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고객센터 직영화 두고 다시 ‘단식’…이번엔 고객센터 노동자

고희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문제를 놓고 원주 본사 앞에서 다시 ‘단식농성’이 벌어졌다. 지난달 김용익 건보 이사장에 이어 이번 단식은 고객센터 노동자가 시작했다. 건보 본사 건물 밖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은영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을 25일 전화로 만났다.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은영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이은영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수석부지부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 수석부지부장은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고, 건보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는 이미 직영화를 완료했지만 건보만 그대로”라며 “직영화 교섭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 없어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고용 성격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정규직화한다고 했다. 1단계는 중앙·지방 정부와 주요 공공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 2단계는 지방정부의 출연기관 등에 소속된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가 대상이었다. 3단계는 민간위탁기관으로 건보 고객센터는 여기에 속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한 1·2단계와 달리, 3단계 전환 문제는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들은 정부가 문제를 방치했다고 봤다. 건보 내부에 직영화 문제를 논의할 사무논의협의회가 꾸려졌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 수석부지부장은 협의회가 직접고용, 자회사, 소속기관, 민간위탁 등 4가지 고용방식을 놓고 논의 중이지만 해결책 없는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측이 2차 파업 후 결성된 사무논의협의회 교섭을 늦추려 하는 움직임을 보여 지난 1일 3차 파업에 돌입했다”며 “그 이후에도 대화에 진전이 없어 결의대회와 단식이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이어진 파업과 집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23일 집회에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건보에 대화를 제안했고 경찰에도 거리두기하며 집회할 수 있도록 공간을 협조해 달라고 했지만, 얘기가 통하지 않았다. 원주시는 집회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서 유독 집회만 4단계로 격상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원주시 조치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긴급 구제를 신청한 상태다.

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계획한 23일 집회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구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을 발견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계획한 23일 집회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구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을 발견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생겼다. 일각에서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건보 본사에서 업무 위탁을 준 민간업체의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본사 정규직으로의 직영화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 수석부지부장은 이에 대해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2년마다 사장이 바뀌는 정규직 노동자가 있나”며 “사기업의 정규직이면 업체가 변경되면 그 업체를 따라서 가야 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 노동자들을 그 자리에 두고 업체만 바꾼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의 진짜 사장은 위탁업체 대표인지, 건보 이사장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건보는 2년마다 위탁 업체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을 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기관이 발생하면, 이 소속 노동자들은 다시 2년마다 위탁 업체를 옮겨 일한다. 업체는 사라져도 노동자는 남아서 건보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다.

고객센터 업무가 외주업체에 의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민간위탁업체들은 노동자 1명에게 책정된 직접노무비 215만원을 그냥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 끼리 경쟁을 시킨다. 콜 실적으로 누구는 190만원, 누구는 220만원의 임금을 받도록한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콜수 실적을 채우느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야한다”고 말했다.

건보 고객센터 3차 파업은 곧 한 달째를 맞는다. 파업과 집회, 단식농성이 이어지는 현장의 갈등은 이제 지난달 2차 파업처럼 김용익 이사장의 ‘기관장 단식’으로도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부지부장은 “파업과 단식이 언제 끝날지는 기약이 없다”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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