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럿이 모이기도, 함께 떠나기도 어려운 시기에 차를 타고 떠나봅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의 정상을 승용차로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8월의 쨍쨍한 햇살 사이에서도 산들바람을 느낄 수 있는 ‘구름 위의 산책’ 시도해봅니다. 강원 평창군 청옥산(1256m) 풍력발전단지에 오르면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맞아줍니다.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과 겹겹의 능선들이 시원하게 발아래로 펼쳐집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하고 뚫리고,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데이지 꽃이 만개한 천상의 정원을 걸으며 바람을 느껴 봅니다.
태백의 매봉산(1303m) 바람의 언덕에서는 출하를 앞둔 고랭지 배추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배추밭을 지나며 차창 밖으로 내민 손에 시린 바람이 닿습니다. 폭염도 넘볼 수 없는 여름도시 태백에서는 열대야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충북 양방산(664m)에서는 단양읍을 휘감고 돌아가는 남한강을 발 아래로 굽어봅니다. 바람에 몸을 맡겨 비행하는 페러글라이딩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저물녘 대전 식장산(598m) 정상에서 바라본 ‘바알간’ 일몰에 잔뜩 취합니다. 도심을 밝힌 야경이 시선을 붙듭니다.
대청호에서 ‘호호’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오도산(1134m), 감악산(952m) 정상은 이른 새벽 운해와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을 지닌 곳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대가 있는 경북 영천 보현산(1124m)에서는 쏟아지는 ‘별빛 샤워’에 더위를 잊습니다. 모두 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갈 수 있는 곳들입니다.
산꼭대기에서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감염병의 공포에서 잠시 해방됩니다. 마스크를 벗고 백신 같은 바람을 한껏 들이켭니다. 산 정상 올라 위안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