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못 쉰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최종 승소

전현진 기자
한강변에서 보이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강변에서 보이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했다며 임금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 아파트 전·현직 경비원 A씨 등 34명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적용 기간에 관한 부분만 파기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였다.

A씨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한 뒤 하루종일 쉬고 다시 출근하는 ‘격일제 교대’ 방식으로 경비원 근무를 했다.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은 6시간이었는데, 2017년 단체협약 체결 전까지는 점심·저녁 식사와 야간 휴식 등을 위한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특정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30분 경비초소로 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야간에 짬을 내 잠시 눈을 붙이는 식으로 휴식을 했다.

경비원들은 주차공간이 비좁은 이 아파트에서 보조키를 맡아 차를 옮겨주는 ‘발렛파킹’을 일상적으로 했고, 택배 보관, 청소 등 업무를 했다. 아파트는 모두 41개동 3130세대였는데, 동별로 배치된 경비원 1명당 평균 71세대의 민원 대응을 담당했다. 제대로 된 휴게 공간은 없었고, 경비초소에는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도 없었다.

A씨 등은 “휴게시간에도 일을 하거나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해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휴게시간에 근무한 것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2018년 소송을 냈다. 또 매달 2시간 가량 진행된 산업안전교육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심은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에 대해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매달 2시간의 산업안전보건교육 중 20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반면 2심은 경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매달 2시간의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은 물론 하루 6시간의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휴식과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은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비원들이 계약 갱신거절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휴게시간을 이유로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비원들은 야간에 입주민들의 간헐적·돌발적 요청에 즉각 반응하기 위해 경비초소에서 상시적으로 대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에 대해 경비원 휴게시간을 정확히 공지해 휴게시간을 방해하는 입주민의 돌발성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대부분 수긍했다. 다만 미지급 임금의 지연이율(20%) 적용 기간을 ‘소장 송달일부터’로 본 원심과 달리 ‘원심 판결 선고일부터’ 봐야 한다고 결론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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