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업 수행?…실상은 초라하고 미미했다

청주 | 반기웅·김흥일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받는 ‘충북동지회’ 주변 살펴보니

식당 간판만 걸고 장사 안 해
월세 밀리자 도망치듯 떠나
정치권·노동계 의식화 난항
조직원 북 공작금 횡령 정황

“불법사찰…100% 조작” 주장

“식당 간판은 걸어놨는데 장사를 거의 안 했어요. 손님도 없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를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의 실상은 초라했다. 충북동지회는 ‘민족민주주의적 변혁운동의 선봉에서 투쟁하는 충북지역 전위투사들의 비밀조직’으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저 월세가 밀려 도망치듯 떠난 사람들로 기억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충북동지회가 운영한 음식점 인근에서 자동차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주민 A씨는 10일 “일본 불매 운동을 한다더니 어느 날은 재능기부 음악회를 연다고 하고…정상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며 “화목난로를 피워서 계속 화재경보기도 울리고. 하여간 엮이기 싫어서 식당도 안 갔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를 제때 안 줘서 명도소송까지 간 것으로 안다. 건물주가 거기 사람들이라면 치를 떤다”고 했다.

충북동지회는 미국 스텔스기 F-35A 도입 반대, DMZ평화인간띠, 통일 밤묘목 100만그루 보내기 운동 등 활동을 벌였지만 조직원들은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들 중 한 명이 북한에서 받은 공작금을 횡령한 정황도 있다. 10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측이 제공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구속된 윤모씨(50)는 지난 3월 조직원 박모씨(50·구속)를 비난하며 ‘본사 사업비 2만달러 중 1만달러를 횡령했다’고 북한에 보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충북동지회는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의식화를 조직의 임무로 정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임무 수행도 난항을 겪었다. 윤모씨의 임무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인맥을 이용해 조직의 엄호거점·정보거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3월 윤씨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정책실장을 만나 ‘F-35A도입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정책 협약을 요청했지만 “수위가 높아 정치 의제화하기 어렵다”며 정책 연대·협약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손모씨(47·불구속)는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현장 조직 완전 장악 및 핵심 포치’가 임무로 돼 있다. 하지만 손씨는 LG하우시스 현장 조직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2017년 LG하우시스 사내 협력업체에서 1개월 근무한 게 전부다.

충북동지회 측은 이번 사건을 두고 “100% 조작된 사건이다” “20년 넘게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다. 구속된 충북동지회 조직원의 가족은 전날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구속영장 내용은) 다 헛소리”라며 “같이 사는 가족들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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