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경쟁력 최고”라더니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하는 현대건설

김한솔 기자
현대건설 전경. 현대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건설 전경. 현대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건설이 베트남에 신규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자에 선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최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관계자들에게 ‘현대건설의 베트남 꽝짝1 석탄화력발전 사업 참여에 관한 우려’ 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8일 공시에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내 꽝짝현에 1400MW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9488억여원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국제적인 맹비난을 받았고, 그 결과 정부 차원의 (신규) 석탄투자 중단이 이루어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사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국내외 시민사회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가 재무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환경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트남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다. 동남아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 단가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는 대표적인 좌초자산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했다.

베트남의 대기환경 오염물질배출기준이 한국보다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은 “(이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및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환경 피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 최고’ 홍보

현대건설은 지난 5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가 발표한 ‘2020 CDP KOREA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의 정책 방향도 공개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계속 홍보하면서도, 실제로는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계속 진행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건설은 인도네시아 찌레본 2호기 건설 과정에서 지역 군수에서 뇌물을 준 혐의도 받은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현대건설을 ‘중대한 부패에 책임이 있다’며 향후 4년 간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이런 홍보를 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응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는 사실은 귀사의 ESG 경영방침의 진정성,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며 “이 사업 수주의 결과로 ‘그린 워싱’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건설 측은 해당 사업에 대해 “2011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던 사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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