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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들이 도살되는 법…죽기 직전까지 학대받다 전기봉에 감전

김한솔 기자

동물해방물결, 불법 개 도살장 실태조사결과 발표

※ 개 도살장을 다룬 이 기사에는 도살 상황과 사체가 포함된 영상 및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에 주의해 주세요.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인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개 도살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 개들은 도살장에서 학대나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되다 결국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트럭에 빽빽하게 실린 작은 철창 케이지 안에 몇 마리인지도 모를만큼 많은 개들이 욱여넣어져 있다. 얼마나 많은 개를 한 곳에 집어넣었는지, 털들이 밖으로 비죽비죽 나올 정도다.

철제 케이지 안에 욱여넣어진 개들. 앉을수도, 설 수도 없을만큼 좁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철제 케이지 안에 욱여넣어진 개들. 앉을수도, 설 수도 없을만큼 좁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들 중에는 ‘가죽 목줄’을 차고 있는, 즉 한 때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개들도 있다. 이 개들은 아직 모두 살아있지만, 트럭에서 내려질 때는 한 사람이 케이지를 잡고 그냥 밑으로 떨어뜨린다. 택배 상자만큼도 다뤄지지 않는다. 이 개들이 도착한 곳은 ‘개고기’를 납품하기 위해 개를 도살하는 도살장이다.

작은 개가 경매장에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이 개는 결국 목이 질질 끌려 팔려갔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작은 개가 경매장에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이 개는 결국 목이 질질 끌려 팔려갔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공포에 질린 개들은 목이 밧줄에 묶인 채, 이미 도살된 개들의 사체가 쌓여있는 곳으로 질질 끌려들어온다. 어떻게든 도망치려 애쓰지만 결국 목에 밧줄이 묶인 채로 전기봉을 맞고 똑같이 죽는다. 어떤 개들은 아예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상태로 도살된다. 몇 개의 케이지를 모아놓고, 철창 틈으로 전기봉을 집어넣어 개의 입에 대 죽이는 것이다. 개들은 옆에서 다른 개들이 죽는 것을 지켜보다 자신도 죽는다.

도살장에 끌려와 콧등에 상처를 입고 위축된 개. 동물해방물결 제공.

도살장에 끌려와 콧등에 상처를 입고 위축된 개.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과 함께 지난 8개월 간 성남 모란시장의 개 도살 실태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들이 조사한 곳은 성남 모란시장 내 대형 건강원 두 곳과 그 건강원에 개를 공급한 경기도 여주시의 도살장 두 곳이다. 두 도살장은 위치도 인접해 있었다. 동물해방물결은 “두 건강원은 그저 도살된 개의 사체를 조달받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를 불법적으로 도살 및 사육하는 ‘도살장’도 직접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잔인한 개 도살 및 식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성남 모란시장은 2016년 성남시가 ‘모란시장 환경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그런 행위가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것처럼 알려져 있다. 성남시는 2018년에도 “개고기 유통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 여전히 다수의 건강원은 개고기를 팔고 있었고, 개를 도살하는 도살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채 뜬장에 방치되어 있는 개. 안과 질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상처를 입은 채 뜬장에 방치되어 있는 개. 안과 질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죽기 직전까지 학대

도살할 개들을 산 채로 매매하고 운송하는 작업은 한낮에 성남 모란시장 안에서 진행됐다. 단체는 “A건강원은 작업자들이 여러 마리의 개를 철망에 욱여넣어 트럭에 싣고, 천막으로 이를 가린 채 가게 앞이나 시장 인근에 숨겼다”고 했다. 트럭에 실린 개들은 밤새 숨겨져 있다 도살장으로 운송됐다.

개들은 죽기 직전까지 학대를 받았다. 트럭에 실리고 내리는 과정에서는 흔한 택배 박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못 가겠다고 버티는 개들은 목에 밧줄이 묶인 채 위로 들어올려져 트럭 위로 던져졌다. 케이지를 내려놓을 때에도 트럭 위에서 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식이었다.

도살장에서 케이지에 있는 개를 밑으로 떨어뜨리듯이 내리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도살장에서 케이지에 있는 개를 밑으로 떨어뜨리듯이 내리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비좁은 뜬장(바닥에서 20㎝쯤 떠 있는 철제 사육장)에 갇힌 개들은 먹이로 사료 대신 음식물쓰레기를 급여받았다. 육안으로 봐도 심각한 안과 및 피부과 질환, 탈장 등이 있었지만 치료없이 그대로 방치됐다. 개들이 갇힌 철창에는 이미 죽은 개들의 털들이 뭉쳐있기도 했다. 죽은 채 뜬장에 방치된 개들도 있었다.

