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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애플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비서인 ‘시리’의 목소리를 사전에 남성·여성 중 선택하도록 하는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기본값을 여성 목소리로 하는 것이 ‘비서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시정 조치였다. 애플은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애플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만든 AI 비서들은 어떨까. 4월 28일 기준으로 살펴보니 삼성전자 빅스비와 SK텔레콤 아리아, KT 기가지니,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헤이카카오 등 AI 비서에 대해 취재한 결과 모두 여성 목소리가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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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측은 “기가지니 기본값은 중성의 목소리”라고 밝혔지만 여성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KT 기가지니를 제외하면 모두 설정을 통해 남성의 목소리로 바꿀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실제로 목소리를 바꿔서 사용하는 이용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체들은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데 대해 이용자들이 여성 목소리를 선호한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한 업체 관계자는 “AI 비서를 만들 때 여러 목소리를 두고 사전 조사를 하는데, 여성 목소리에 호감도가 높고 전달력이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연구소의 고객 대상 테스트에서도 남성은 대부분 여성 목소리를, 여성은 남성과 여성 목소리를 절반씩 선호해 전체의 75%가량이 여성 음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선 여성 목소리가 덜 위협적이어서 그렇다는 분석과 실생활에서 만나는 비서 중 다수가 여성이어서 고정관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목소리의 기본값을 여성으로 하는데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2019년 5월 유네스코는 AI 비서들이 성적 편견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여성 목소리를 사용하는 AI 비서가 여성은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도우미라는 편견을 주입한다”는 것이다. 욜란디 스트렌저스 호주 모나시대학 교수 등은 지난해 출간한 저서 <영리한 아내>에서 “AI 비서들이 진짜 여성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상의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진짜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하고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KT와 네이버 측은 “추후에 기본값으로 목소리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지금도 간단하게 설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기본값을 선택하도록 하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신혜정 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는 “애초부터 남성과 여성 중 하나의 목소리로 선택하도록 바꾸고, 성중립적인 목소리를 구현하는 기술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han.kr
노정연 기자 dana_f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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