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기후위기와 인권’ 주제 첫 실태조사 나선다

김한솔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전경. 이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전경. 이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한 첫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기후위기에 따른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시하게 된 조사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기후위기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인데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권고도 내려질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국내 환경·인권단체 연대인 기후위기인권그룹은 지난해 12월 시민 41명과 함께 “기후위기로 인해 구체적인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기후위기로 더욱 열악해진 작업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배달노동자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과 이상기후로 매년 농작물 피해를 입는 농축산 종사자, 해수면 상승지역 거주민, ‘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과 청소년 등 다양한 주체가 진정인으로 참여했다. 기후위기인권그룹은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인권침해”라며 “정부가 이러한 현실에 책임을 지고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조사와 권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청소년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 진정사건은 지난 4월 인권위법 32조1항7호, 즉 ‘인권위에서 다루기 적절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이유로 ‘각하’ 처리됐다. 하지만 정책권고에 앞서 사건 이관을 위한 형식상의 각하일 뿐, 내용이 각하된 것은 아니다. 인권위는 “여러 명이 건강권, 자기결정권, 주거의 자유 등 방대한 부분에서의 구제방안 마련을 요청해 개별 진정사건보다는 ‘정책권고’ 안건으로 다루는게 적절해 보인다”며 “진정은 각하했지만 사회인권과에 정책검토 사건으로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진정사건을 담당한 사단법인 두루의 지현영 변호사도 “이관을 하려면 각하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현재 이 사건 정책권고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조사 중이다. 인권위는 “기후변화가 인권의 문제라는 점을 일반인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 국내·외에서 관련 정책 동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며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도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과거 폭염, 한파 등 기후여건 변화에 따른 건설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나 미세먼지 취약계층의 건강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권고한 적은 있지만, 기후위기를 ‘인권’이라는 큰 틀에 연관지어 연구용역을 실시한 적은 없다.

지 변호사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정책이 아니라 인권정책의 차원으로 다뤄지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국가가 정책을 펴야 하는 ‘의무’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독립된 기관인 인권위가 기후변화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흡수해 실태조사를 하고, 정책권고를 한다면 정부도 일정한 의무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사 결과는 오는 9월말쯤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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