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부, 나란히 피고인석에…법원 밖 지지자들 "힘내세요!"

·검찰 “‘위조의 시간’에 허위 경력이 만들어져”

·변호인 “법정에선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를 사용하라”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피고인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나란히 섰다. 검찰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의혹에 대해 “위조의 시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 전 장관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 빗댄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 모든 사건이 “조국 낙마 작전”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11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감찰 무마 사건과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재판은 법원 인사 등 사정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열렸다.

오전에는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됐다. 지난해 청와대 감찰반이나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대부분 이뤄졌지만,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돼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감찰 무마 사건 심리는 대부분 마무리돼 앞으로 진행 일정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오후 재판에선 감찰 무마 사건과 병합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등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은 구속 수감 중인 정 교수와 함께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는데, 증인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함께 있던 적은 있지만 같은 사건의 피고인으로 출석한 건 처음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딸 조모씨의 입시 이력과 관련된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위조의 시간에 허위 경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들 조모씨의 입시를 위해 허위 경력을 만들어주거나, 조 전 장관이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이던 아들의 부탁을 받고 시험문제를 이메일로 받아 정 교수와 풀어준 일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검사는 공소사실을 이야기하며 ‘7대 비리’ ‘위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며 “다른 재판에서도 ‘강남 빌딩의 꿈’ ‘부의 대물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사건이 이 사회의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규정해 왔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를 사용해 재판이 진행됐으면 한다”며 “이 사건은 조국 낙마 작전이 아니었나, 검찰개혁을 저지시키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나라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조 전 장관 딸에게 장학금을 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기 전부터 장학금을 줬으며,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을 격려하기 위한 장학금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25일 조 전 장관의 딸 조씨를 처음으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들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탔을 가능성이 있는 호송차가 법원 출구로 들어서자 준비한 플랜카드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이날 조 전 장관의 출석 장면 등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지지자들이 법원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30분쯤에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쪽 출입구 앞에 “교수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글귀가 쓰인 파란 플래카드를 든 10여명이 도로 옆 화단에 서있었다. 이들은 다른 손에는 조 전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을 들고 있었다.

“호송차가 여러 대 들어가요. 어떤 건지 모르니까 무조건 다 (환호)하시면 돼요. 정신 바짝 차리시고.” 한 남성이 도열한 이들에게 주의를 줬다. 잠시 후 호송차가 출입문으로 다가오자 조심스럽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호송차 안이 자세히 보이지 않아 정 교수가 앉았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수님 힘내세요!”라고 소리쳤다.

호송차가 지나간 뒤 조 전 장관이 탄 르노삼성 QM3 차량이 다가서자 이들은 <조국의 시간>을 흔들며 “조 장관님 힘내세요!”라고 소리쳤다. 차 안에 있던 조 전 장관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출입문을 통과했다. 조 전 장관은 법원 청사 입구 앞에서 하차한 뒤, “조국을 구속하라” “조 장관님 힘내세요” 외침을 뚫고 청사로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이 법원 청사로 들어선 뒤에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 삿대질하고 고성을 지르며 다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