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6)

배달도시락 메뉴 50개 중 채식은 딱 1개···채식인은 ‘배달앱’이 야속하다

주영재 기자

선택지 넓지 않고 정보도 부실, 음식 시키기 어려워

점심시간을 끼고 대면회의가 잡혔다. 한식 도시락 전문점에 배달 주문하는 데 50가지가 넘는 음식 종류 중 채식 메뉴는 ‘고구마샐러드’ 하나뿐이었다. 코로나19로 음식 배달이 늘고 있지만 채식인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배달앱에서 채식을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강남 세곡동 지역에서 요기요에 접속해 ‘채식’으로 검색하니 이탈리아 음식점 한곳이 나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알리오올리오 등 파스타 두종류 정도만 채식에 해당됐다. 쿠팡이츠에서 채식과 비건으로 검색하면 채식 샐러드, 채식 샤브샤브 세트, 대체육 버거 등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 4~5곳이 떴다. 채식 인구, 채식식당이 적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채식을 판매하는 가맹점이 있어야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배달앱에서 ‘채식’ 카테고리를 운영하는 곳은 배달의민족이 유일하다. 배달의민족은 2020년 8월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관악구 등 6개 지역에서 채식 카테고리를 지원한다. 이 지역의 이용자들이 앱을 켜면 채식 배지가 노출되는 형태이다. 지방은 없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관계자는 “서울 6개 지역은 조사했을 때 어느 정도 채식식당이 있는 곳으로 파악된 곳”이라면서 “음식점이 한끼 식사로 가능한 채식 메뉴를 한가지 이상 갖고 있을 때 이 카테고리에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식 카테고리로 편의성을 높이긴 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식물성만 먹는 ‘비건’, 여기에 유제품과 계란을 더한 ‘락토 오보’, 어패류까지 먹는 ‘페스코’ 등 채식인의 유형이 여럿 있지만, 이들이 쉽게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음식을 고르기 어렵다. 일일이 식재료를 확인해야 하고 정보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서울 종로구에서 채식식당 ‘소이로움’을 운영하는 전미진 대표는 “점주가 채식을 제대로 알지 못해 고기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생선이 들어간 육수를 쓰는 경우도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건과 채식으로 검색해 살펴보면 그렇게 끌리는 메뉴가 없다는 점도 소비자로서 아쉽고 불편한 점일 것”이라고 했다.

배달의민족의 앱 실행화면(왼쪽)과 채식 카테고리에 있는 한 식당의 채식 메뉴

배달의민족의 앱 실행화면(왼쪽)과 채식 카테고리에 있는 한 식당의 채식 메뉴

채식인증제도 더해 편의성 높여야
‘채식한끼’ 앱으로 채식식당 정보와 채식 간편식 배송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욘드넥스트의 박상진 대표는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채식식당이 원재료 성분을 제공하면 이를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한 업체에 인증마크를 주는데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40곳 정도이다. 박 대표는 “전문 채식식당은 전국적으로 300여개 미만”이라면서 “식당 입장에선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꺼리고 있지만 식재료 정보를 공개해 신뢰도를 확보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 관계자는 “채식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채식을 제공하는 식당과 카페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보편 배달음식인 치킨과 피자를 넘어 채식까지 배달 먹거리를 확장하자는 취지에서 채식 카테고리 운영 지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 형제는 여러 채식 유형을 구분해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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