도살장에 끌려온 개가 전기봉을 피하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개 앞에는 이미 죽은 개들의 사체가 쌓여있다. 이 개는 잠시 버티다 결국 전기봉을 맞고 죽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도살장에 끌려온 개가 전기봉을 피하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개 앞에는 이미 죽은 개들의 사체가 쌓여있다. 이 개는 잠시 버티다 결국 전기봉을 맞고 죽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단체는 두 달간의 집중조사 기간 동안 두 도살장에서 총 196마리의 개가 도살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도살은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 3시쯤 이루어졌고, 한 번에 평균 10~30마리의 개가 도살됐다. 동물해방물결은 “A건강원이 운영하는 B도살장은 주 3~4회, C건강원이 운영하는 D도살장은 매일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도살 과정은 잔인했고, 위법했다. 196마리의 개가 모두 전기봉을 통해 죽었다. 41%는 전기봉이 입에 물려져 죽었고, 57%는 몸 이곳저곳을 전기봉으로 찔리는 더 잔인한 방법으로 죽었다. 나머지 2%는 어떤 방식으로 도살됐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케이지에 개들을 몰아넣고 한꺼번에 전기봉으로 도살하는 모습. 철창에 전기봉이 부딪혀 불꽃이 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케이지에 개들을 몰아넣고 한꺼번에 전기봉으로 도살하는 모습. 철창에 전기봉이 부딪혀 불꽃이 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이는 모두 법 위반이다. 동물보호법 제8조1항1호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전기봉을 개의 입에 물려 감전사시키는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도살 자체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 있다. 또 ‘잔인한 방법’에 대한 법적 규정도 모호하다. 이렇게 도살된 개들은 ‘고기’가 되어 피가 흥건한 트럭에 실려 건강원에 납품됐다.

케이지에 갇힌 개를 전기봉으로 도살하는 모습. 바로 옆 케이지에 있는 아직 살아있는 개들이 그 장면을 모두 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케이지에 갇힌 개를 전기봉으로 도살하는 모습. 바로 옆 케이지에 있는 아직 살아있는 개들이 그 장면을 모두 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죽음의 과정’ 지켜보는 개들

죽음을 앞두고 있는 개들 중 99%는 자기 옆에 있는 개들이 먼저 죽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단체가 공개한 위 영상을 보면 개들은 케이지에 갇혀 도망도 가지 못한 채, 바로 옆 철창에 있는 개가 전기봉을 맞고 천천히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도살되기 직전까지 철제 케이지에 갇혀있는 개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도살되기 직전까지 철제 케이지에 갇혀있는 개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개들은 모두 2~3번씩 전기봉에 반복적으로 찔렸고, 그 순간마다 큰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몇 번을 전기봉에 찔리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살아있는 개도 ‘털 제거’를 위해 작업대 위로 옮겨졌다.

아직 케이지에 있는 살아있는 개들 중에는 다른 개들이 죽는 모습 뿐 아니라 죽은 채 쌓여서 통에 담겨 있는 모습, 막 죽어 털 제거 등 ‘후작업’을 하는 장면까지 모두 목격한 개들도 많았다.

목줄 찬 채 도살장에 끌려 온 개. 반려견으로 추정된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목줄 찬 채 도살장에 끌려 온 개. 반려견으로 추정된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반려견도 매매돼 도살

단체는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매매하는 개인들도 여럿 포착했다. 단체는 “매매 직후 가게 안에 숨겨지다가, 다른 개들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면 함께 철망에 실려 도살장으로 갔다”고 했다. 반려견을 매매하는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동물보호법 제12조1항은 ‘등록대상동물’을 등록하게 되어있고, 소유권이 변경됐을 경우 신고하게 되어있다.

실제 도살장에 끌려온 개들의 외형은 매우 다양했다. 아예 목줄을 차고 있는 개들도 있었다.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개들도 똑같이 도살됐고, 죽은 뒤에 목줄이 잘렸다. 무슨 표시를 하려고 했는지, 머리에 페인트칠이 된 개들도 있었다.

두 건강원이 운영하는 경기 여주시의 두 불법 도살장의 전경. 동물해방물결 제공.

두 건강원이 운영하는 경기 여주시의 두 불법 도살장의 전경. 동물해방물결 제공.

■경찰과 현장 급습…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새벽 여주 지역 경찰과 함께 해당 도살장들을 급습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업주들을 고발했다. 단체는 지난해 12월 발의된 ‘개 도살 금지’ 내용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심사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단체 자문위원인 김도희 변호사는 “그동안 개 도살 금지를 위해 여러 법이 고안됐지만, 현재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가장 확실하게 도살·식용·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동물해방물결 등 동물권단체 활동가들이 9일 새벽 경기 여주시의 불법 도살장을 급습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 등 동물권단체 활동가들이 9일 새벽 경기 여주시의 불법 도살장을 급습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이번 조사는 정부와 국회가 부정 또는 방치해온 개 도살의 동물학대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채증해 고발한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동물 학대 행위를 어떻게 근절할지, 정부와 국회는 개 도살 금지법(동물보호법 개정안)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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