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소각장 주변 마을 주민 건강피해 사실상 불인정…“자료의 한계”

김한솔 기자

환경부 2019년 12월~올해 3월 건강영향조사 결과

“소각장 유해물질-암 발생 관련성 근거 제한적”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변의 폐기물 소각장에서 나온 유해물질과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 간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소각장 주변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된 첫 건강영향조사였다.

환경부는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의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제한적”이라고 13일 밝혔다. 사실상 소각장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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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암·폐암 통계적 유의성 확인 못해…담낭암·신장암 발생률 2배 이상 높아

환경부는 먼저 소각장 유해물질로 인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종류의 암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비호지킨 림프종 등 혈액암, 폐암의 발생은 (소각장과의)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소각장 영향이라고 할 수 없는 2000년부터 북이면 지역의 암 발생률은 전국 및 충북지역의 암 발생률보다 높았다”고 했다. 다만 북이면 지역 남성의 담낭암 발생률은 충북 보은군과 음성군 등 다른 지역에 비해 2.6배, 여성의 신장암 발생률은 2.79배 높았다. 소각장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종류의 암이 아닌 다른 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 소각시설과 가까울수록 소변 중 카드뮴 농도 높지만…“소각장 때문이라고 결론짓긴 어려워”

마을 주민들의 체내에서는 카드뮴 등 일부 유해물질 농도가 평균보다 높게 검출됐다.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3.7~5.7배였다. 이 농도는 특히 소각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2-나프톨 농도는 대조군보다 1.8배 높았다.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 역시 대조지역보다 높게 나타났고, 소변 중 카드뮴 농도와는 통계적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체내 유해물질 농도가 높은 것이 ‘소각장 때문’이라고 특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환경부는 “2019년 점검결과와 2020년 8월 조사 때 카드뮴이 소각장 배출구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토양에서도 카드뮴 농도가 낮은 수준인 점을 고려해 소각장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짓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반경 2km에 밀집한 폐기물 처리업체들. 환경부 제공

충북 청주시 북이면 반경 2km에 밀집한 폐기물 처리업체들. 환경부 제공

■ 유해물질 조사 자료 충분했나…환경부 “시간적 제약, 자료의 한계”

조사단이 살펴본 유해물질 자료는 양적·질적으로 충분했던 것일까.

북이면 반경 2㎞에는 우진환경개발㈜, ㈜클렌코, ㈜다나에너지솔루션, 등 3개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들어서 있다. 이 중 우진환경개발㈜의 1호기는 1999년 처음 가동됐고, ㈜클렌코의 1호기는 2001년, ㈜다나에너지솔루션은 2010년부터 가동됐다. 가장 늦게 가동을 시작한 폐기물 처리업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0년이 넘게 가동되고 있었던 것이지만, 조사단은 2015년 이후의 일부 자료들만 확보할 수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조사단이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오래된 자료는 2015년 이후의 지도점검결과와 사업장의 자체점검결과였다”며 “지도점검은 사업장 별로 매년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9년 점검결과’ 역시 조사단이 직접 조사를 수행한 것이 아닌 청주시의 과거 지도점검 결과 내용을 활용한 것이다.

환경부는 “2007년 이후 소각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암의 잠복기(10년)를 고려할 때 이번 조사만으로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며 “과거의 노출 영향을 모두 살펴보기에도 과거 유해물질 배출수준과 환경 농도에 대한 자료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7년 이후 암 발생률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소변 중 카드뮴 등 농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이 지역에 대한 환경·건강조사를 위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북이면 주민들이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건강피해를 입었다”며 2019년 4월 조사를 청원하면서 시작됐다. 조사는 2019년 12월~올해 3월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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