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녹지 용도변경해 아파트 지으라고 매각한 전주시 ‘땅장사 논란’읽음

글·사진 박용근 기자
전주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 사진 좌측 상단 녹지가 매각된 부지다.

전주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 사진 좌측 상단 녹지가 매각된 부지다.

전북 전주시가 자연녹지인 시유지를 주거 지역으로 용도변경한 뒤 최고가 경쟁입찰을 통해 예정가의 3배가 넘는 813억원을 벌어들였다. 코로나19 대응 등 예산 선순환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용도변경을 통해 ‘땅 장사’에 급급했다(경향신문 2019년 11월4일 12면 보도)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주시내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상승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주시는 북부권 신도시인 에코시티 인근의 시유지 2만2132㎡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에서 812억2000만원을 써낸 A업체가 낙찰됐다고 19일 밝혔다. A업체는 수도권에 소재한 공동주택 시행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예정가 231억원보다 3배 많은 금액으로 낙찰됐다.

매각된 부지는 무연고분묘가 들어서 있던 자연녹지였으나 용도변경을 통해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A업체는 이 부지에 수익률이 높은 공동주택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지는 에코시티 주민들의 조망권 침해 반발로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00%이하를 적용받아야 한다. 20층이하 400가구 미만의 아파트만 조성할 수 있다. 이 기준대로 낙찰금액과 비교해 보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500만원 이상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간 전주시내 신규 아파트에 적용돼온 3.3㎡당 분양가 1000만원 미만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민간업체가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하려는 옛 대한방직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간업체가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하려는 옛 대한방직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때문에 낙찰을 받은 A업체가 과도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근인 에코시티의 4년 전 조성당시 부지가격은 3.3㎡당 340만원대여서 5배나 차이가 난다. 에코시티 평당 분양가격은 790만원대였다.

특히 이 부지는 공영개발부지가 아닌 민간부지여서 분양가심의위원회가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 에코시티 아파트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분양가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주시가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 분양가 심의위원회까지 거치도록 만들어 평당 1000만원을 넘긴 곳이 지금까지 없었다”면서 “이 부지는 민간부지여서 분양가를 제어할 방안이 없는데 그 빌미를 전주시가 제공해 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지는 자연녹지인 시유지를 임의대로 용도를 변경해 팔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이 부지로 인해 전주시 아파트 분양가격이 수돗권에 육박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전주시내 최대 현안인 옛 대한방직터 개발과도 무관치 않다. 이 부지 역시 민간업체인 (주)자광이 공업지역인 현재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해 놓고 있다. 천문학적인 땅값 상승이 예상돼 공론화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시유지를 용도변경해 판 전주시가 민간업체의 용도변경 요구를 어떤 명분으로 막아설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동주택 시행업체 관계자는 “생태친화도시를 표방한 전주시가 자연녹지 용도를 바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토건업체에 매각한 것은 정의롭지 못했다”면서 “낙찰받은 업체는 에코시티 거래가격을 감안해 분양가를 산정할 것이고 이는 기존 분양가와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예상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택지개발지구가 아니어서 분양가 심의위원회 심사대상은 아니지만 업체가 착공신고시 분양가를 적시하기 때문에 조정작업을 거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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