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한강에 돌아오고 있다. 한강 본류는 물론 성내천, 청계천, 탄천 등 지천에서도 잇따라 수달의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강에 많은 개체가 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달의 활동 영역은 하천을 따라 10㎞ 안팎에 이를 정도로 이동성이 크다. 한 마리의 수달이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목격됐을 수도 있다.
즉, 몇 마리에 불과한 수달이 한강과 지천 곳곳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보다 개체 수가 더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국내 하천 곳곳에서 수달이 목격된다고 해서 섣부르게 수달을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의 모습이 다시 포착된 것은 2016년이다. 그해 임신한 상태인 수달 한 마리가 확인됐다. 1997년 이후 19년 만의 귀환이었다. 2017년에는 서울 송파구 천호대교 북단에서 수달 한 마리와 새끼 세 마리가 무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수달의 모습이나 흔적은 2019년 뚝섬, 2020년 청계천 하구, 여의샛강 등에서 확인됐다. 한강이 여전히 수달이 살기에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본류와 지천 곳곳에서 흔적이 발견되면서 한강 생태계의 희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한강에 수달이 돌아온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강과 지천의 천변 대부분이 개발됐고, 차량 통행량도 많다. 로드킬로 인한 희생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약 20년 만에 다시 한강에 나타난 수달이 불행한 사고를 당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9월, 생후 1~2년생으로 보이는 수달 한 마리가 로드킬을 당한 채 발견된 바 있다. 한강뿐 아니라 천변과 도로가 가까운 곳에서는 로드킬 당한 수달의 사체가 발견되곤 한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서울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수달 보호를 위한 ‘서울수달네트워크’를 만들어 모니터링를 하고 있다. 시민 교육과 시민들과 함께 하는 보호 활동 등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생태보전시민모임, 에코맘코리아, 자연의벗 연구소 등 단체와 개인 등은 청계천 하구 살곶이다리에서 ‘서울수달넷’ 창립식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청계천 하구에서는 수달이 목격됐다. 고덕천, 중랑천, 불광천 등 서울의 지천들에서는 시민들이 수달을 모니터링하고, 보호하는 ‘수달언니들’이라는 모임도 꾸려졌다.
한강에 사는 멸종 위기 동물이 수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단체와 개인들이 유독 수달을 지키는 모임까지 만들면서 보호 활동에 나선 것은 수달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지위 때문이다. 귀여운 외모 덕분에 동물원이나 수족관마다 전시된 수달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동물원 스타’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하다. 과거 수달이 전국의 하천 곳곳에서 흔하게 목격되었던 것도 국내에는 수달의 천적이 될 만한 동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한강에 돌아왔다는 것은 한강 생태계가 수달이 필요한 먹이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생물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수달을 보호한다는 것의 의미는 수달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곤충 등까지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된다.
또한 수달은 생태학적으로 수(水)환경의 조절자 역할을 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수달 : 그들의 보존을 위한 액션 플랜(Otter : an action plan for their conservation)’ 보고서에는 “수달은 해당 지역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수환경의 지표종(Indicator species)”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센터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달은 보통 20㎝ 정도의 큰 물고기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토종 물고기의 생태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스와 같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큰 외래종 물고기가 수달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수달은 수(水)생태계의 다양성을 조절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라는 생태학적 지위가 부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종’은 해당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이기 때문에 핵심종의 멸종은 다른 생물종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에게 사랑받는 외모를 가졌고, 생태계 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수달은 육상 포유류인 동시에 헤엄도 잘 치는 동물이다. 발에 물갈퀴가 있는 수달이 바다 건너 섬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하천을 따라 국경을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들도 나온다. 2012년에는 수달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강원 화천군의 북한강 상류에서 방사한 수달이 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이동하다가 월북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놨다.
