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지난해 7월16일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되었지만 아직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며 법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지난해 7월16일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되었지만 아직 허술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며 법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5인 미만 기업에 입사해 수습기간 통과 후 정규직으로 일을 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수개월간 당하며 이 일에 대해 참기가 어려워 대표에게 보고했으나, 대표는 신고 후 다음날 바로 저를 해고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 등 모든 것이 다 해당됐지만 5인 미만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A씨)

“팀장이 업무를 이용해 다른 직원들 보는 앞에서 굴욕감을 줍니다. 상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팀장이 괴롭히니 다른 직원들도 인사도 안하고, 말도 걸지 않습니다. 얼마 전 팀장이 저를 부르더니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며, “꺼져. XXX아”라고 욕을 했습니다. 계속 반말과 욕을 섞어가며 직원들 앞에서 소리쳤습니다.” (피해자 B씨)

오는 16일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반 사업장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2.9%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중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답변은 33.1%였다. 괴롭힘의 유형을 보면 모욕·명예훼손이 23.0%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 업무 외 강요, 따돌림·차별, 폭행·폭언이 10%대였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실시하는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은 30%대를 이어가고 있다.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변한 사람 중 근무하는 사업장이 ‘5인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가 52.1%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32.8%인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또 ‘월 150만원 미만’, ‘20대’라고 답한 경우가 ‘월 500만원 이상’, ‘50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특수고용’도 괴롭힘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제6장의2는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해야할 조치를 명시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을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제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배제하고 있다.

오늘도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오늘도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다는 답변은 65.2%였다. 정규직이나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는 알고 있다는 답변이 70%가 넘은 데 비해,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인 경우 알고 있다는 답변이 50%대에 불과했다. 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답변은 53.3%로 ‘줄어들지 않았다(46.7%)’보다 높았다. 그러나 20대·여성·비정규직·5인 미만에서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답변이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과 관련해서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답변이 68.4%로 가장 많았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답변이 30.7%였고, ‘회사를 그만뒀다’는 답변이 19.5%였다.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했다는 답변은 3.0%로 매우 낮았다.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62.3%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했다. 27.2%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폭언·모욕·임금체불·병가·업무 외 지시는 갑질이라고 느끼는 감수성 점수가 높았지만, 권고사직·퇴사·육아직원 편의·야근·불합리한 지시 등은 감수성 점수가 낮았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대표적인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노동부가 일벌백계 차원에서 대표적인 사건들을 엄정하게 조치하여 전반적인 인식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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