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닦은 수세미로 발 닦은 족발가게…후폭풍 시달리는 인근 먹자골목읽음

이두리·유선희 기자

주변 식당 ‘무 직접 씻지 않는다’ 안내문

배달 앱에는 “안심하라” 문구 남기기도

“족발집 이미지 타격” 방배동 상인들 한숨

2일 오전 찾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의 한 족발집 앞에 ‘무를 직접 씻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두리 기자

2일 오전 찾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의 한 족발집 앞에 ‘무를 직접 씻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두리 기자

‘무를 직접 씻지 않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무를 씻던 수세미로 발을 닦는 비위생적인 영상으로 입길에 오른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족발집이 특정된 가운데 이 일대 식당가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2일 비위생적인 식당 관리로 서울 서초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방배족발’ 가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건너편에서 영업 중인 족발·보쌈 전문점에서 구청의 행정 조치를 의식해 이 같은 안내문을 붙여놨다.

인근 가게 사장인 30대 남성 박모씨는 “지난달 28일 비위생적인 식재료 관리 실태가 보도되자마자 (무를 직접 씻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인쇄해 붙였다”며 “저희는 올해 4월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본사에서 무김치를 완제품으로 받아 진행해 깨끗하다고 자부하는데도, 인근 가게 여파 때문인지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무 사용 안심 안내문’을 가게 안팎에 붙여 놨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안심하라”는 문구를 남겼다. 박씨는 “배달 주문도 확연히 줄었다”며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은 곳곳에 붙은 안내문을 읽고 안심할 수 있지만,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안내문을 발견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동영상 ‘비위생적 무 세척’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유튜브 동영상 ‘비위생적 무 세척’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근처에서 30년 가까이 족발집을 운영 중인 A씨도 “아무래도 머릿속에 비위생적인 영상 이미지가 있으면 괜히 족발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며 “근방의 족발집에 대한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방배동 먹자골목 분위기가 침체된 터라 상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태운씨(57)는 “코로나 때문에 가라앉은 경제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다”며 “손님들 입장에서는 식당에 대한 불신이 더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족발가게의 비위생적인 무 세척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식약처가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 비위생적인 재료 관리뿐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하고 냉동식품 보관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서초구청은 해당 식당에 대해 영업정지 1개월과 과태료 100만원의 행정처분을 내렸고, 식약처는 비위생적인 영업 행위 전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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