대마도(일본 쓰시마섬)에서 국내 수달과 유전자가 동일한 수달들이 발견됐다. 2017년 쓰시마 북부 가미아가타마치 사고 지구 등에서 암컷 1마리가 포함된 수달 2~3마리의 서식 사실이 확인됐고, 2019년에는 쓰시마 남부 해안에서 물고기의 잔해가 포함된 수달 배설물이 발견됐다. 일본 환경성을 이 배설물에 포함된 유전자를 분석해 이미 서식 사실이 확인됐던 수달 암컷과 다른 개체임을 확인했다. 즉, 한국 수달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수달 3~4마리가 쓰시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쓰시마 수달들이 한국 개체들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개체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 “멸종한 줄 알았던 일본 수달을 찾았다”며 기뻐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만 수달이 아무리 헤엄을 잘 친다고 해도 한국 수달이 약 50㎞에 달하는 거리를 헤엄쳐 쓰시마까지 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낮은 수온으로 인해 육지에 닿기 전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의 섬에도 수달들이 서식하는 곳이 있지만 쓰시마처럼 멀지는 않다. 예를 들어 2018년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수달 배설물 흔적 조사에서 배설물이 확인된 7개 특정도서 중 다수는 다도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섬이거나 내륙과 매우 가까운 섬들이다. 당시 수달 배설물이 확인된 섬은 대칠기도, 중칠기도, 소칠기도, 소사도, 소다랑도, 대병풍도, 대마도 등이다.
한강으로 돌아온 수달 보호에 나선 환경단체들과 지자체 등이 최근 가장 우려하는 위협요소는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고덕천을지키는사람들, 중랑천환경센터 등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어 성내천, 중랑천, 고덕천 등 한강 지류 3곳에서 수달 여러 개체를 확인했으며 이들의 배설물에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방습제 등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는 성내천에서 수달이 먹지 않도록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지속적으로 수거하고, 서식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무려 19년 만에 한강에 다시 돌아온 수달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강은 수달들에게 척박하고 위험한 곳이다. 한성용 센터장은 “수달이 만약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내 집을 부수지 마라’는 얘기부터 할 것 같다”며 “다행히 한강 하구는 물고기도 많고, 생물 총량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물가의 식생들을 보호하고, 환경적으로 유지해 준다면 수달 복원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그루’는 흔히 보고, 먹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삶을 ‘애니캔스피크’(Animal Can Speak)를 통해 그들의 언어로 소개한다.
반수생 동물인 수달은 육지의 천변이나 바닷가에 사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도서지역에도 서식하는 경우가 있다. 물가에 있는 바위 구멍이나 나무뿌리 밑에 살거나 땅에 구멍을 파고 살기도 한다. 1~2월 사이 교미를 한 뒤 60~70일 정도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번에 1~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보노보노’로 유명한 해달은 수달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다른 종으로 구분되는 동물이다. 수달의 사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에는 총 13종의 수달이 사는데 한국에 사는 수달은 유럽, 아시아 등의 하천변에 넓게 분포한 유라시아수달이다.
과거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하천변에 다수의 수달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환경 파괴와 오염, 남획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수달을 준위협종(NT)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라시아수달은 현재 대부분의 서식 국가에서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서유럽에서는 1950~1980년대 사이 서식지 파괴와 사냥 등으로 수가 급감했고, 인도네시아 서부와 수마트라섬에서도 멸종 위기에 놓인 상태다.
국내에서는 1970~1980년대 전국 곳곳의 천변과 해안이 개발되면서 수달이 몸을 숨길 만한 굴이나 바위틈이 사라지고, 수질이 오염되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도로 건설, 해안 매립, 하천 정비, 수중보 축조 등은 모두 하천 생태계를 파괴해 수달의 터전과 먹이를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가죽을 노린 사람들의 사냥도 개체 수 급감의 원인이다. 과거에는 수달 가죽을 목도리나 조끼 등의 옷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질 오염 역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의 생물 농축을 수달 개체 수를 줄어들게 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폴리염화비페닐은 생물체의 몸에서 분해, 배출되지 않고 잔류해 먹이사슬을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동, 농축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에 있을수록 독성이 강한 폴리염화비페닐의 체내 농도가 높아지고, 건강에 악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수달은 하천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폴리염화비페닐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폴리염화비페닐은 생물체 내에서 내분비계에 교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2001년 스톡홀름협약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제조와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지만 과거에 배출된 폴리염화비페닐이 여전히 환경 중에 남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는 남아있던 수달들이 있었기에 멸종위기종 보호정책에 힘입어 곳곳에서 다시 수달들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그간의 수달 보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자연적인 천변 환경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제방 같은 인위적인 환경이 들어서면서 수달이 몸을 숨길 만한 공간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와 비슷한 수달이 서식했던 일본의 경우 1980~1990년대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에서 야생 수달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1979년이며 일본 환경성은 2012년 공식적으로 수달이 일본 내에서 멸종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환경 파괴 정도는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 비슷했음에도 일본에서만 수달이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수달 가죽을 노린 사냥이 국내보다 더 성행했던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과거 수달 사냥과 가죽 수출이 산업적으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수달의 수가 급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수달이 결핵 약의 재료로도 이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