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사망 급식실 조리원 첫 산재 승인

고희진 기자
박화자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위원(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에서 열린 학교 급식실 직업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화자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위원(왼쪽)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에서 열린 학교 급식실 직업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환기 안 되는 곳 12년 근무
폐암 사망한 50대 조리원
지난 2월 처음으로 산재 인정
뇌출혈·급성 식도염 동료도

노동계, 전수조사·대책 촉구

2018년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원 A씨(당시 54세)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A씨가 12년 동안 일하던 급식실은 몇 년째 환풍기 후드와 공조기가 고장 난 상태였다. 매일 고온의 튀김 및 볶음 요리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했지만, 실내 환기 시설은 없었던 셈이다. A씨 사망 전에도 뇌출혈과 급성 식도염 등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A씨 유족은 그해 8월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 A씨 사망을 산재로 승인했다.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 빈번할 것이라며 급식실 환풍 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6일 서울 서대문 서비스연맹 사무실에서 A씨 사례를 소개하며 학교급식실 직업암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12년 1개월간 급식 조리원으로 일했다. 이 중 12년을 수원의 한 학교에서 근무했다. A씨는 2017년 4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가 일하던 급식실은 몇 년째 환풍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A씨 외 3명이 가벼운 구토 증상에서 급성식도염, 뇌출혈 등을 앓았다. 노동자들은 학교 측에 환풍시설 수리 등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후 노조가 도교육청에 후드 모터 등의 전면 교체와 급식 중단 등을 요구하던 중 A씨가 2018년 4월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이어진 조사에서 업무상 질병 관계가 확인됐고, 공단은 A씨가 사망한 지 2년6개월 만인 지난 2월 산재를 승인했다.

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는 학교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A씨가) 폐암을 진단받기 13년 1개월 전인 200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학교 급식 시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면서 폐암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여성의 경우 지방이 함유된 조리 기름이나 고온이 필수인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를 하는 조리행위가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 외에도 같은 곳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B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산재를 신청해 승인받은 경우가 있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질병을 산재라고 인식하지 못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

노조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전국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만연할 것이라며 각 시·도교육청에 학교급식실 공기 순환 장치에 대한 전수조사와 공기질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추후 급식실 조리 노동자의 직업성암 사례를 모아 집단 산재 신청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동인 서비스연맹 법규국장은 “그간 폐암이나 유방암 등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암이 직업과 관련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 대부분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사례를 찾아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