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 비리 알린 지 1년…나눔의집 정상화 ‘먼 길’

반기웅 기자

공익신고자 ‘고소 괴롭힘’ 당하고

인권위 권고 사항도 안 지켜져

‘편 나뉜’ 임시이사회는 공전 거듭

“ 오히려 전보다 나빠졌습니다.”

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거주 시설인 ‘나눔의집’ 김대월 학예실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5월 나눔의집의 부실 운영 실태를 내부고발한 공익신고자다.

당시 나눔의집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2015∼2019년 후원금 88억여원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으로 보낸 금액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전직 시설 운영진을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김 실장 등 나눔의집 내부고발자 7명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내렸다. 이후 나눔의집은 외부에서 온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하고 정상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고발자들은 1년3개월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내부고발자들이 수십건의 고소를 당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내부고발한 사람들이 당한 고소만 40건”이라며 “대부분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고 남은 사건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나눔의집은 권익위와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익신고자 보호조치에 불복해 권익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 권고 역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법상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90일 내 이행 계획을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나눔의집은 이행 계획을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를 위해 출범한 나눔의집 임시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최근 임시이사 1명의 사임으로 총 10명이 된 임시이사진은 승적을 지닌 승려 이사가 주축이 된 ‘친조계종’과 외부 인사로 구성된 ‘반조계종’으로 양분돼 있다.

조계종 측 이사 3명은 임시이사회에 불참해왔다. 외부 임시이사진은 조계종의 비협조로 인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외부 임시이사진은 ‘이사의 3분의 2를 승적이 있는 스님으로 두도록 한다’는 나눔의집 정관부터 바꿔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조계종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특수관계자가 공익법인 이사의 5분의 1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법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계종 측은 정관 개정에 유보적이다. 먼저 ‘3분의 2 이상 승적 있는 스님’으로 정식 이사진을 꾸린 뒤 개선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눔의집 측은 “(승려) 이사 3명의 이사회 불참은 외부 임시이사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억울함을 표시한 것”이라며 “외부에서 들어와서 집안을 다 정리하겠다는 건데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나눔의집 문제는 자체 해결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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