다. 세포막에 흡수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손상을 줄 수 있다. 염색체 속에 있으면서 헬륨으로 바뀌면 더 큰 문제다. 극히 일부라도 계속 장기간 몸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나나 내의 칼륨(칼륨의 방사성동위원소인 칼륨40)은 유기물과 결합하지 않고 빠져나간다. 삼중수소에 계속 노출될 경우 체내 농도가 높아진다는 증거가 굉장히 많지만 칼륨40의 농도가 높아진다는 증거는 없다. 바나나 칼륨은 몸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 삼중수소와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 기계적으로 선량을 계산하면 실제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를 무시하는 셈이 된다. 바나나 선량’이라는 건 완전히 근거 없는 개념이다.”

-피폭량을 측정하는 데 한계점이 있다면.

“피폭 기준치는 물리적 단위를 생물학적 단위로 바꾸는 작업이다. 핵분열로 방사능이 나와 그 에너지가 조직에 흡수되면서 생물학적 효과가 발생하는 과정을 계산해 변환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핵종이 나오고, 어떻게 인체에 흡수돼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일례로 탄소14(C14)도 유기물의 구성성분이 되면서 문제가 되는데 2012년부터 배출량이 반영된다. 그후 C14로 인해 추정 노출선량이 약 10배 증가했다. 같은 에너지 수준이라도 생물학적 효과가 일정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기계적으로 계산하기보다 우리가 모르는 걸 인정하고 되도록 없애고 낮추는 노력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 일본산 수입 수산물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정부가 제시했던 ‘합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정량적 기준으로 일반인의 피폭선량을 1mSv 이하로 노출·관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WTO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원칙을 우리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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