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에서 성폭력 관련 고충을 제기했을 때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됐다고 응답한 여군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7년 전 같은 내용을 조사했을 때보다 25%포인트 넘게 줄어든 수치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간 부대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고충이 제기됐을 때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여군 비율은 48.9%였다. 2012년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률은 75.8%였다. 당시 연구용역을 맡은 백석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은 “성폭력 고충처리의 공정성과 사후 처리가 미흡했고 2차 피해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군의 이 같은 인식은 신고 후 가해자를 처벌하는 경우와 가해자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슷했다고 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성적 침해를 상부에 보고한 뒤 발생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가해자의 법적 처벌’이 26.6%로 가장 많았으나 ‘사후조치가 없었다’와 ‘피해자가 타 부대로 전출됐다’도 각각 15.8%와 10.1%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공식적 사과’는 8.9%였다.
최근 1년 부대에서 성 관련 관련된 고충이 제기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여군은 7.7%가, 병사와 남성 간부는 각각 5%와 2.6%가 있었다고 답했다. 강제로 성적 접촉을 당하고도 상관에게 보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여군(46.1%)과 병사(38.1%)는 ‘불이익이 두려워서’를, 남성 간부(30%)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꼽았다.
신고 가능성과 2차 가해에 대한 인식, 처벌에 대한 기대치도 성별 차이가 있었다. 낮은 계급의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렵다는 문항에 여군은 73.1%가 그렇다고 답해 남성 간부(52.5%)와 병사(45.8%)보다 높았다. 여군 10명 중 6명(64.5%)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비밀보장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어렵다고 답한 반면 병사와 남성 간부의 응답률은 각각 47.3%와 33.8%였다. 성적 침해 사건이 발생해도 공정하고 책임있는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여군은 41.6%로 병사 29.9%, 남성 간부 14.3%보다 많았다.
군이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를 온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가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직권조사한 결과 여군이 피해자인 군 성폭력 사건 173건에서 현역군인 간 강제추행에 군 형법 대신 일반 형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군 형법상 강제추행은 1년 이상 유기징역만 있고 벌금형이 없어 형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지만 해당 사건 피고인은 형법을 적용받아 벌금 1000만원에 그쳤고 군인 신분도 유지했다. 부사관인 피고인이 사석에서 위관급 여성 장교인 피해자의 허벅지에 3차례 손을 올려놓아 추행한 사건에서는 가해자·피해자 간 합의가 없었지만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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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 기자 moony@khan.kr
국방부는 2015년 성범죄 가해자는 군에서 퇴출하거나 진급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피해자를 압박하는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주변의 조직적 은폐와 회유를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https://t.co/sz2QaSsgVf
— 플랫 (@flatflat38) June 4,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