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살인범의 ‘58시간’ 사건 재구성

유선희·이홍근·민서영 기자
30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여성 2명을 살해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집이 굳게 닫혀 있다. 민서영 기자

30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여성 2명을 살해한 50대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집이 굳게 닫혀 있다. 민서영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전과 14범 강모씨(56)는 첫 번째 살인 후 서울과 경기 지역을 활보했다, 법무·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돌아다니던 그는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첫 범행 58시간여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30일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6일 외부에 있다가 오후 5시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택에 왔다. 이어 오후 9시30분에서 10시 사이 함께 있던 여성 1명을 집 안에서 살해했다. 첫 번째 범행 직후 강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하지 않았다. 거주지 안에 있어 법무·경찰의 범죄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당일 강씨의 집에서 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강씨는 27일 오전 0시14분 집밖으로 나왔다. 성범죄 전과자인 그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 ‘야간외출’이 제한돼 있다. 곧바로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출동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강씨는 이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0시34분 귀가했다. 범죄예방팀은 ‘명령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 조사하겠다’고 고지했다. 강씨는 “약을 사러 나왔다”고 둘러댄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27일 오전 10시쯤 관할 보호관찰소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직원이 자리에 없어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강씨는 지난 밤의 ‘야간외출’에 대해 “사정이 있었다.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보호관찰소 직원은 “월요일(30일) 조사받으러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강씨는 오후 5시31분 자택에서 5km가량 떨어진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했다. 송파경찰서에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5시38분, 형사팀에 이 같은 상황이 전달된 시각은 오후 5시53분이었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 직원 2명은 전자발찌 훼손 현장에 오후 6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강씨는 이미 현장에서 종적을 감춘 뒤였다. 법무부는 그의 행적이 묘연해지자 오후 8시26분 경찰에 검거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은 서울·경기 지역 10개 보호관찰소 등의 도움을 받아 주요 터미널에 인력을 배치했다. 송파서 관할 지구대와 강력팀 직원들은 27일 오후 세 차례 강씨의 집을 방문했지만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이미 집 안에 싸늘한 시신이 1구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법무·경찰은 27일 오후 11시 강씨가 차량을 렌트한 사실을 확인하고 차적 조회를 실시했다.

강씨가 29일 송파경찰서에 자수하면서 살해한 여성을 싣고 타고 온 차량. 이홍근 기자

강씨가 29일 송파경찰서에 자수하면서 살해한 여성을 싣고 타고 온 차량. 이홍근 기자

법무·검찰이 차량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회를 통해 본격적인 추적에 나선 28일 오전 9시18분 강씨는 서울역 인근에 렌터카를 버리고 도주했다. 버스에 탑승한 뒤에는 노출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고의적으로 그안에 놓고 내렸다. 경찰이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강씨는 버스에서 하차해 지하철에 탑승했고, 최종적으로 김포공항역에 내렸다. 이후 강씨는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두 번째 피해 여성에게 연락해 당일 오후부터 함께 차를 타고 서울과 경기 일대를 배회했다. 경찰은 이날도 두 차례 강씨의 자택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첫 번째 살인을 감지하지 못했다.

강씨가 1차 살인을 한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하기 전까지 보호관찰소 직원이 강씨와 두 차례 통화했고,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강씨 자택을 한 차례 방문했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후부터 경찰에 자수하기 전까지 경찰은 총 다섯 차례 강씨 자택을 방문했다. 그러나 법무·경찰은 강씨가 살인을 한 사실도, 강씨 자택에 시신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강씨는 29일 오전 3시쯤 송파구의 한 주차장에서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을 살해했다. 그는 숨진 피해 여성을 차량 뒷좌석에 싣고 같은날 오전 8시 송파경찰서에 와서 자수했다. 뒷좌석에는 시신 외에 휴지곽과 노란색 장바구니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경찰은 강씨가 피해 여성들을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전적 이유’ 때문에 살해했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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