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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그 올림픽은 끝났다

진행 박병률 편집장·정리 김찬호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과 관계없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국가대표 선수들.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 배구 김연경, 태권도 이대훈 선수(시계방향)/경향신문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과 관계없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국가대표 선수들.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 배구 김연경, 태권도 이대훈 선수(시계방향)/경향신문 자료사진

코로나19 논란 속에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월 8일 폐막했다. 총 17일간 진행된 대회에서 한국은 2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종목별 선전과 부진은 각각의 종목이 갖는 세계적 위상 변화를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발견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 외적인 측면에 있었다. 시민은 더이상 메달 색깔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선수들 간 경쟁이 중심이 되는 엘리트체육에서 국민 누구나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변모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지난 8월 10일 도쿄올림픽의 특징을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체육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존중되는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 같았던 이들은 오히려 ‘위기’를 말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선순환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지적은 이들의 고민이 하루 이틀 사이에 정리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는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재현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 이배영 종로구청 역도감독(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김주영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복싱감독), 김언호 동국대 체육학과 교수, 김동화 충남대 체육학과 교수(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인교돈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도쿄올림픽 태권도 동메달)가 참여했다. 화상회의로 진행된 토론은 밤 10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지난 8월 10일 도쿄올림픽의 의미에 관한 화상 대담회에 참석한 전현직 국가대표와 체육 전문가들/화상회의 화면 캡처

지난 8월 10일 도쿄올림픽의 의미에 관한 화상 대담회에 참석한 전현직 국가대표와 체육 전문가들/화상회의 화면 캡처

-도쿄올림픽은 그동안 익숙했던 올림픽과 달랐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재현 “가장 큰 변화는 메달을 못 따도 국민이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4위를 해도 주인공이 되는 올림픽이었다. 특히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한 배구대표팀,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 높이뛰기의 우상혁, 유도의 윤현지, 다이빙 우하람 선수 등은 큰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팬들 수준이 성숙했다는 것과 별개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에는 물음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성적만 놓고 보면 1976 몬트리올올림픽 때 19위를 한 이후로 최악이다. 도쿄올림픽 16위라는 성적은 엘리트체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졌다. 일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부진을 겪은 후 정부 차원에서 엘리트체육을 양성했다. 엘리트체육이 부진을 겪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재현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김재현 제공

김재현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김재현 제공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데.

김언호 “공공스포츠 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면서 추진된 것인데 전국 시군구에 총 229개가 있다. 그런데 이 229개 가지고 국민 몇프로 정도가 혜택을 보겠나. 손에 꼽을 정도다. 정책적으로 공공스포츠 클럽 활성화를 추진하지만 축구, 농구, 야구 등의 인기 종목 외에 자생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봅슬레이, 육상 같은 종목은 애초에 클럽 활성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치권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중 하나를 딱 선점해 ‘이거 아니면 틀렸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간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한쪽으로만 몰아가면 문제가 생긴다. 도쿄올림픽을 두고 한 체육회 관계자는 ‘망했다’고 말하더라. 엘리트, 생활체육 모두를 지원할 수 있는 이중구조를 만들어야 했는데 생활체육 쪽으로 기울다 보니 올림픽에서 16등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민해봐야 하는 사안들이다.”

-선수만 좋은 일에 왜 재정지원을 하느냐, 사교육을 통해 각자 알아서 하라는 의견도 있다.

이배영 “인터넷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라. 야구가 메달 따면 우리가 뭐가 좋냐? 선수들 연금이 다 우리 지갑에서 나간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이 올림픽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희망을 느끼고 하는 정서적 가치는 이득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다. 스포츠를 통한 정서적 혜택을 누리지만 이 가치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활체육과의 연관성도 있다. 엘리트체육은 앞에서 끌어주며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생활체육만 한다고 했을 때 그 길을 찾기 어렵다. 사실 올림픽 시작 전에 이미 성적이 목표치 이하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데 성적이 잘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올림픽 중계를 보며 우리나라 선수 못하라고 하는 국민은 없다. 금메달 따기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어딘가 모순이 있다.”

김동화 “그런 것은 생활체육이 자리 잡은 국가에서 가능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체조 클럽이 200개 정도 있다면 우리나라는 10개 정도 있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협회가 클럽에서 돈을 받아 엘리트를 키우는 게 가능할 정도다. 생활체육이 엘리트를 키워내는 구조는 환경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힘들다. 이걸 구조적으로 만들려면 20~30년이 걸린다.”

김언호 동국대 체육학과 교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스포츠과학 총괄을 맡았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김소희 선수(왼쪽)와 함께 찍은 사진/김언호 제공

김언호 동국대 체육학과 교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권도 스포츠과학 총괄을 맡았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김소희 선수(왼쪽)와 함께 찍은 사진/김언호 제공

-재정지원은 왜 줄어드는 것인가. 개선할 방법이 있나.

