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전쟁(4)

층간소음, 윗집 현관문을 봉인했습니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유명종 PD

📽 [스튜디오 그루] 데시벨 전쟁 ep.4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는 세대도, 층간소음의 진원지로 지목된 세대도 같은 주민입니다.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관리사무소가 가진 권한은 없죠. (조심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민원 해결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22년째 일하고 있는 오주태씨는 그동안 적게는 200세대에서 많게는 14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들을 관리했다. 층간소음은 관리사무소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민원이다. 그는 몇 년 전 소음으로 싸움이 커진 위층과 아래층 주민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위층 주민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던 집에서 ‘소음이 난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제가) 밤에도 찾아가서 들어봤는데 소리는 나지 않았어요.”

아래층 부부는 위층 부부가 층간소음을 계기로 싸우기도 하고, 서로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자 오 소장은 윗집 주민에게 3일간 다른 곳에서 지낼 것을 권유했다. 관리사무소 측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소음의 진원이라고 생각되는 집을 비워보기로 한 것이다. 이 문제로 시달려 온 위층 부부도 흔쾌히 수락했다. 오 소장은 위층 세대가 전부 퇴실한 뒤 현관문을 날짜를 쓴 스티커를 붙여 봉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후에도 아랫집에서는 ‘소리가 난다’며 계속 민원을 제기했다. 오 소장은 아래층 세대 부부에게 “지난 3일간 윗집에는 사람이 없었다”며 봉인한 현관문과 스티커에 적힌 날짜를 보여줬고, 해당 소음이 윗집 사람들과 상관없다는 것을 인지시켰다. 그제서야 아랫집 부부는 이 사실에 수긍하고 윗집 부부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현재는 두 세대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표승범 공동문화주택연소장은 “층간소음의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무는 아니더라도 관리소장 등 중재를 할 수 있는 업무 담당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관리사무소는 층간소음 발생 중단과 차음 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입주자는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층간소음의 규정을 모른다”고 하거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표 소장은 이 밖에도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도 제안했다. 주민 사이에 공식적인 방송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층간소음 피해자 ㄱ씨는 “바뀐 관리사무소에서 적극적으로 방송을 해주니 소음이 줄었다”며 “안내방송이 나오면 나부터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을 중재하는 ‘이웃사이센터’가 2012년 출범했지만 소음 민원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4만2250건으로 전년대비 60.9%나 급증했다. 분쟁의 중재도 시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 절차를 준수해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의 설계와 자재로 건물을 제대로 짓는 것이다.

감사원의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2019)’를 보면 주택 시공 전에 품질을 평가받는 ‘사전인정제도’를 통과했더라도 차음효과를 보지 못하는 아파트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해 2022년 7월부터는 주택이 완공된 이후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소음 차단 효과를 확인하는 ‘사후확인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도가 바뀌면 층간소음 문제는 사라질까. 전문가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파트를 미리 계약하는 아파트 분양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영산대학교 건축공학과 이성찬 교수는 “현행 선 분양제도는 실제 있지도 않은 건물이 어떤 성능일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도 흠이 있지는 않은지, 작동은 제대로 하는지 따져보고 구매하지만 정작 아파트는 검증하지 않고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후 분양제가 보편화돼 건물의 성능을 보고 가치를 먼저 판단하고 층간소음이 발생할 경우 값이 떨어지게 된다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싸움이 되는 ‘데시벨 전쟁’을 끝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튜디오 그루가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4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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