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700m 거리…상가 71곳 중 31곳 ‘텅텅’

유선희·이두리·김흥일 기자

강남 핫플레이스 가보니

코로나19 장기화로 활기를 잃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상가 출입문에 4일 무권리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코로나19 장기화로 활기를 잃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상가 출입문에 4일 무권리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임대료만 3배 올라 못 버텨”
코로나까지 겹쳐 설상가상

논현 ‘백종원거리’ 먹자골목
가게 줄줄이 문 닫아 ‘썰렁’

‘핫플레이스 1번지’이자 세로수길, 샤로수길과 같은 아류를 낳은 ‘○로수길’의 원조 격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가 휑하게 변했다.

가로수길의 랜드마크로 통했던 ‘커피스미스 1호점’은 지난달 1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개점 13년 만에 사라져 버린 예전 카페 주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가로수길에서 성업하다 폐점한 한 화장품 상가는 외벽의 간판마저 떼어져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저 멀리 아파트에는 불빛이 하나 둘 들어왔지만 문을 닫은 가게가 즐비한 가로수길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었다.

지난 3일 저녁 찾은 가로수길에서는 약 700m에 이르는 거리에 늘어서 있는 상가 71개의 절반 가까운 31곳에서 ‘빈 가게’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16곳은 아예 건물 전체가 문을 닫은 상태였고, 나머지 15곳도 입주해 있는 상점 1개 이상이 폐점 중이었다.

가로수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0대)는 “7~8년 전만 해도 핫플레이스였는데 조금씩 경기가 안 좋아지더니 이제는 제일 잘되던 커피스미스까지 문을 닫았다”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어서, 나도 이제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가로수길의 쇠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사가 안되는 탓’이라고만 보기도 힘들다. 가로수길 일대는 서울 강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는 코스가 되면서 상가 주인들이 나날이 임대료를 높여갔고, 권리금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러던 와중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태풍을 만나 서울시내 상권 가운데서도 명동·광화문 등 도심과 함께 특히 치명상을 입은 곳이 가로수길 권역이다.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이동환씨는 “임대료가 6~7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올랐는데, 월세로 보면 1층 기준으로 20평에 600만~700만원 했던 게 2000만~3000만원으로 뛰었다”며 “작년 상반기부터 1년 반 동안 매매와 임대가 하나도 없어 텅텅 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대료를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또 다른 공인중개사에 물었더니 “지금 어려워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나”라며 “지금 임대료를 낮추면 다시 높게 받기가 어려워 (현 임대료를) 계속 고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종원 브랜드 프랜차이즈점이 20여개 밀집해 있어 ‘백종원거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 일대도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거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부진해 폐점한 가게가 부쩍 늘었다. 백종원 브랜드 프랜차이즈점은 ‘한신포차’를 빼놓고는 모두 폐점해 ‘백종원거리’란 이름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심지어 20년 넘게 영업해 온 ‘한신포차 1호점’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수도권 교통의 요충지로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남역 10번, 11번 출구 주변에서 둘러본 상가 88곳 중 9곳은 완전히 문을 닫은 채 ‘임대문의’를 내걸고 있었다. 일부 상가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비어 있었다고 한다. 예년 같았으면 금세 입점했을 텐데 1년 반 넘게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 2분기 서울지역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5%에 이른다. ‘논현역’ 상권은 중대형 공실률이 19.1%로 서울시내 57개 주요 상권 가운데 명동, 광화문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 일대의 공실률이 늘고 있는 것은 임대료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른 데다,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면서 “임대료는 일시적인 폭등 뒤에 정상화되는 ‘오버슈팅’이 진행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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