김언호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고 해서 그렇다. 예를 들면, 외국은 기부 문화가 잘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부조차 문제가 되는 분위기다. 누군가 스포츠에 기부하면 정치색을 띠게 된다. 최순실 사태 이후 기업과 스포츠가 연결되는 것이 나쁜짓을 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

김재현 “스포츠 저변 확대 및 안정적인 엘리트 선수 육성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협회장이 후원을 이끌어낼 능력이 있거나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차별화된 스폰서십 프로그램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양궁은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어 안정적인 예산으로 협회가 계획성 있게 운영될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정부, 지자체, 기업이 함께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때 지역에서 중소기업의 기부 등을 이끌어내 활성화되면 더욱 좋다. 기업은 ROI(투자대비 광고효과)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스포츠단체나 시설 확충을 위해 투자나 기부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혜택 등을 준다든지 했으면 좋겠다. 스포츠 시설들이 지역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지면 엘리트 선수들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선수들도 이용하고 주민들도 맘껏 이용할 수 있다.”

김동화 “기업의 기부나 스폰서뿐만 아니라 하나 더 중요한 부분을 말하고 싶다. 선수들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도자의 성폭력, 배구계의 학교폭력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면 마치 체육계 전체의 문제처럼 과도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정서적 문제에 대한 개선도 함께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격투기 종목들이 약세를 보였는데 엘리트체육의 위기라고 보나.

김주영 “대한민국 투기 종목에는 세계랭킹 1위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많은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전략 노출과 부상으로 올림픽에서 계속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유도나 태권도에는 올림픽에 2~3번 이상 출전한 선수들도 있다. 은퇴를 앞둔 나이에 국제대회에 계속 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태권도 이대훈 선수나 유도 안바울 선수가 은퇴하면 뒤를 이을 재목이 있을까? 결국 인프라 문제다. 복싱도 과거에는 세계챔피언도 많이 배출하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다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가장 먼저 변모했다. 경기도에서는 소년체전 선발전에서 약 60% 이상이 체육관 출신 학생이 선발되고 있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엘리트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영재를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메달리스트를 키워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복싱은 지자체가 소속 실업팀을 운영하는 구조인데 전국체육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면 세계선수권을 포기하고 전국체전을 우선순위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동화 충남대 체육학과 교수/경향신문 자료사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동화 충남대 체육학과 교수/경향신문 자료사진

-체조는 어떤가. 새로운 스타가 나오지 않았나.

김동화 “금메달도 나오고 동메달도 나왔다. 실제 내용을 보면 실력도 좋았지만 상당히 운이 따라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조도 저변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신체적 조건에서 외국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은 압도적 훈련량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촌에서 훈련량을 함부로 늘릴 수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성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현역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가.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나.

인교돈 “우선 격투기 종목 같은 경우 상대에게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해야 하는 종목인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시아권 선수들은 시합을 거의 못 뛰었다. 이번에 태권도는 유럽에서 다수 메달이 나왔다. 유럽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시합을 강행해 실전 경험을 많이 쌓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담 갖지 말고 뛰라고 하는데 사실, 부담감은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게가 무겁다. 긴장이 될 수밖에 없고 메달 성적이 저조하다 보니 이다빈 선수의 경우 많은 부담을 느끼면서 뛰었던 것 같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배영 종로구청 역도감독/경향신문 자료사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배영 종로구청 역도감독/경향신문 자료사진

-역도도 이번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배영 “역도가 약화된 것은 결국 재정적 지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장미란 선수나 내가 뛰었던 베이징올림픽 때는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재정 문제로 상비군이 없어졌고 실업팀을 못 가는 선수는 역도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상비군이 없어지면서 전체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제 역도는 숨은 진주 찾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쩌다 숨은 진주가 나와 메달을 따주는 것이 아니라면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시스템으로 인해 여러 선수가 메달을 따는 상황은 보기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엘리트체육에서 메달을 따고 붐이 일어도 한 6개월 지나면 사그라들지 않았나. 그래서 생활체육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김언호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체육이 붐을 만드는 것은 축구, 농구, 야구 정도다. 인기도 있고, 프로 스포츠도 있으니까. 나머지는 엘리트체육이 붐을 만든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사실 엘리트체육은 생활체육에 ‘경쟁’을 더한 것이다. 이 경쟁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엘리트체육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생활체육도 장점이 있다. 같이 개발하는 것이 맞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생활체육이 보편적이고 비용도 덜 든다고 하는데 자생을 못 하는 종목들은 어떡할 것인가. 예를 들어, 카바디 같은 종목들이다. 많은 종목이 자생력이 없는 상황이다.”

