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녹았다” 울릉도·동해 수온 30도 돌파

김한솔 기자
지난 11일 고수온으로 폐사한 통영의 양식장 물고기들. 통영시 제공.

지난 11일 고수온으로 폐사한 통영의 양식장 물고기들. 통영시 제공.

“울릉도 어민들은 ‘오징어가 녹았다’ 하더라고요. 동해 수온이 크게 오르면서 오징어가 녹아 잡히지 않는다는거죠.”

지난달 29일 울릉도와 동해의 수온이 각각 30.6도와 30.4도를 기록했다. 올해 7월은 우리나라의 바다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98년 이래 23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달이었다. 지난달 기상청 해양기상부이가 관측한 7월 평균 수온은 24.9도로, 한반도가 가장 더웠던 해인 2018년보다도 0.6도 높았다. 최근 10년 평균보다는 2.5도 올랐다. 해역 중에선 동해의 수온이 25.6도로 가장 높았다. 2018년 대비 1.65도, 최근 10년 대비로는 3.6도 오른 것이다. 특히 연해주 부근 해상의 수온은 평년보다 무려 8도가 올라, 해수면 온도 편차를 분석하는 기상청 프로그램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온이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해양의 색을 표시하는데, 기존에 가장 높게 설정됐던 7도 이상으로 온도가 오르자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곳 해상의 색은 흰색으로 칠해졌다. 기상청 유승협 해양기상과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울릉도 어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관측을 하면서 이런 그래프는 처음 봤다”고 했다. 7월의 고수온은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나오는 덥고 습한 공기와 짧은 장마, 맑은 날씨에 따른 강한 일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나타났다.

■전지구 평균보다 빠른 한반도 해양 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수온 상승은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온 상승 속도는 전지구 평균보다 빠르다. 2001~2010년까지 해양부이에서 잰 평균 수온은 15.9도였는데, 2010년 전후로 0.8도가 올라 2016년에는 16.7도를 기록했다. 이는 전지구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빙하가 녹고, 이는 해수면의 고도를 높인다. 우리나라는 해수면 상승률도 전지구 평균보다 빠르다. 1989~2018년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1.8㎜ 높아졌지만 한반도 주변은 2.74㎜, 특히 제주도 주변은 4.75㎜ 상승했다.

수온 상승은 강도가 센 태풍과 극한 파랑 같은 위험 기상의 증가로 이어진다. 태풍의 에너지원은 바다다. 뜨거워진 바다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받은 태풍의 강도는 더 세지고,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유 과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이 늘어났다”며 “지난해처럼 태풍이 연달아 3개가 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랑의 강도도 세진다. 고수온으로 인한 태풍의 강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바람이 세지면서 파도도 더 강하게 치게 되는 것이다. 유 과장은 “지난해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수온 상승 그래프와 파랑 에너지 그래프를 겹쳐 보니 거의 같은 추세로 움직이고 있었다”고 했다.

해양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A형 간염 등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어획량 감소도 초래한다. 2019년 우리나라에선 A형 간염이 급증했는데, 역학조사 결과 조개젓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온으로 패류가 상하고, 그 패류로 음식을 만들면서 A형 간염이 발생한 것이다. 어획량도 줄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대 150만t이었던 연근해 어획량은 2010년대 100만t으로 줄었다.

■온실가스 흡수원 기능 상실하며 온난화 가속

‘지구 온난화’라고 하면 주로 인간이 거주하는 육지의 폭염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기후시스템 온난화에서 육지의 비중은 5%밖에 되지 않는다. 91%는 해양온난화, 3%는 얼음손실, 1%는 대기온난화다. 해양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해양이 가장 주요한 이산화탄소(CO2)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을수록 더 많은 CO2가 흡수된다. 그런데 수온이 높아지면 수증기로 인해 태풍과 비구름대로 인한 강수량이 늘어나고, 강수량이 늘어나면 해양의 염도가 낮아진다. 저염분수가 늘어나면 조금만 햇볕을 받아도 쉽게 수온이 상승한다. 결국 수온 상승→태풍·강수 증가→저염분수 증가→더 빠른 수온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유 과장은 “기후변화를 조절하던 해양이 그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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