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기후재난’에 놀란 세계…극한 기후현상, 앞으로 더 자주온다

김한솔 기자
세계기상기구(WMO)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독일 알테나르 마을의 전과 후 사진. 이 지역은 14~15일 내린 폭우에 따른 홍수로 큰 수해를 입었다. WMO 트위터 계정에서 갈무리.

세계기상기구(WMO)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독일 알테나르 마을의 전과 후 사진. 이 지역은 14~15일 내린 폭우에 따른 홍수로 큰 수해를 입었다. WMO 트위터 계정에서 갈무리.

지난 16일, 세계기상기구(WMO)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비포 앤 애프터’ 라는 문구와 함께 두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홍수가 나기 전과 후에 같은 위치에서 찍힌 독일 라인란트 팔라티나테에 있는 알테나르 마을의 항공사진이었다. 첫번째 사진에 있던 풀과 나무, 주택들은 두 번째 사진에선 흙탕물에 뒤덮여 자취를 감췄고, 일부 지붕만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유럽에서는 지난 14~15일 단 이틀간 내린 비로, 18일 기준 최소 188명이 넘는 이들이 숨졌다. 1000명이 넘는 이들은 실종 상태다.

올해 나타난 홍수와 폭염, 산불 등 극한 기후현상의 규모에 과학자들도 놀라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 진행될 경우, 이러한 극한 기후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디터 게르텐 교수는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홍수 등 최근의 극한 기후현상에 대해 “기존 기록보다 훨씬 높다는 것에 놀랐다”며 “이번주 상황은 그 지역에 완전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랜시간 지속되고,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극한 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더 세졌다는 것이다.

WMO는 “기후변화는 극한 날씨의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다”며 여러 기상 상황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영국 기상청은 ‘기후변화’ 저널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경우, 영국에서 폭염과 폭우, 가뭄과 같은 극한 기후현상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경우 모든 극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영국 내에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하천 범람과 홍수 위험을 일으키는 일일 강우량, 집중호우가 내리는 일수, 아직까지는 드물게 나타나는 극한 열대야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영국 런던 일부 지역에는 과거 한 달치 강우량이 하루 만에 쏟아져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미 2018년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인간의 행위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기후 시스템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맨 끝)가 18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입은 독일 라인란트 팔라티나테 주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맨 끝)가 18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입은 독일 라인란트 팔라티나테 주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잘 사는 나라’도 예외없는 기후재난

특히 최근의 극한 기후현상들은 독일처럼 인프라 등이 갖춰진 ‘잘 사는 나라’들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기후취약국포럼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표는 독일 홍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와 함께 “모든 사람이 똑같이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기후위기 앞에선 나와 같은 작은 섬나라에 사는 사람이든, 서유럽과 같은 발전된 국가에 사는 사람이든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수해 현장은 찾아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서둘러야 한다. 더욱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르술라 폰 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 홍수는)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라며 “실제로 행동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럽은 지난 14일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12개 입법 패키지인 ‘핏 포 55(Fit for 55)’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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