-자칫 인기 스포츠 몇개를 제외하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이배영 “학습권 부분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다. 정책적으로 학교수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만들어진다. 운동도 학습이다. 공부할 사람은 공부하게 하고, 운동하고 싶은 사람은 운동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학습권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식이 많다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당장 필요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운동 학습권은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를 보라. 운동을 제한 없이 하기 위해 학교를 포기하지 않나. 이제 운동에 뜻이 있는 학생 선수들은 학교를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정부 정책이 누군가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김주영 “최근 몇 년간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 운동선수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자 교육부가 이 친구들 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학생이 시합을 다녀오니 팀이 해체됐거나 본인의 학교성적과 출결사항 문제로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또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리그를 만들라고 한다. 결국, 학생선수는 멀티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탁구신동 신유빈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검정고시를 통과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책은 현실은 외면한 채 선진국의 외형만 따라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

김재현 “우리나라는 과거에는 스포츠로 국위선양을 했고, 2002 한일월드컵 이후로는 스포츠를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광고 이상의 도구로 스포츠를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투자를 했는데 지난 정부 문제와 대기업이 엮이면서 스포츠에 대한 후원은 위축되고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대한체육회 예산이 약 4000억원이다. 많은 예산 같지만 엘리트 선수 발굴 및 육성, 생활체육 활성화 등 스포츠의 다양한 현장에 예산이 지원된다고 했을 때 아직 부족하다. 교육부 전체 예산 중 초중고 체육 예산으로 배정된 것은 0.04%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스포츠 영재를 발견하겠다는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대한체육회가 함께 국민의 건강과 스포츠발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과도기라기보다 ‘혁신과 변화’를 절실하게 만들어야 할 시기다.”

-앞으로 올림픽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김동화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브레이크 댄스가 종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잘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정식 종목인 스케이트보드는 사교육도 가능하다. 그런데 전통 스포츠는 사교육만으로 어려운 것이 많다. 재미 문제도 있다. 태권도 같은 경우 너무 재미가 없게 운영됐다. 유도도 대부분 연장전인 골든 스코어로 갔다. 이러다 전통 스포츠들은 다 퇴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게 바람직한가. 전통 스포츠를 지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번에 체조 종목 중 트램펄린을 해설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규정도 간단하고 1분 안에 경기가 끝나더라. 점수도 바로 나오고. IOC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재미없는 종목들을 버리고 이런 흥미위주 종목을 더욱 챙기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통 종목들의 장래는 어둡다.”

-종목별 향후 대응도 궁금하다. 역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배영 “상비군 제도가 절실하다. 전국체전에 대학부가 없는 상황이다. 역도는 하루아침에 잘하거나 상대방이 못한다고 이기는 종목이 아니다. 본인 기량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훈련해야 한다. 선수를 육성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상비군 시스템을 도입해 중간다리를 놔줘야 한다.”

김주영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 복싱 감독/김주영 제공

김주영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 복싱 감독/김주영 제공

-복싱은 어떤가.

김주영 “무엇보다 선수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그 후에 투기 종목은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이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특정학교 출신이 협회와 심판부를 장악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진짜 유능한 선수가 국가대표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올림픽 메달리스트보다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는 지금 선수들이 기량적인 면에서는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협회의 투명한 선수선발과 정상적인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선수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열악한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술강화도 필요하지만, 강인한 훈련을 통한 정신력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한다. 유도경기처럼 연장전까지 가는 상황은 스포츠 과학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체조는 성과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김동화 “파리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계속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장기 계획을 좀 세웠으면 한다. 선투자 후결과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획을 잘 짜야 한다. 현재 엘리트체육 이미지가 너무 부정적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해 인프라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인재가 있어도 이에 걸맞은 좋은 지도자가 없으면 훌륭한 선수를 키워내지 못한다. 지도자들 사기가 바닥이다. 이를 개선할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인교돈 태권도 국가대표/연합뉴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인교돈 태권도 국가대표/연합뉴스

-태권도는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가.

김언호 “태권도는 10명 정도의 코칭스태프로 구성된다. 각자 전담하는 것을 좀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분석전문가나 체력만 담당하는 코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명의 코치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운동 가르치는 사람은 2~3명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감독과 친분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면 안 된다.”

-현역선수 입장에서는 어떤가.

인교돈 “저희가 예상치 못한 선수들과 경기를 하게 됐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게 전력분석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올림픽에서 분석한 상대는 못 올라오고 전혀 모르는 선수들이 올라왔다. 그런 부분에서 변수가 생겼다.”

<진행 박병률 기자·정리 김찬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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