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플라스틱 프리’ 망원시장 가보니···"용기내서 다회용기 가져오세요"읽음

류인하 기자
망원시장 남경반찬 이복수 사장이 6일 약부추가 가득 담긴 종이봉투를 고객에게 건네고 있다. 류인하 기자

망원시장 남경반찬 이복수 사장이 6일 약부추가 가득 담긴 종이봉투를 고객에게 건네고 있다. 류인하 기자

“얼마예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내 남경반찬을 찾은 단골손님 A씨가 약부추를 가리키며 물었다. “5000원(약 350g)에 가져가셔.” 이복수 남경반찬 사장(71)은 지난 6일 부추를 꺼내려다 말고 A씨에게 다시 물었다. “(부추) 담을 것 가져오셨어?” A씨는 “장바구니는 가져왔는데 다 못 담을 것 같은데 만원어치 줘봐요”라며 돈을 건넸다. 이 사장은 가게 한 켠에 쌓인 종이가방을 꺼내 부추를 한 가득 담았다. 그는 “다음에는 장바구니 큰 걸로 가져와요. 비닐은 쓰면 안 돼”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이미 수없이 들어왔던 말들이다. 다른 단골 B씨는 장바구니를 꺼내 가지 6개를 담았다. B씨는 “여기 올 때마다 (사장님이) ‘반찬통 가져와라, 장바구니 가져와라, 비닐 쓰지마라’는 말을 한다”며 웃었다.

남경반찬의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일회용품 안 쓰기)’ 노력이 이제 망원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망원시장은 지난 5월부터 일회용품 없이 장을 보는 ‘용기 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전체 점포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망원시장 내 총 87개 점포가 모두 참여한다.

‘용기내! 망원시장’은 용기(勇氣)를 내서 다회용기(容器)를 쓰자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제품 대신 손님이 손수 가져온 통에 제품을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망원시장 상인회는 본격적인 캠페인에 앞서 4월29일 전체 상인을 대상으로 ‘환경학교’ 교육도 진행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왜 비닐사용을 줄여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다회용기를 가져온 손님들이 불편해할만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망원시장은 다회용기를 가져와 음식을 담아가거나 장바구니를 가져온 손님에게 쿠폰 1장씩을 지급한다. 쿠폰을 10장 이상 모아 상인회로 가져오면 1장당 10ℓ짜리 종량제봉투로 교환해준다.

망원시장 남경반찬 이복수 사장이 6일 ‘용기내 망원시장’ 종량제봉투 교환 쿠폰을 보이고 있다. 류인하 기자

망원시장 남경반찬 이복수 사장이 6일 ‘용기내 망원시장’ 종량제봉투 교환 쿠폰을 보이고 있다. 류인하 기자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 장바구니 사용은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다소 번거롭더라도 손님이 다회용기를 가지고 시장을 찾도록 하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게 상인회 내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6일 대부분의 점포에서 제품을 미리 일회용기에 포장해놓거나 검정비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복수 사장은 “평일에는 다회용기를 가져오는 고객이 거의 없고, 주로 주말에 젊은 사람들이 다회용기를 가져와 반찬을 담아간다”고 말했다. ‘깨가 쏟아지는 마당쇠’ 고종순 사장은 “빈 페트병을 가져와 쌀이나 잡곡을 사가는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손님이 교환해간 종량제봉투는 5738장이다. 마포구가 지원한 봉투 2만4000장 중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망원시장은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용기내! 망원시장’ 로고가 찍힌 다회용기를 자체제작해 손님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가져간 용기는 주말 등을 이용해 별도의 반납구역에 반납하면 시장에서 세척 및 소독과정을 거쳐 재사용할 예정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8일 “‘용기내! 망원시장’은 다음 세대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망원시장이 전통시장 다회용기 사용 정착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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