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유입 둘러싼 ‘오해와 편견’, 팩트체크 해보니읽음

문광호 기자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협력자 가족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 기업과 NGO, 교회 등을 도운 협력자들을 구출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탈레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아프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돼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강윤중 기자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협력자 가족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 기업과 NGO, 교회 등을 도운 협력자들을 구출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탈레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아프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돼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강윤중 기자

“난민 받지 말아주세요.”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아프간인들의 종교는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인과 절대 어울려 살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프간인들은 여태 타국이 주는 돈으로 먹고 놀고 뭘 해 보려는 의지도 없다가 미국이 철수하자마자 나라를 그냥 내팽개쳤다. 난민을 받는 순간 우리는 테러에 노출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또 “난민을 받으면 그들에게 드는 돈은 누가 내냐. 한국에 있는 아프간인들을 강제출국 시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아프간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난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거부감은 여전히 크다.

①난민 때문 재정 부담? 최저생계비 못 미치는 지원액

난민을 거부하는 논거 중 하나는 국가의 재정부담이다. 난민신청자에게 주는 지원금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난민신청자는 난민법에 따라 생계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과율이 낮고 지원 기간도 짧다. 2019년 한해 정부의 생계비 지원을 받은 난민신청자는 609명으로 전체 신청자(1만5452명)의 3.9% 수준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제2차 이주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난민신청자가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간은 평균 3개월에 불과하다.

지원금 규모도 크지 않다. 법무부 고시에 따르면 2021년 생계비 지원액은 1인 가구 기준 월 43만2900원(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 기준)이다. 난민지원시설 이용자의 경우 1인당 월 21만6450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중위소득의 60%로 계산한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109만6699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5인 가구의 경우 138만6900원의 지원금으로 한 달간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게다가 생계비 지원은 최대 6개월을 넘길 수 없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 준비와 심사 등에 50일 이상 소요된다.

아프간 난민 유입 둘러싼 ‘오해와 편견’, 팩트체크 해보니

②난민이 너무 많다? 올해 난민 인정률 0.5%

정부가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 한국사회가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9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2021년 7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인정된 난민 수는 28명으로 인정률이 0.5%에 불과하다. 연도별 통계도 2018년 3.6%에서 2019년 1.6%, 2020년 1.1%로 낮아지고 있다. 난민 신청 건수도 2018년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난민신청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맞는 것으로 보인다. 1994년부터 2017년 사이 가장 많은 국적은 이슬람교가 다수인 파키스탄(13%)이었다. 2위인 중국(11%)을 뺀 3~5위 역시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인 이집트(10%), 나이지리아(6%), 카자흐스탄(6%) 순이었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의 통계에서도 카자흐스탄, 이집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무슬림 국가들이 난민 신청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현지시간)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현지시간)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③난민 늘면 범죄 증가? 난민·범죄 상관성 없어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정부 기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다. 인권위가 지난 10일 발간한 ‘공공 홍보물의 인종·이주민 혐오차별 표현 실태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8년 홈페이지에 게시한 카드뉴스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수입이 없다면 범죄에 노출돼 제주도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거의 모든 테러범은 이슬람인”이라거나 “하루에 기도 몇 번이나 하는 것 보고 같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글이 적잖게 올라와 있다.

그러나 무슬림 난민이 늘면 범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독일은 2017년 중동, 북아프리카 출신 등 난민 33만명을 수용했다. 그런데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2017년 총 범죄발생 건수는 2016년 대비 9.6% 떨어졌다. 특히 독일 내 외국인에 의한 범죄 건수는 95만건에서 70만건으로 23%가량 감소했다. 난민 증가와 범죄율 급증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23일 “온라인상에 퍼진 무슬림에 대한 혐오는 막연한 공포 때문으로 보인다”며 “난민이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보다 이주민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④‘자국 협력’ 아프간인 보호는 국제 추세…난민 59%가 아동

현재 한국에 보호를 촉구하는 아프간 난민 대부분은 현지에서 우리 정부에 협력한 통역사, 의료진, 사무직, 엔지니어 등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그 가족 5만~6만5000명을 모두 탈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난민을 받아주기로 한 나라로 캐나다, 멕시코, 르완다, 우크라이나 등 12개국을 열거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구했다.

아프간 난민은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아프간 난민 55만명 중 59%가 18세 미만 아동이었다. 지난 5월 말 이후 발생한 난민 25만명으로 대상을 좁히면 전체의 80%가 여성과 아이들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소한 임산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만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사회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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