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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일부 활동지원서비스 오히려 줄었다읽음

이창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8월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앞에서 열린‘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020년 예산 쟁취 및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집중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9년 8월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 앞에서 열린‘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2020년 예산 쟁취 및 활동지원 만65세 연령제한 폐지 집중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후 기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이들 중 일부는 서비스 수혜 시간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지원하고자 변경된 제도가 되려 장애 유형이나 장애인들이 처한 환경적 특성을 충실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활동지원 기존 수급자 월 한도액 산정 특례 현황 세부자료’에 따르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격을 갱신한 기존 수급자 4만4071명 중 7662명(17.4%)의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447명(1.1%)은 아예 수급자격이 박탈됐다.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6등급으로 나뉘었던 장애등급을 없애고 이를 경증과 중증으로만 구분토록 했다. 그러면서 기존 1~3등급에게만 주어지던 활동지원서비스를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등록 장애인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 기존 수급자의 경우 2~3년마다 수급자격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서비스 받는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문항이 장애인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적장애인에게 시청각상의 불편함을 묻는 등 장애 유형과 무관하게 동일한 조사 문항이 제시돼 일부 장애인들은 그들의 장애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문항에 따라 점수가 매겨졌고, 이는 이들의 서비스 지원이 삭감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갱신과정에서 급여가 삭감된 기존 수급자들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이전부터 서비스 지원을 받던 대상으로, 대부분 이전 장애등급 기준 1~3단계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들이라는 점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서비스 지원 시간이 줄어든 7662명 중 최중증 장애 및 독거·취약 가구 수는 1387명, 중증 장애 및 독거·취약 가구 수는 549명으로 이 둘을 합치면 전체 감소 인원의 25%(1936명)에 달했다.

특정 유형의 장애인에게 서비스 시간 감소가 집중되면서 해당 조사가 장애 유형간 차별을 낳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말 사이 수급 자격은 유지한 채 서비스 시간만 감소된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급자 수는 3865명으로 전체 감소자의 5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급자 수는 292명으로 전체 탈락 인원 중 61.2%를 차지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인지해 기존 수급자가 수급 자격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감소할 경우 3년간 기존 서비스 시간을 보장하는 ‘산정 특례’를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 유예 기간을 두는 것에 불과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7월부터는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서비스 시간이 줄어들거나 자격이 상실되는 수급자가 발생하게 된다.

장 의원은 “종합조사를 도입할 당시 제기됐던 ‘장애 유형, 환경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고스란히 확인됐다”며 “제도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장애인은 없어야 하며, 이들이 하루 24시간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 중 지적·자폐성 장애인 비율이 50%가 넘어 이들의 서비스 감소 비율도 높게 나오는 것”이라며 “산정특례가 종료되면서 서비스 시간이 감소하거나 수급대상에서 탈락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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