윅픽

마사지젤이라 쓰고 러브젤로 유통된다?

송윤경·김원진 기자
[윅픽]마사지젤이라 쓰고 러브젤로 유통된다?

‘시크릿 마사지젤’ ‘이너젤’ ‘러브 밸런스 테라피 젤’ ‘프로텍트 젤’….

평범한 마사지젤이 아닌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제품들의 용도를 아시나요? 성교통을 줄이기 위해 쓰는 ‘성 윤활제’(lubricant)입니다. 이런 제품들의 제조·판매사는 용도를 설명하지 않고 ‘#부부젤’ ‘#커플템’ 같은 해시태그나 ‘러브젤 대용으로도 사용 가능합니다’와 같은 설명을 덧붙입니다. 왜 용도를 정확히 표기한 제품이 없는 걸까요. 현재 한국 정부엔 성 윤활제 관리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인체에 사용되는 윤활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내시경과 같은 의료기기를 성기 등에 삽입할 때 쓰이는 ‘윤활제’와 ‘성 윤활제’입니다. 의료기기와 함께 쓰이는 윤활제는 법적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 윤활제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 없습니다. 제조·판매사들은 러브젤(성 윤활제)을 ‘화장품’으로 유통 중인데, 정부의 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상 ‘성관계를 암시하는 표현’은 써 서는 안됩니다. ‘러브젤을 러브젤이라 부르는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입니다.

성관계용 윤활제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안전성 논의는 낄 틈이 없습니다. 제조사의 안전성 홍보 문구를 있는 그대로 믿기엔 불안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안전 기준을 만들어 심사를 한다면 어떨까요? 실제 미국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 윤활제 안전 기준을 갖춰서 일부 제품에 ‘FDA 승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성 윤활제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윤활액의 삼투질 농도는 380mOsm/kg을 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출시돼 있는 성 윤활제의 삼투질 농도는 2000~6000mOsm/kg에 이르기 때문에 WHO는 ‘1200 이하’라는 권고치를 제시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리세린 함량은 9.9% 프로필렌 함량은 8.3% 이하여야 합니다.

러브젤은 질 점막에 흡수되기 때문에 여성의 생식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성 윤활제 유통시장은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러브젤을 방치하는 현상, 여성 생식건강에 무관심한 정부 태도와 과연 관련이 없을까요. 정부는 언제쯤 성 윤활제의 안전 관리 기준을 만들고 규제에 나설까요.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